대법원, 의료기관 실사 '심평원' 관행에 제동

심평원 직원이 임의로 서류 제출 요구는 잘못... 거부해도 처벌 못해

등록 2010.07.16 13:50수정 2010.07.16 13:50
0
원고료로 응원

의료기관의 보험금 과다 청구 등에 관한 실사를 하면서 자료 제출을 임의로 요구해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 도봉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K(51·여)씨는 2007년 8월 보험금 과다 청구와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현장 실사를 받으면서 의료급여 관계서류 12개월분을 제출했다.

 

그런데 K씨는 다음날 다시 병원을 방문해 조사를 벌이는 심평원 직원 A씨와 진료방해와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의 원본 제출 여부를 놓고 크게 다툼을 벌이는 일이 생겼다.

 

이때 A씨는 "조사 대상기간을 36개월로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에 K씨는 "지금 협박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그러자 A씨는 조사반 반장인 보건복지부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비급여 이중 청구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 당초 대상기간 12개월을 36개월로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K씨에게 대상기간을 연장한 의료급여 관계서류 제출요구서를 제시해 사인을 요구하고, 본인부담금수납대장 36개월분 제출을 명했다.

 

하지만 K씨가 이를 거부해 국민건강보험법위반과 의료급여법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으나,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홍진표 판사는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 판사는 "조사대상기간을 연장하고 대상기관으로 하여금 관계서류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현지조사반장인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전화 등으로 책임자와 연락하거나 관련 자료를 검토해 연장여부 등을 직접 결정해 관계서류의 제출을 명해야 한다"며 "이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심평원 직원은 보건복지부 담당자를 지원 및 보조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진료방해와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의 원본 제출 문제로 피고인과 다투던 중 조사반장에게 전화해 조사대상기간을 36개월로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조사반장이 곧바로 36개월로 연장하라고 지시한 점, 또 피고인이 반장에게 A씨의 교체를 요구했다면 반장이 실사상황에 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려 했어야 함에도 A씨의 말만 듣고 조사대상기간을 최장기간인 3년으로 연장하도록 하고, 이에 기초해 A씨가 36개월 동안의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추가로 제출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심평원 직원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판사는 "따라서 보건복지부 담당자로부터 어떠한 고지나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심평원 직원인 A씨로부터 갑작스럽게 대상기간을 36개월로 연장한다고 들은 것만으로 36개월 동안의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을 모두 제출할 의무가 당연히 발생했다고 볼 수 없어 이를 거부한 피고인이 행위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서울북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오천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요양기관의 현지조사지침에 의하더라도 최대 3년분까지 조사하기 위해서는 허위의 정도가 심한 경우여야 하는데,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인 조사반장은 K씨의 병원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고, 전화로 A씨의 말만 듣고 곧바로 36개월분을 추가 조사하라고 한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36개월분 관계서류 제출요구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의 행위가 서류제출을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5일 병원 보험급여 관계서류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K(51·여)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627)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심평원 직원이 보험급여에 관한 서류 제출을 요구한 것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그 제출을 거부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관계법상 의료기관 실사와 관련된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주체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어서, 보건복지부 명령으로 현장에 파견돼 실사하는 심평원 직원이 마음대로 서류를 제출받아 온 관행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0.07.16 13:50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평원 #의료급여법위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