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형 아내와 새벽형 남편, 어떻게 사냐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은 줄 알지만 여전히 내겐 벅차다

등록 2010.07.27 16:36수정 2010.07.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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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미안해, 당신과 더 많이 대화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괜찮아요, 피곤한데 어쩌겠어요, 주무셔야죠!"
"같이 자야 돼!"


매번 함께 자지 않을까봐 쐐기를 박는 남편은 저녁 7시와 8시 사이가 되면 언제나 천근만근 무겁게 눈꺼풀이 내려오기 시작해 8시, 아니면 버티다, 버티다 9시 정도가 되면 쓰러질 듯 침대 위에 무너지고 만다.

낮엔 서로 마주하고 얘기할 시간이 없었으니, 저녁 식탁에 마주 앉으면서부터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저녁시간을 귀히 여기는 것 까진 정말 고맙다. 하지만 남편은 얘기하는 시간마저도 잠이 쏟아지면 어쩌지 못하고 휘청거리다 침대 위에 쓰러진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피곤한데 어쩌겠는가. 남편이 잠들면 책이라도 좀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하리라 생각해 보지만 어림도 없다는 듯 남편은 그의 꿈나라까지 동행하길 원한다. 같이 자야한다고 우긴다. 나는 야행성, '당신은 새벽형이 억지로 되나요?'라고 설득해 봐도 소용없다.

어쩔 수 없이 남편 옆 잠자리에 나란히 눕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그래, 재워놓고 살짝 빠져나와서 내 책상 앞에 늦도록 앉아 있으리라. 불끄고 방에 누워서 같이 잠자는 시늉을 해보지만 남편은 눈치도 빠르다.

깊이 잠 들었나 안 들었나 확인해 보고 난 뒤 방을 슬며시 빠져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남편은 내 손을 깍지 끼고 다리로 포위하고 거의 결박 포즈를 한 채 잠을 청한다. 잠이 쏟아지던 남편은 내가 잠자리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챌 때면 한참 동안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가끔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깊은 단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나는 종종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잠이 들어버리고 말거나, 에라 모르겠다 싶어 지쳐 포기하고 함께 잠들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잠이 오지 않아서 맨송맨송한 눈으로 어둠을 응시하다가 뒤늦게 잠이 들거나 남편 몰래 빠져나오거나 가끔은 양해를 구하고 침실을 빠져나온다.

억지로 초저녁잠을 잘라치면 고역아닌 고역이다. 하지만 이래저래 억지로 잠자는 시간이 많다보니 이젠 대부분 함께 잠을 잔다. 나도 언젠가부터 억지 춘향으로 남편 따라 일찍 잠자면서 새벽형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선조들은 더 일찍 잤다"는 남편의 항변

결혼 초엔 남편이 초저녁잠을 자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시간이 아까워서 어떻게 초저녁잠을 자나 했다. 남편은 그렇게 의문부호를 가득 담은 얼굴을 쳐다보면서 해명하기를 '나는 조상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아브라함도 사라도 저녁만 되면 일찍 잠들었을 것이고, 우리 선조들은 또 어떠했겠냐면서 자기는 그래도 늦게 자는 편이라고 변명했다.

나는 아니라고 우겼다. 선조들도 전깃불이 없었을 뿐이지, 촛불이나 호롱불 밝히고 책을 읽었고, 형설지공이라는 말이 있듯이 반딧불과 눈빛으로도 공부했다고 말하면, 남편은 끝까지 '아냐~선조들에 미치지 못해!'한다. 이렇게 우린 잠자는 것 가지고 아직도 서로 길들여지지 못하고 서로 밀고 당기고 있다.

초저녁부터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남편이지만 이른 새벽엔 맑게 갠 얼굴로 거뜬히 일어난다. 저녁에 보는 남편 얼굴이 패자의 그것이라면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남편은 승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의 힘은 새벽에 있다.

초저녁 잠을 자는 남편 덕분(?)에 종종 일찍 잠자는 나는 이른 새벽 맑게 갠 눈으로 일어 날 때면 하루 시간을 더 많이 버는 것 같아서 좋다. 무엇보다도 머리가 맑고 명료하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서양속담도 있듯이 새벽에 깨어 일어나 기도로 여는 하루, 꼬꼬댁 장 닭의 홰치는 소리, 산 속 절에서 울려 퍼지는 둔중하지만 길게 울림을 주는 종소리, 새소리…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난 올빼미형이다. 일찍 잠이 들 때면 이른 새벽에도 명료한 의식과 몸으로 거뜬히 일어날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올빼미형 수면습관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새벽형 남편 따라 일찍 잠드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초저녁에 잠들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생활화 되다시피 되었지만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금방 올빼미형으로 돌아간다.

나의 경우 새벽형은 부단히 노력해야 될 수 있겠지만 타고난 올빼미형으로의 전환은 별 어려움 없이 금방 돌아갈 수 있다. 옆에서 제재가 없다면 언제든 예전의 수면습관으로 돌아간다. 

새벽형, 올빼미형 수면습관 바꾸려고 애쓸 필요없다?!

사실, 사람의 수면유형은 대부분 타고 난다고 한다. 이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헬스조선> 보도를 보면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의대 신경학과 루이스프타섹 교수가 연구한 결과 '보통사람보다 몇 시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생체시계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며 전체인구의 약 0.3%가 이 유전자를 지녔다고 한다.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굳이 새벽형 인간이 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 수면 전문의들의 의견이란다.

보도는 이어 사람의 수면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밤 10시-12시 사이에 자고 아침 6-7시에 일어나는 유형, 새벽까지 일하다가 아침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밤 9시 이전에 잠들고 새벽 3-4시에 일어나는 새벽형'이 그것이다. 그런데 올빼미형과 새벽형은 의학적으로 각각 지연성 수면 위상 증후군'과 '전진성 수면 위상 증후군'에 해당되는 일종의 수면 장애란다.

결국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세계 최고의 부자 빌게이츠도, 어려서부터 온 식구들이 밤 8시면 일제히 불을 끄고 깊은 밤, 깊은 꿈나라로 갔고 지금도 저녁 8시가 채 못돼서 벌써 눈이 감기고 해롱해롱해지는 남편도 모두 수면장애 환자라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어려서부터 밤늦게까지 깨어 있어도 아니 늦도록 깨어 있을수록 정신은 더 맑게 깨어나고 눈이 말똥말똥했고 아침이면 해롱거렸다. 한 때는 모두가 잠들어도 '동해물과 백두산이~'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티비 화면이 없어지면서 쉭~ 소리가 날 때야 잠이 들었다.

지금이야 나이 탓인지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은 날 뒤엔 제법 후유증을 앓아서 되도록이면 너무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지만, 학창 시절에 시험기간이 되면 벼락치기 공부로 하루 이틀 정도 꼬박 밤새우기를 다반사였던 나는 올빼미형 인간임에 틀림없다. 지금이야 습관이 돼서 밤늦게 잠들어도 새벽에도 일어나지만, 나 또한 '지연성수면 위상 증후군'을 앓는 일종의 수면장애자라는 것이다.

새벽형과 올빼미형, 조율하며 함께 살기

새벽형 남편과 함께 살면서 억지로라도 일찍 잠자는 버릇을 들이다보니 평범한 진리 하나 얻은 것은 있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몸도 거뜬하고 정신도 맑고 더 명료해서 하루가 능률적이란 사실이다. 초저녁에 잠들면 밤 12시에도 깨고(대부분 다시 잠자지만) 새벽 2시, 3시에도 명료하게 깨어난다.

남편은 새벽형, 나는 올빼미형이다. 난 이젠 올빼미형과 새벽형 사이를 마음대로 왕래한다. 다만 초저녁잠을 강요하는 남편이 있기에 가능하긴 하지만 말이다. 가끔 내가 '이젠 나도 새벽형 다 됐나봐요!" 하고 말하면 남편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아니야~아니야~'
새벽형 남편과 올빼미형 나는 서로 길들여지지 않는 수면습관을 계속 조율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새벽형 올빼미형 #공생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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