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과 전기톱의 위협..."주민들에겐 엄청난 공포"

산 베려는 홍익재단과 막는 주민들... 성미산은 지금 매일 위기상황

등록 2010.07.28 15:56수정 2010.07.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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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미산과 주민들은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 속에 놓여있다. 주민들은 아슬아슬한 산비탈에 성미산지킴이 텐트를 치고 조를 짜서 24시간 내내 산을 지켜왔지만, 성미산 나무는  백여 그루 넘게 쓰러졌다.

나무 베려는 인부, 끈질기게 호소하는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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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를 따라다니는 주민들 성미산 지킴이는 인부들을 따라다니며 벌목을 하지 말라고 조른다. 여성민우회 활동가가 자원봉사로 성미산을 지키러 오셔서 사진을 찍었다 ⓒ 여성민우회 블로그


산에 배치된 인부들은 주민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톱을 들고 불쑥불쑥 숲을 난도질하고, 주민들은 마치'도둑과 경찰' 놀이를 하듯이 이들을 쫓으면서 막아 왔다. 인부는 나무 전체를 베는 것도 아니고 3분의 1 정도만 베어놓고 느긋하게 떠난다.

그렇게 하면 나무들은 바람에 쓰러지거나 말라죽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무를 베는 사람들은 벌목을 담당한 업체와 쌍용건설 인부뿐이 아니다. 홍익재단 직원들까지 나서서 톱을 들고 다니며 나무를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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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나무의 호소 딱 저만큼만 찍어놓으면 나무는 바람에 쓰러진다. ⓒ 김언경


힘으로 밀어버리는 포클레인, 나무를 감싸안은 주민들

포클레인이 힘으로 나무를 밀어버리기도 한다. 포클레인이 시동을 걸면 주민들은 나무를 껴안고 몸으로 진입을 막지만, 잠깐만 긴장의 끈을 놓기만 하면 커다란 삽(그들은 그걸 바구니라고 부른다)으로 나무를 밀어버린다.

포클레인이 밀면 큰 나무들이 우지끈 끊어지고 뿌리째 뽑히기도 한다. 주민들은 "아저씨! 그만하세요. 아저씨 나무 베지 마세요!" 호소하기도 하고, 포클레인이 근처의 모든 나무들을 껴안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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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포클레인을 막는 주민들 포크레인이 시동을 걸면 주민들은 주변 나무를 감싸안거나 포크레인 진입읆 막는다. ⓒ 성미산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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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에 매달린 주빈 아무리 막아도 포클레인 시동이 꺼지지 않자 주민이 포클레인을 붙잡았다. 현장에 있던 책임자는 들어올려버려 어떻게 하나보자 소리 질렀다. ⓒ 성미산대책위


전기톱, 낫, 커터칼까지 등장, 텐트철거를 겁박하는 인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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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과 주민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려 하자 주민이 항의하고 있다. ⓒ 성미산대책위


여기에 전기톱이 등장하면 주민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한다.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만으로도 주민들의 고통은 가중된다.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울며불며 애원하고 악에 받혀 화를 내고 힘겨루기도 한다.

한편 성미산 텐트를 철거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26일에는 비바람에 텐트가 날아가지 말라고 위에 있는 나무들과 연결한 로프를 커터칼로 끊는가 하면 낫을 들고 텐트로 올라와서 텐트를 찢어버렸다. 현수막도 험악하게 찢어놓았다. 당장 나가라고 겁박도 했다. 27일에도 다시 텐트를 뜯어내고 발로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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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으로 찢어버린 성미산지킴이 텐트 현수막 26일 오후 성미산텐트에 인부들이 와서 낫으로 텐트 옆에 있는 대형 현수막을 찢어놓았다. ⓒ 성미산대책위


누군가 텐트 바로 위에 있는 나무들에도 톱질을 해놨기 때문에 텐트가 위험하다고 해서 확인하고자 카메라를 들고 텐트 바로 위 나무들 사이로 올라가보았다.

우리를 본 쌍용건설 관계자들은 아래서 확성기로 "거기 있으면 위험해. 나무가 쓰러져. 사진찍고 난리치지 말고 얼른 텐트나 철거해"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미 작은 나무들은 톱질로 쓰러졌고 큰 나무들도 여기저기 생채기가 있다. 만약 텐트 바로 위에 있는 큰 나무에까지 톱으로 삽질해 넘어간다면 그것은 살인행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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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바로 위에 있는 나무들 성미산지킴이 템트 바로 위에 있는 나무들이다. 이들 나무에도 톱질을 해놓다해서 확인하러 가까이 가려하니 위험하다고 가지말라고 한다. ⓒ 성미산대책위


성미산 주민들의 성미산 사랑, 그 역사는...

주민들은 지금 너무나 힘겹다. 마을공동체라고는 하지만 500여 가구가 함께 마음을 모아서 공사를 막고 있는 형편인데,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도 많다. 그럼에도 하루를 몇 개로 쪼개어서 산을 맡을 당번을 정해 활동하고 있고, 급한 문자가 가면 한걸음에 5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든다.

한 마디로 이들은 요즘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싸움이라고는 해보지도 못했던 엄마들은 벌목 공사 인부들에게서 집에 가서 애나 잘 보라는 욕설을 들으면서 인부들을 따라다니고 있고, 일터에서 잠시 휴가를 내고 산을 지키러 온 아빠들은 사유재산 침해하는 뻔뻔한 인간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전쟁 상황과 같이 매일 24시간 번을 짜서 산을 지키고 있다. 울다 실신하는 사람들도 있을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 성미산 나무에 유난히 집착하고 환경훼손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서울가 성미산에 배수지를 짓겠다며 천여 그루의 나무를 잘랐다. 2년여의 투쟁 끝에 결국 배수지가 필요없다는 것을 밝혀내고 성미산을 지켰던 마을 주민들에게 성미산은 큰 자랑거리였다.

주민들은 황폐해진 산에 꾸준히 나무를 심고 가꿨다. 성미산 주민들 모두가 자신 또는 자녀의 이름으로 성미산에 나무 한두 그루는 가지고 있다. 성미산 숲은 성미산마을공동체의 상징이며 구심점이고, 삶의 터전이며, 삶을 함께해온 친구이다. 이들이 온몸으로 지키는 것은 단지 공사를 방해하려는 머리에서 나온 전략이 아니라 성미산의 생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슴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미산 마을 주민은 홍익재단이 집요하게 나무를 베려하는 이유도 알고 있다. 일단 산을 황페화시켜 버리면 추후에 인허가 과정이나 공사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이미 망가진 산이니 학교를 짓자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환경을 파괴하고 지어야만 하는 건축공사에서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를 알기 때문에 성미산 주민들은 더욱 열심히 산의 훼손을 막는 것이다.

성미산 훼손하는 공사만이라도 일단 중지하라

성미산 마을 주민은 사유지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바라고 벌목을 막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마을에 흘린 괴소문처럼 20억을 요구하며 공사를 훼방 놓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도심의 아름다운 숲을 훼손하고, 인근 주민과 아이들의 통학 안전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대안적 생태 공동체의 가치를 파괴하는 공사를 중지하고 짚어보자는 것이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하지 말자는 것이다.

일단 숲을 죽이는 일을 중지하고 2009년 서울시의 용도변경 승인 과정과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내려진 학교건축승인과정이 정당한 절차와 적법한 근거를 가지고 내린 결정인지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설령 그 과정과 승인 행위에 심각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마포구에 하나뿐인 자연숲 성미산을 훼손하면서까지 학교를 지어야 하는지, 다른 곳에 학교를 짓고 숲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전학까지 불사하겠다는 학부모가 나올 정도로 자녀의 통학 안전권과 건강권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들어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미산 주민들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이처럼 매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양측의 신고로 출두하여 고소와 고발 또는 합의를 제안하는 경찰 이외에는 사회의 제도적 개입이 없다는 것이다.

산의 훼손을 막는 사람들과, 그저 생계로 나무를 베어야 한다는 인부들과의 감정은 서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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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3일 서울시교육청 성미산문화행동의 퍼포먼스 붉은 눈물을 흘리는 퍼포머는 성미산과 주민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 성미산비상행동


"도대체 언제쯤 성미산에 관심을 가져줄 것입니까.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온 기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꼭 누가 크게 다쳐야만 관심 가질 것입니까.
큰 사고가 난 뒤에야 무슨 일이냐고, 왜 그랬냐고 물을 셈입니까.
언제까지 시공사직원들과 지역주민들 간의 위험천만한 힘겨루기응
'강 건너 불구경'할 것입니까.
마포구청은 안전대책이 확보되기 이전에는 도로점용 허가를 내지 말아주십시오.
서울시교육감은 일단 공사를 중단해주십시오.
서울시장은 홍익재단에게 대체부지를 마련해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성미산대책위가 만드는 신문에 정리해서 중복게재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성미산대책위가 만드는 신문에 정리해서 중복게재할 예정입니다.
#성미산 #환경문제 #홍익재단 #서울시 #성미산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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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으로 언론모니터를 시작하여 민언련 모니터부장, 협동사무처장, 사무처장, 공동대표 등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으로 인권 관련 미디어비평을 하고, 매주 일요일 8시 유튜브 <뭉클했슈>를 통해 작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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