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처녀가 이렇게 컸나?

[주말 자전거여행 26] 춘천 '중도'에서 '위도'까지 육지 속 섬 여행

등록 2010.08.01 19:06수정 2010.08.0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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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유원지 의암호 선착장을 왕래하는 배 위에서 바라본 풍경. ⓒ 성낙선


춘천에 갔다 온 게 언제 적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기차를 타든 버스를 타든 춘천까지 가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던 것만은 기억이 남는다. 춘천이 서울에서 동해까지 가는 길의 중간 지점쯤 되는 곳에 있으니 결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하루 만에 다녀오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다.

그 거리가 최근(2009년 7월)에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급격히 짧아졌다. 인터넷에서 소요 시간을 확인했더니, 1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걸로 나온다. 1시간 10분이면 서울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것보다 더 빠르다. 이제는 춘천에 가려고 아침부터 조바심치는 일은 없어지겠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탔다. 터미널에서는 거의 10분 단위로 차가 있다. 경기도 일원을 오가는 웬만한 시외버스보다도 더 배차 간격이 짧다. 차표를 끊는 데 2분 후에 떠난다고 해서 다음 차로 미뤘다. 자전거를 접어 버스에 실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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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유원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잔디밭. ⓒ 성낙선


오늘의 여행지는 춘천이다. 춘천을 호반도시로 만든 의암호까지 가서 그 안에 자리 잡은 섬 중에 하나인 '중도'를 돌아본 다음, 호숫가 동쪽으로 나 있는 자전거도로를 타고 '위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예정이다. 춘천은 1967년 의암댐이 만들어지면서, 안개가 자주 피어오르는 호반도시로 탈바꿈했다.

의암호 호숫가를 달리는 자전거도로는 남다른 풍치를 지녔다. 외형은 일반적인 자전거도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이 길 위에서 바라다 보는 풍경은 춘천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는 동안 내내 의암호와 북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옛날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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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풍경 위 왼쪽) 중도 선착장. 위 오른쪽) 중도 선착장 앞 자전거대여소. 아래 왼쪽) 중도 수상시키장. 아래 오른쪽) 잔디밭 오토 캠핑장. ⓒ 성낙선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선착장까지는 자전거로 10~20분 정도 걸린다. 선착장 가는 길에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없어 인도나 도로를 타야 한다. 의암호 방향으로 언덕을 하나 넘어 계속 직진을 하다 보면 길가 오른쪽에 중도 관광유원지라고 적힌 입간판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도(정확한 지명은 하중도다) 유원지는 MT나 야유회, 체육대회 장소로 유명하다. 요즘은 대세가 오토캠핑이다. 차를 타고 들어와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중도에도 자전거도로가 있다. 하지만 섬 외곽을 돌아볼 수 있는 자전거도로 길이가 지금은 2km 정도에 불과하다. 순전히 자전거만 타러 들어오기에는 경비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 그 점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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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자전거도로 2km가 채 되지 않는 길이. 섬에서 진행중인 공사로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 성낙선


요즘 강이 있는 곳치고 조용한 곳이 별로 없다. 북한강 강줄기에 떠 있는 중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섬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량의 고대 유적이 출토되면서 이곳에서 진행 중이던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적이 출토되기 전에는 이곳에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관광레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섬 전체를 대규모 호반공원으로 새로 꾸민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유적 조사 결과, 이곳에서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부터 시작해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유적이 발견되면서 애초 계획에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은 섬의 절반이 출입 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다. 그러니 섬이 갑자기 비좁아졌다 해도 불평을 늘어놓을 일은 아니다.

기왕에 중도까지 들어갔다 나올 생각이라면 텐트를 치고 하룻밤 야영을 하면서, 섬 안 풀장이나 호숫가 수상스키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텐트가 없으면 호숫가 펜션을 이용할 수도 있다. 뱃삯은 5300원. 여기에 자전거를 배에 싣는 데 추가로 1000원을 더 내야 한다. 야영비는 별도. 섬 안에 자전거는 물론, 네발오토바이 같은 탈 것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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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 유원지 자전거도로 연일들이 함께 자전거타기에 좋은 곳. 아래 왼쪽) 중도 선착장에서 MBC로 올라가는 길. 아래 오른쪽) 자전거도로 입구. ⓒ 성낙선


중도에서 나오면 춘천 MBC 쪽으로 산책로가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길은 춘천MBC를 지나, 공지천공원으로 이어진다. 이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때는 산책을 나온 시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끔 조심해야 한다. 본격적인 자전거도로는 공지천 유원지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지천공원에서 공지천교를 넘으면 왼쪽 공터에 자리 잡은 자전거대여소가 보인다. 자전거대여소 뒤로 주차장이 있고, 그 왼쪽에 녹색 자전거도로가 호수 안쪽으로 곧게 뻗어 있다. 자전거도로로 들어서기 전에 먼저 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살핀다. 이곳에서 소양2교를 건널 때까지는 편의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자전거도로는 오른편으로 단풍나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호위하듯 열을 지어 서 있는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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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처녀 동상 생각 외로 '거대한' 모습에 조금 놀랐다. ⓒ 성낙선

소양2교 못 미처 강 안쪽으로 거대한 동상이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소양강 처녀 동상이다. 앳된 처녀가 치마 한쪽을 말아 쥔 채 강바람을 맞고 서 있다. 예전엔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그 앞에 즉석에서 국민애창곡인 '소양강 처녀'를 들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애절한 곡조와 노랫말이 동상의 눈빛과 잘 어울린다.

의암호 자전거도로는 호숫가 풍경이 참 아름답다.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길에서 정작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소양2교 양편의 널찍한 자전거도로다. 지금까지 전국의 많은 다리를 건너봤지만 이렇게 넓고 쾌적한 자전거도로는 처음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최대한 배려한 다리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정말 마음에 든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다시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흰색 페인트를 칠한 울타리가 돋보인다. 쇠줄을 이용하지 않고, 나무 막대를 이용해 울타리를 세웠다. 나름대로 꽤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목장에나 있을 법한 울타리가 호숫가에 서 있는데도 썩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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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2교 위) 자전거도로 위에서 바라본 소양 2교. 아래 왼쪽) 소양 2교 위 널찍한 자전거도로. 아래 오른쪽) 소양2교 넘어 다시 이어지는자전거도로. ⓒ 성낙선


주변 풍경도 꽤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지루할 틈이 없다. 옥수수를 심은 텃밭이 있고, 연꽃 재배지가 있는가 하면, 나뭇가지가 하늘을 덮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도 있다. 이 부근에서는 산책을 하러 나오거나 자전거를 타러온 시민들과 꽤 자주 마주친다.

소나무 숲길 옆에 자그마한 놀이동산(육림랜드)이 있다. 길 옆으로 풀장이다. 수영복 차림을 한 아이들이 여럿이 미끄럼틀 위에 올라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선가 놀이기구를 타는 듯하는 아이들의 함성 소리도 들린다. 그늘이 짙은 소나무 숲길에서, 나무 둥치 사이로 내려다보는 놀이동산이 꽤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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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길 소나무 숲 사이를 빠져나가는 자전거도로. 시원하기도 하거니와 공기가 무척 맑고 깨끗하다. ⓒ 성낙선


숲길로 들어서기 직전 제방 아래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섬은 '춘천모터파크'다. 섬까지 시멘트 다리가 놓여 있지만, 특정한 용무가 없는 사람은 출입금지다. 언제 어느 때 자동차 경주대회 같은 것이 열릴지 모르기 때문에 일반인이 출입하기에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놀이동산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춘천인형극장이 나오고 왼쪽으로 또 하나의 섬이 나타나는데 그 섬이 바로 '고슴도치섬'이라는 애칭이 붙은 섬, 위도다. 섬의 맨 아래 쪽으로 신매대교가 지나간다. 다리 위에 위도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열려 있다. 이 다리가 놓이면서, 위도는 배를 타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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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섬, 위도 가는 길 위 왼쪽) 위도 가기 직전에 나타난 한 쌍의 반사경. 위 오른쪽) 이제는 이름만 남은 옥산포나루터. 아래 왼쪽) 신매대교 위 위도 글어가는 길. 아래 오른쪽) 위도를 지나 한참을 더 올라간 뒤에 나타난 자전거도로 끝. ⓒ 성낙선


위도 역시 중도와 마찬가지로 가족 단위 야영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숲이 우거져 산책하기에 좋고, 물가에서는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곳 역시 공사 중이다. '춘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한창 공사를 벌이고 있단다. 자연히 공사 관계자 외 출입금지다. 출입구에 '2010년 하반기까지 부득이하게 문들 닫게' 되었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고속도로가 놓이면서, 서울에서 춘천까지 고속으로 가닿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춘천이라는 도시 자체가 '고속'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앞으로 춘천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이번 여행이 어쩌면 춘천의 '과거'를 기억하는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지천교에서 시작하는 자전거도로 길이는 약 1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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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위도를 지나 계속 북쪽을 향해 올라가는 자전거도로에 바라본 강변 풍경. 개발이 덜 진행된 상태의 강변 풍경이 남아 있다. ⓒ 성낙선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22일에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7월 22일에 다녀왔습니다.
#춘천 #의암호 #중도 #위도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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