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YS' 김태호, '경남의 아들'로 대권기회 잡을까

[정치 톺아보기] 트위트로 본 김태호 총리후보자

등록 2010.08.12 21:19수정 2010.08.1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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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총리내정자의 트위터 한 달여 동안 그가 올린 트위트는 4개뿐이지만,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지금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 걱정입니다. 단디 챙기시길 바랍니다."

김태호 총리후보자가 10일 저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가 올린 트위트에서 재난을 걱정하는 애민(愛民) 정신이 물씬 느껴진다고 하면 과한 걸까? 벌써부터 점퍼 차림으로 재난 현장에 나타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

김 총리후보자는 초보 트위터 사용자다. 지난 7월 1일 hohodamo(호호다모)라는 이름으로 트위터에 계정을 처음 개설했다. '호호다모'는 "김태'호'를 좋아하는('好') 사람 '다' '모'여라"라는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김태호 팬클럽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7월 1일은 두 번째 경남도지사 임기를 마친 다음날이다. 그날 올린 첫 번째 트위트에는 공직에서 해방된 자유에 대한 설렘이 담겨 있다. 

"아 자유, 이 설레임... 청바지에 티 하나 걸치고 세상을 거침없이 달리고 싶다. 새로운 에너지, 대중속으로 민중속으로 국민속으로 모든 것이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을 위해 나를 던져보련다."

개설 한 달여 동안 4개뿐인 트위트... 그러나 '조만간 좋은 일 많을 것' 의미심장

그러나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당시에 이미 총리 자리를 내락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의 정황과 핵심측근 인사들의 동향을 보면 안상근 전 정무부지사, 최기봉 전 비서실장, 김민수 전 정무보좌관 등 핵심측근 3인이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개각 발표에 대비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의 대학(서울대 농업교육학과) 1년 후배인 안 전 부지사는 김 후보자가 선거를 도왔던 이강두 당시 민자당 후보의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은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실장은 김 후보자가 거창군수 때 군청 직원으로 만나 경남도청에서 지사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민수 전 보좌관은 지방지 기자 출신으로 2005년 김 후보자가 보좌관으로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말~7월초에 상경한 이들이 지인들과 나눈 트위트를 보면 '조만간 좋은 일이 많을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들이 있다. 7월 1일 계정을 개설한 김 후보자가 한 달여 동안 올린 트위트는 4개뿐이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것 말고 다른 2개의 트위트는 이렇다.

"난생 처음 부모님 모시고 백두산 등정 설레임 그 자체. 더욱 가슴속 감동은 버스 이동 중 반주 없이 부른 아버지의 음정박자 다 틀린 방랑시인 김삿갓, 아직도 가냘픈 처녀같은 어머니의 비 내리는 고모령. 모시기 잘했구나.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 같다." (7월 8일)

"총리 내정 첫날, 길가는 할머니 한 분이 유심히 날 보시고는 다가오셨다. 그러고는 "우리딸이 TV 보면서 저 사람 덧니 빼고는 다 잘 생겼네" 라고... 사실은 덧니가 매력인데...ㅎㅎ" (8월 8일경)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트위터 활동과 엄청난 친화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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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수의 아들' 김태호 대다수 언론은 그의 의도대로 '소장수의 아들'임을 부각시켰다. ⓒ 다음 화면 캡춰


윗글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 부모님을 모시고 백두산 여행을 다녀온 소회를 담았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 올린 아랫글은 총리 내정 발표 첫날 자신을 알아본 어떤 할머니가 본 첫인상을 담았다. 트위트를 접한 사람들과 국민(특히 여성)에게 '첫인상이 좋은 효자 총리'라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가 트위트 활동을 활발히 했다면 이런 의심을 가질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가 총리자리를 내락 받은 상황에서 한 달여 동안 올린 트위트는 4개뿐이다. 그런데 그 4개가 각각 분명하면서도 응축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트위터 활동임을 추정할 수 있다.

총리 내정 발표 이후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는 자신이 '소장수의 아들'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부각시켰다. 청년실업으로 실의에 빠진 20~30대에게 희망을 주는 인사라는 자평도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서면서 자신은 '케냐 염소지기의 아들'이라고 출신배경의 정체성을 드러냈던 오바마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오바마가 미국이 기회의 땅임을 강조한 것처럼 한국도 기회의 땅임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본인의 '대권기회'를 잡기 위한 계산된 주도면밀함과 강렬한 권력의지가 엿보인다. 그의 강인한 권력의지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마당발'에다가 친화력까지 있다. 그래서 무섭다.

그는 젊지만 기본적으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형 인간임을 알 수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9일자 보도에서 김 내정자의 친화력에 대해 "형님이 800명, 아버님이 1천명"이라고 썼다. 도지사 재임 시절에는 수출탑 유공 시상식 등에서 수상한 기업인을 번쩍 업거나 큰절을 올리는 퍼포먼스성 스킨십으로 화제를 뿌렸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만찬에서도 "경남의 아들을 잊지 말아 달라"

김태호 전 경남지사 ⓒ 경상남도

'정탄주'(정을 담은 폭탄주)라고 부르는 '세숫대야 화합주'도 김 내정자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다. 김 내정자는 술자리를 파할 때 남은 술을 모두 한 대야에 붓고 이를 여러 명이 나눠 마시는 '세숫대야 화합주'를 마다하지 않는 두주불사형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권력의지는 중학생 시절부터 책상머리에 '나의 목표는 대통령'이라고 써 붙이고 자기 최면을 걸었던 '부산-겡남의 아들' YS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실제로 정치권에서 특정 계파 보스의 핵심 측근을 지칭하는 '좌○○ 우□□'의 원조격인 '좌동영'의 집에서 하숙하면서 어깨너머로 YS식 정치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좌동영 우형우'라는 표현처럼 김동영 전 정무장관은 최형우 전 내무장관과 함께 각각 YS의 왼팔과 오른팔로 불렸다. 김 내정자는 학창 시절에 부친의 친구인 김동영 의원 집에서 기숙하면서 선거도 돕고 많은 정치권 인사들을 접했는데, YS의 둘째아들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최연소 국회의원' 김영삼에게 따라다니는 '최연소'도 그와 닮은꼴이다.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재선)라는 그의 화려한 경력과 '경남(부산)의 아들'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그는 도지사 퇴임사에서도 "저는 영원한 경남의 아들입니다"라고 강조했고, 퇴임 전날 마지막 만찬에서도 화합주를 돌리며 "경남의 아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역설했다.

김 후보자는 이미 지난 1월 도지사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대권 도전 의지도 함께 밝혔다. 하지만 그의 대권 도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가깝게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넘어야 하고, 정권 후반기 총리로서 역할 수행이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 더구나 그에게 중앙정치 무대는 처음이다. '인턴총리'이자 '초짜 정치인'인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겁나게' 많다.
#트위트 #김태호 #호호다모 #김영삼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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