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끓는 젊음을 살다

카레이서 김종란

등록 2010.08.29 13:30수정 2010.08.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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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가슴 쿵쾅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레이서 김종란씨와 자동차 엔지니어인 이강범씨, 그리고 대학원생 안재규씨입니다.

이들은 가는 길이 다른 사람들이 같이 뭉쳤었지요. '아프리카 차량 종단팀'을 꾸렸던 것입니다. 지난 2009년 1~2월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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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이 있는 케이프반도에서 좌로 부터 이강범, 김종란, 진윤석, 안재규 그리고 사막을 함께 달렸던 랜드로버 ⓒ 이안수


종란씨는 39세의 여성 카레이서입니다. 자동차가 좋아 자신의 애마인 '덩키'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모든 월급을 잘 모았다가 1년에 두어 번 자동차경주에 참가하기위해 몽땅 털어 넣습니다.

그녀는 이처럼 자동차경기장의 서킷(circuit)이나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사람입니다. 청춘과 돈과 결혼은 물론 목숨까지도……. 부모님은 노처녀의 딸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그녀가 가정을 가지고 평범한 여자로서의 행복에 관심을 갖도록 마음을 돌려보려는 10여년의 노력에 마침내 백기를 들고만 것입니다. 이제 그녀가 가는 길을 함께 즐기는 동반자로 변했습니다. 간혹 그녀가 모는 자동차의 아찔한 주행에 동승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니까요.

종란씨와 동갑인 이강범씨는 자동차라면 선반으로 쇠를 깎아 그만의 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해박한 사람입니다. 카레이싱에 있어서 엔지니어는 필수. 그래서 종란씨와 한 팀이 되어서 서킷의 코너나 오프로드에서 지내온 것이 9년째입니다. 종란씨는 카레이서 드라이버로, 강범씨는 레이스카의 엔지니어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동차만을 지극히 사랑해온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의 소원은 정해진 서킷대신 아프리카의 사막과 초원, 길 없는 지구의 맨살을 질주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각종 대회의 비용을 절감하고 바이탈 사인(vital sign 활력 징후 : 사람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호흡, 체온, 심장 박동 등의 측정치)만 작동할 만큼의 최소 비용으로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각자 1천만 원씩을 모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돈으로는 태부족. 그래서 팀원 한 명을 더 합류시켰습니다.

그 사람이 부산의 대학원생, 안재규씨였습니다. 두 사람보다는 10살 아래인 안재규씨는 대학을 등록금 한번 내지 않고 장학금으로만 다녔고 그 돈들을 모아 이 아프리카의 대지를 질주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일찍 아프리카로 진출하여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생활하고 있는 또 다른 젊은이인 진윤석씨의 도움으로 오프로드용 랜드로버를 구매하고 그 모험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이들이 한 달간 남부아프리카에서 질주본능을 채운 마지막 날 케이프타운에서 저와 조우했습니다.

진윤석씨의 안내로 우리는 케이프타운에서 하루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미비아의 사막을 달렸던 그 애마로 대서양과 인도양의 경계 해안을 달려 희망봉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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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과 인도양의 경계에서 ⓒ 안재규


그리고 다음날, 저는 나미브사막으로 떠나고 그들은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귀국 후 저는 그들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서로의 일상이 재회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안재규씨로 부터 그들의 근황을 알 수 있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안수 작가님! 벌써 1년 하고도 7개월 전이네요. :D 한국에 돌아온 후로 헤이리에 꼭 한번 들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실천하기가 쉽지 않네요. 잘 지내시죠?  모티프원 홈페이지를 통해 간간히 이작가님 사시는 얘기는 듣고 있습니다.

저는 석사를 마치고 지도교수님의 연구 과제를 잠시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한민국 20대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취업 문제는 저 또한 비켜가지 않네요. 하하하 제 성격이 그래서인지 몰라도 남들처럼 조급하지는 않네요. 태평천하일지도...;;; 주위에선 뭐 믿고 그러고 있느냐고 그러죠. 다른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있는데……. 잘 될 거라고 믿습니다. :)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한번 모티프원에 소풍가겠습니다.

+. 아프리카를 함께 달렸던 종란누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이고, 강범형은 나미비아에서 올 봄에 돌아와 경기도 광주에서 자동차 공장을 오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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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봉 해변에서의 네 젊은이 ⓒ 이안수


저는 오늘 아침 종란씨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 요즘, 오프로드 라이딩을 즐겼던 파주의 법원리는 안오시나요?
"지난해 8월 폭우 뒤 춘천의 백양리와 가정리를 잊는 오프로드 코스인 한치령을 오르다가 집중호우로 길이 물러져서 길이 무너지는 사고로 덩키가 길 아래로 굴렀습니다. 열린 창문으로 저는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자동차 시동은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윈치winch를 사용해 자동차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차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그 덩키는 강범씨의 손이 아니면 정상을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강범씨는 2009년 아프리카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나미비아 빈툭으로 되돌아가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받고 지난 4월에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광주에 자동차 공장을 오픈해서 시합용 자동차와 캠핑 트레일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언제 재회가 가능한가요?
"강범씨 손에 맡겨졌던 덩키가 마침내 다음 주에 퇴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첫 라이딩을 모티프원으로 가겠습니다."

-'여전히' 결혼에는 관심이 없고?
"'여전히' 자유롭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모험이 부재한 시대에 피가 식은 젊은이들을 만나면 아프리카 남아공 남서쪽 끝단,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Bartolomeu Dias는 '폭풍의 곶Cape of Storms'이라고 불렀고, 포르투갈 왕 주앙 2세는 카부 다 보아 에스페란사(Cape of Good Hope 희망의 곶)라고 불렀던 희망봉에서 칼바람을 함께 맞았던 네 사람, 카레이서 김종란, 엔지니어 이강범, 대학원생 안재규, 아프리카 개척자 진윤석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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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관련내용 바로가기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용기다. | http://motif_1.blog.me/30070890465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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