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제철소 유혈사태, 포스코는 나 몰라라?

안티 포스코 그룹 "건립 반대 주민 늘어... 프로젝트 철회할 때까지 투쟁"

등록 2010.09.09 12:01수정 2010.09.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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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NDTV 5.15 사건 보도 화면 ⓒ NDTV

인도 NDTV 5.15 사건 보도 화면 ⓒ NDTV

탕! 탕! 요란한 소리, 곤봉으로 내려치는 경찰들. 구타에 가담하는 그 숫자가 갈수록 늘어난다.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 돌멩이를 손에 쥔 모습도 보인다. 화면 왼쪽 상단에 'ANTI-POSCO AGITATION(안티 포스코 시위)'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인도에서 유명한 뉴스 전문 채널인 <NDTV>의 보도 화면이다.

 

'뉴스X'란 프로그램 보도 화면에서도 '안티 포스코'가 '뜬다'. 소총을 들고 정렬한 경찰들이 살벌하고, 카메라 앞에서 펄럭이는 옷가지의 핏자국이 선명하다. 또 다른 동영상은 앞서 뉴스화면들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집단구타 과정은 물론, 경찰이 시설물에 불을 지르는 모습까지 눈에 띈다.

 

모두 유튜브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한 영상들. 지난 5월 15일 인도 오리사주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담고 있다. 당초 글로만 접했던 상황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그날 인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 구체적인 정황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사건이 발생한 지 꼭 열흘째인 5월 25일.

 

5·15 사건으로 인도제철소 갈등 새로운 국면

 

 

"포스코 제철소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현지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2명이 중상을 입고 100여 명이 부상당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최루탄뿐 아니라 실탄까지 사용하고 심지어 부상 시위대에 대한 의료지원까지 차단했다고 한다."

 

당시 (사)기업책임시민센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국제민주연대, 민주노총, 다함께, 좋은기업센터, 참여연대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제철소 건립과정에서 나타난 현지 주민과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건립 예정 지역 일부 주민들의 반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2005년 6월 포스코가 인도 오리사주와 제철소 건립에 합의한 이후, 찬반 주민 사이에 갈등이 상존하는 상태였으며 그로 인한 유혈 충돌도 여러 번 있었다. 이에 따라 국제 시민사회도 늘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이 바로 오리사주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반대 주민들이 대규모로 충돌한 것이다. 1500명의 경찰이 투입됐고, 시위대 규모는 3500명이었다고 한다. 그 중 상당수가 여성과 노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실탄 사용 의혹이 제기될 만큼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된 것이다. 국내 언론의 침묵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포스코 반대운동 연대그룹 활동가 이메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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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NDTV 5.15 사건 보도 화면. 최루탄을 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NDTV

인도 NDTV 5.15 사건 보도 화면. 최루탄을 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NDTV

그렇다면, 인도 현지 분위기는 어떠할까. 포스코 인도제철소 건립 반대운동을 소개하는 사이트(http://stoposco.wordpress.com, 아래 '스톱 포스코')를 보면, 한국과 인도의 '온도차'가 실감이 난다. 현지 언론 보도자료는 물론 반대 단체들의 성명서, 관련 사진들이 빼곡하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현지 상황을 직접 듣기 위해 '스톱 포스코' 측과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답변을 보낸 이는 포스코 반대운동 연대그룹 소속 활동가인 A씨. 혹시 있을지 모르는 피해를 감안해 답변자의 신상은 밝히지 않기로 한다.

 

우선 '스톱 포스코'와 관련하여 A씨는 "포스코 이슈에 대응하는 각 그룹 연대활동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블로그"라며 "포스코 프로젝트 반대 투쟁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게시물 신뢰도에 대해서는 "대부분 보도됐거나 현장에서 보고된 것이며,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PPSS(포스코 반대단체) 성명서 역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라며 "때문에 모든 정보들은 정확하다 할 수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찬성 주민 반대로 돌아서"... "프로젝트 철회할 때까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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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포스코' 블로그에 게시된 5.15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들 사진 ⓒ stoposco.wordpress.com

'스톱 포스코' 블로그에 게시된 5.15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들 사진 ⓒ stoposco.wordpress.com

가장 궁금했던 것은 포스코 반대운동이 인도 현지에서 어느 정도 이슈인가 하는 것. A씨는 "가장 큰 외국인 투자사업으로 인도에서 중요한 이슈이며, 주민 반대 운동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된 경우도 드물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철소 건립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특히 주목할 만했다. A씨는 "7개 마을 3000가구 이상이 포스코 프로젝트 영향을 받는데, 건립 찬성 주민들이 만든 단결행동위원회(UAC, United Action Committee)조차 최근 보상안에 분개하는 상황"이라며 "UAC 일부 그룹이 건립 반대로 돌아서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A씨는 "투쟁계획을 공개적으로 언론에 밝히기는 곤란하다"면서도 "그러나 확실한 것은 포스코가 프로젝트를 철회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A씨는 "중요한 점은 주정부가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려고 다양한 억압 전술을 사용했다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A씨의 설명대로라면 '5·15 사건'과 같은 대규모 충돌의 재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포스코가 현지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유혈 충돌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포스코 측에 서면 질의를 통해 답변을 요청했다(상자 기사 참조).

 

정준양 회장 "글로벌 초일류 기업, 먼저 윤리 경영"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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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정준양 회장의 'CEO 메시지' ⓒ 포스코 홈페이지

지난 6월 2일 정준양 회장의 'CEO 메시지' ⓒ 포스코 홈페이지

그러나 포스코 측은 "해당 이슈는 오리사주정부와 관계된 사안으로 포스코는 개입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주정부와 현지 NGO 및 반대세력 간의 일을 포스코에서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는 이유를 들어 답변하지 않았다.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포스코임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이다.

 

또한 포스코는 앞선 기사(대통령까지 나선 포스코 인도제철소, 좌초 위기?)를 통해 "제철소 건립 지역 주민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으나, 일부 개발 반대론자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 주민들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A씨의 설명과는 상반된다. 분명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윤리경영3.0'을 통한 윤리적 기업문화의 굳건한 기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에서 제철소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피투성이가 된 5월 15일, 불과 보름 후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CEO 메시지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윤리경영 3.0의 '가치판단과 행동기준'인 포스코 윤리규범 제5조는 포스코가 인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기업시민으로서 국가 정책과 제반 법규를 존중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지역사회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지역사회와의 공동 번영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인권, 환경, 문화 및 경제 등과 관련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와 현지국의 법규 및 회계기준 등을 준수한다."

 

포스코 서면 질문 요약

01. 포스코는 인도제철소 건립 반대단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stoposco.wordpress.com)를 알고 있는지, 또 그렇다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더불어 블로그 게시물의 신뢰도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02. '스톱 포스코'측은 인도제철소 건립 반대운동이 현지에서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더불어 현지 주민들의 반대운동이 무척 오랫동안 지속된 특수한 경우란 점도 강조했다. 이와 같은 의견에 동의하나.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03. 오리사주정부가 다양한 억압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스톱포스코'측 주장은 사실인가. 제철소 건립 반대 주민에 대한 오리사주정부의 정책을 포스코는 신뢰하고 있는가. 어떻게 평가하는가.

 

04. '5.15 사건'을 포스코는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일어난 유혈사태란 주장에 동의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05. 제철소 건립 반대단체들은 포스코 프로젝트를 철회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5.15 사건'과 유사한 유혈사태가 또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현재 포스코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06. 최근 제철소 건립에 찬성했던 주민 일부가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 '스톱포스코'측 설명이다. 사실인가.

 

07. 제철소 건립 반대 주민에 대한 포스코의 기본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또 그런 입장을 현지에 반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오리사주정부와는 어떻게 협조하고 있나.

#포스코 #인도 #제철소 #윤리경영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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