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앞바다서 가을의 전설 '삼치'를 낚다

최악의 기상 속에서 펼쳐진 삼치잡이 이야기

등록 2010.09.13 15:10수정 2010.09.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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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 삼치가 낚시에 물려 올라오고 있다. ⓒ 심명남


"왔어"


"그래 한마리, 두 마리, 와~ 많다 많해." 

20~30m를 끌어올렸을까, 드디어 낚시가 달린 세미줄이 보였다. 낚시에 물린 삼치가 물위로 뜨며 우리를 쪼려본다. 고놈 눈이 보통이 아니다. 반가운 삼치다.

"드륵 드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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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삼치낚시에 물린 삼치를 풀고 있다. ⓒ 심명남


원줄에서 느껴지는 삼치의 손맛은 제법 묵직한 진동에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삼치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 시구 들어간다. 절씨구시구 들어간다"


삼치를 보자 한 일행이 기쁨에 겨워 절로 노래를 읊조렸다.

맛과 힘의 상징, 가을의 전설의 '삼치'

바야흐로 무더운 기운을 몰아내더니 문턱에 바람 넘어가듯이 소리 없이 계절은 가을로 바뀌었다. 농촌 들판에는 벼가 주렁주렁 열매가 맺혀 주황빛으로 물들어 가고, 황금빛 바다에도 어김없이 가을을 몰고 온 반가운 어종들이 있다. 바로 힘세고 차진 삼치. 가을의 전설 삼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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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는 바로 낚아 올려 얼음에 냉동시켜야 신선도가 최고다. ⓒ 심명남


삼치는 지방의 함량이 많지만 EPA·DHA 등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어종으로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예방에도 좋다.

특히 삼치에 풍부하게 든 DHA는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성분으로 학습능력향상과 기억력이 좋다고 알려졌다.

삼치는 몸길이가 길고 날렵해 창모양으로 구부러진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육식성 어종으로 멸치떼나 까나리를 먹어 치운다. 삼치의 특징은 부레가 없고 성질이 급해서 낚이자 마자 바로 죽는다. 한눈에 보면 등 쪽에는 회색빛 청색을 띠며 배 쪽은 은백색의 광택을 띤다.

또한 봄, 여름에는 산란과 먹이섭취를 위해 연안 또는 북쪽으로 이동하고, 가을, 겨울에는 월동하러 남쪽으로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이다.

가을 포구에 갈바람이 불어온다. 서풍으로 불리는 갈바람은 비와 바람을 동반한 변덕스러운 바람이나 어부들에겐 고기를 몰고 오는 반가운 바람이다. 이맘때 삼치는 성어가 된 멸치떼를 잡아먹기 위해 연안으로 몰려든다. 배고픈 삼치떼가 본격적인 먹이사냥에 나선 것이다.

섬에서 삼치떼가 왔다는 반가운 소식에 일행들은 급히 삼치잡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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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항에서 출발한 배는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며 안도와 연도 앞바다를 향했다. ⓒ 심명남


지난 12일 1박 2일 일정으로 소호항에서 배를 탔다. 출발한 배는 시속 40노트의 속력으로 안도와 연도 앞바다로 쏜살같이 달렸다. 당일 오후에 도착해 삼치 낚시를 했으나 허탕을 쳤다. 이내 다음날 새벽 4시 여명이 트기도 전에 또다시 출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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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기상이 좋지 않았지만 삼치낚시는 계속되었다. ⓒ 심명남


이날은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하늘이 한번 울고 두 번 웃었다. 새벽에는 날씨가 맑더니 이내 우박 같은 폭우를 쏟아 부었다. 이후 또 날씨가 개고 햇빛이 쨍쨍 내리 쫴더니 태풍이 오듯이 거친 파도가 몰아쳐 연신 우리를 괴롭혔다. 삼치잡이를 나선이래 최악의 기상이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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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리다 맑다를 계속하더니 이제 거친 파도가 몰아쳤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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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배는 심하게 흔들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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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채만한 파도가 배를 덮쳤다. ⓒ 심명남


바다 한 가운데, 동 트는 여명에 넋을 잃다!

밤 바다에 여명이 트기 시작해 새벽이 지나니 세상을 깨우는 아침이 밝아 온다.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일출에 일행들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바닷속에서 해가 떠오르고 동이 트는 찬란한 바다를 배경으로 우린 기념사진을 찍느라 잠시 삼치잡이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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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여명이 떠오르는 가운데 거무튀튀한 구름뒤로 찬란한 해살이 빛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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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떠오르는 신새벽 일행이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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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너머로 어선이 지나가는 가운데 해가 떠오르고 있다. ⓒ 심명남


동이 트는 광경은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내 온 세상이 밝아지더니 주위에 어느새 삼치잡이 배들이 마구 몰려든다. 삼치잡이는 동이 튼 후 약 2~3시간 정도와 해질녘 2시간이 가장 피크다. 이때가 먹이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치를 잡으려면 아침 물때를 놓쳐선 안 된다. 일행중 형님 한 명은 삼치를 잡기 위해 새롭게 삼치잡이 어장을 꾸몄고 이날을 위해 1년을 기다렸다.

선장의 지시에 따라 드디어 채낚기 삼치잡이 어장이 시작되었다. 한꺼번에 3m 간격으로 50~60개의 낚시에 루어가 묶여 있는 삼치잡이 어장이 바다로 쏜살같이 빨려 들어간다. 삼치낚시는 시속 3~4노트의 속력으로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낚시가 땅에 닿아 걸리지 않고 배가 움직이면 낚시가 뺑글뺑글 돌면서 고기를 유인하기 때문이다.

이때 성질 급한 삼치가 웬 떡이냐며 덥석 낚아채는 날이면 그땐 이미 그대로 낚시에 걸리도록 돼 있다. 삼치낚시는 고기떼로 오인해서 잡는 유인낚시이다. 이날 한꺼번에 여섯 마리의 삼치가 물려서 올라오는 손맛에 손이 아플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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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설 삼치 2마리가 채낚시에 물려 올라오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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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가 찬 오동통한 삼치가 배가 잔뜩 불렀다. ⓒ 심명남


우리 주위의 배에서도 삼치를 자주 낚아 올렸다. 뱃머리 앞으로 보이는 금실 좋은 부부가 삼치를 낚아 올리느라 행복에 겨워있다. 저 맛에 삼치잡이 부부는 시름을 잊고 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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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실 좋은 부부가 삼치를 낚아 올리고 있다. ⓒ 심명남


한참 잡아올린 삼치가 제법 씨알이 굵다. 삼치잡이에 열중할 무렵 이번에는 큰 것이 물었다며 급히 어장을 끌어올린다. 한참을 올리는데 갑자기 "앗"하는 탄식소리가 들린다. 굵은 삼치의 날카로운 이빨이 원줄을 물어뜯었는지 다 올라와서 그만 원줄이 뚝 끊어져 버린 것이다. 이후 어장 정비를 위해 뭍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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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DHA가 많아 자라나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삼치는 양념용 간장으로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 심명남


일행은 낚은 삼치를 썰어 아침을 대신했다. 낚자 마자 얼음에 바로 저장한 삼치는 된장밥보다 삼치용 간장양념으로 먹어야 제 맛이다. 이미 간장에 마늘, 청량고추, 양파 등을 다져 만들어간 소스는 정말 환상적인 궁합이다. 입에서 샤르르 녹는 고소함이 깃든 삼치 맛,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는 일행의 한마디는 짧고 간단했다.

"나 이 맛에 산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기사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기사 이어집니다.
#삼치잡이 #삼치 #여명 #연도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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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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