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만난 MB "할 수 없는 것 너무 요구하면 갈등 생겨"

청와대-민주당, '소통'하려다 '불통'만 확인?

등록 2010.09.28 23:47수정 2010.09.2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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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 청와대

한 자리에 있었지만 여전히 거리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야당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들이 함께 모여 술잔까지 부딪혔지만 4대강 사업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이견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교섭단체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간 소통이 부재하단 평가를 받았던 청와대와 야당 간의 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엿보였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각 테이블을 골고루 돌며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막걸리를 따라 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선도했다. 만찬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홍재형 국회부의장, 박지원 원내대표,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 우윤근 법제사법위원장,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 변재일 교육과학기술위원장, 최인기 농림수산식품위원장)들도 덕담을 통해 이에 부응했다.

 

그러나 주고 받는 건배사와 답사엔 '뼈'가 있었다. 무엇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대북 쌀 지원 ▲기습폭우 수해지역 특별재난지역 선포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및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선언 ▲국회 4대강 사업 검증특위 구성 ▲민생예산 확충 ▲SSM(기업형 슈퍼마켓)법의 조속한 통과 등 '야당의 요구'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박지원 "4대강 사업, 임기 내 모두 마치려는 것 무리다"

 

박 원내대표는 대북 쌀 지원 문제와 관련, "쌀값 폭락과 재고량 급증에 농촌은 어려운데 정부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 심지어는 동물사료용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촌을 살리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40~50만톤 규모의 쌀을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 요구는 현명한 결단"이라면서도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위해 (정부가)한발 앞서 전격적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를 선언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다음 달 4일부터 열릴 국정감사에서 '핫이슈'로 꼽힐 4대강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도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4대강 사업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임기 내에 4대강 공사를 모두 마치려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아울러 "과도한 보 건설과 준설을 조정하고 예산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먼저 국회에 4대강 사업 검증특위를 구성해서 토의하고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도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채소 값이 폭등한 이유 중 기후변화 탓도 있겠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채소경작지가 많이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라며 박 원내대표의 건의에 힘을 실었다.

 

이명박 "여당이 일할 수 있게 분위기 조성하는 것도 야당의 몫"

 

28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야당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들이 함께 모여 술잔까지 부딪히며 대화를 나눴다. ⓒ 청와대

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답변도 '뒤끝'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 야당 때의 경험을 잊거나 야당이 여당 때의 경험을 무시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여·야가 전략적으로 반대할 순 있지만 국가의 핵심사항에 대해선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국정협조'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현안을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서로 대화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며 "특임장관과 정무수석, 대통령실장 모두가 3선 이상의 중진 의원인 만큼 앞으로 (야당과의)소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북 쌀 지원·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야당의 다른 생각을 '오해'로 깎아내린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면서도 "그러나 할 수 없는 것을 너무 요구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권을 잡으면 여당이 일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야당의 몫이라고 본다"며 "앞으로 사심 없이 국정을 펴나갈 것이고 명실상부한 공정사회를 구축해 선진국의 토대를 닦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의 건의에 대통령이 동문서답식으로 피해나간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여성가족부의 명칭을 여성청소년가족부로 변경하자'는 최영희 위원장의 건의에만 긍정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 답변 이후 민주당 참석자들의 반응을 전하는 것은 삼갔다. 청와대 초청으로 이뤄진 행사인 만큼 '손님'이 품평을 하는 것은 관례도 아니고 적절치 않단 설명이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동안 청와대의 초청을 거절하고 가지 않았던 청와대 만찬에 야당 국회 지도부가 참석한 것 자체는 '소통의 출발'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며 "박지원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상생정치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그런 맥락에서 이번 만찬을 봐달라"고 덧붙였다.

2010.09.28 23:47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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