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론 G2O, 서울서는 미중간 무역전쟁만 있을 뿐"

[G20 세미나] 금융자본가 영향에서 못 벗어나 한계... 금융개혁 구상도 의지도 안보여

등록 2010.09.30 18:07수정 2010.09.30 18:07
0
원고료로 응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 청와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 청와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G20 정상회의가 자국 이익에 따라 회원국간 공조가 흔들리면서 실효성 논란과 함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서울서 열리는 5차 회의는 당초 안건으로 거론돼 왔던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등의 의제에 대한 합의는커녕, 자칫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과 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마당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또, G20 정상들이 지난 회의에서 금융규제와 재정정책 등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기로 합의" 했기 때문에, 서울 회의에서 최소한의 금융개혁도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진보진영의 학자들 역시 G20 서울회의에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이들은 당초 G20 회의가 일부 선진국과 금융자본가들이 책임져야 할 경제위기의 부담을 개발도상국까지 확대해 분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G20 회의가 올해 들어 각국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공조체제가 흔들리면서, 그동안 국제적으로 논의돼 왔던 각종 금융시스템 개혁이 사실상 어려워 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히려 금융개혁보다 금융자본주의를 좀더 관리하는데 G20 국가들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개혁, 구상도 의지도 안 보여"

 

'지구적 금융재정위기와 한국시민사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조복현 한밭대 교수(경제학과)는 "G20에서 논의해 온 금융시스템 개혁 과제 등이 실행되면 향후 금융부문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금융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제고하고 실물경제 활동에서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 G20의 금융개혁 실천과제 등은 각 나라의 이해관계나 금융자본가 등으로부터 독립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과 상당한 정도의 타협과 양보로 얻어진 것 들이어서 실질적인 금융개혁에 있어서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G2O이 실질적인 금융개혁을 하기 위해선 금융구조 자체에 대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가 밝힌 구조개혁은 크게 네가지. 우선 금융시스템을 현재의 자본시장 중심에서 은행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권의 투기적인 단기 금융활동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은행의 영업에 대해서도 '자산 건전성 감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 은행 업무를 예금과 대출 등 고유업무로 제한하고 투기적인 자산거래에 들어가는 대출도 억제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외에 소액금융제도를 활성화시켜 경제적 형평을 위한 금융민주화를 강화하고, 마지막으로 투기적인 국제거래에 세금을 물리고, 새로운 국제통화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이야기다.

 

박형준 연구위원(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세계 경제위기 이후 출범함 G20 회의가 세계적으로 단일한 규제 정책 패키지를 마련할 것처럼 보였다"면서 "하지만 올해 들어 회원국 간 차이점만 부각되고, 공조체제가 흔들리더니 이제는 존재이유 자체까지 의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G20에 대한 국제 시민사회의 의견도 다양하다"면서 "회의 자체를 거부하자는 것부터 G20 회의에서 금융개혁 뿐 아니라 노동, 환경, 빈곤문제 등을 다 논의하자는 의견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의 유엔보고서를 소개하면서, "이번 서울 회의를 앞두고 금융거래세와 누진세 강화 등으로 세계시민사회의 요구를 모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20 서울회의, 미-중 간 환율 전쟁터 될 것"

 

9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유치 국민보고 특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청와대

9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유치 국민보고 특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청와대

토론에 나선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오늘날 금융경제위기를 초래한 주체가 바로 G7과 국제통화기금(IMF)등과 같은 국제기구들"이라며 "이들은 국제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며, 민중들을 배제한 채 비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이어 "그들은 그동안 다국적 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의 이해를 대변해 왔다"면서 "G20 회의를 통한 근본적인 체제 개혁은 아예 기대할 수도 없고, 최소한의 자본통제나 감독 기능 역시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현 정부는 G20 회의를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최하듯 국가 경사라며 선진국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호언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이번 행사를 통해 실추된 권력의 문제를 덮고, 하반기 권력누수를 방지해 국정주도권을 다시 잡겠다는 의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허 대표는 "한국이 G20에 포함되고, 회의 의장국이 됐다고 (한국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세계 경제위기를 책임져야할 G7 국가들의 부담을 개발도상국에게 분담시키겠다는 의도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G20 서울 회의는 원래 취지와 달리 미국과 중국이 환율과 무역을 둘러싸고 경제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각종 금융시스템에 대한 개혁이나 금융거래세 도입 등은 더더욱 불가능하며, 거의 실효성 없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조나단 닛잔(Jonathan Nitzan) 캐나다 요크 대학 정치학과 교수가 특별히 초청돼, '막다른 골목의 금융자본주의: 1930년대와 2000년대 공황'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정치경제학의 석학인 조나단 교수는 세계적인 자본축적 연구를 통해 '차등화 축적이론'을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선 '권력 자본론'이라는 번역서가 나와있다.

 

조나단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1930년대와 2000년대 경제공황 시기의 주요 경제지표와 주식거래 등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본가계급과 지배계층의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공포감(fear)이 1930년과 2000년대 경제공황에서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위기 이후 기존의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칫 이대로 갈 경우 과거 1930년대 야만의 자본주의시대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나단 교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서울회의 당일 대규모 집회, 경찰과 충돌 우려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회의에 맞춰 다양한 계층과 인종들의 평화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 강정수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회의에 맞춰 다양한 계층과 인종들의 평화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 강정수

한편, 오는 서울 회의에 맞서 시민사회단체의 대응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 9월 참여연대를 비롯해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이 주축이 돼 출범한 '사람이 우선이다! G20대응 민중행동'은 국내외 반(反) 세계화 단체 등과 공동으로 각종 회의와 집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 1일 민주주의인권탄압 규탄 국제공동행동을 시작으로 G20 대응 대토론회(20일), 전국 노동자대회(11월7일), 서울 국제민중회의(11월8일~10일) 등이 열릴 예정이다. 서울 회의가 열리는 당일 11월 11일에는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 집회도 있어, 경찰 등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지난 6월 캐나타 토론토에서 열린 4차 정상회의에선 G20 회의를 반대하는 시민과 학생 등 수만여 명이 시위를 벌여 900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2010.09.30 18:07 ⓒ 2010 OhmyNews
#G20 #서울정상회의 #민중행동 #금융개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3. 3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4. 4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