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식주의자는 뭐 먹고 사냐고요?

[참을 수 없는 채솟값③] 배추대란 시대, 채식주의자가 사는 법

등록 2010.10.04 18:34수정 2010.10.04 18:3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이슈는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껑충 뛰어 버린 채솟값입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배추가 있습니다. 배춧값이 1만5000원을 넘겼다는 뉴스, 만원짜리 지폐를 '배춧잎'이라고 부르더니, 그 말이 사실이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요.


저는 지난 1월부터 채식을 시작한 채식주의자입니다. 집에서 만드는 채식요리를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방문자수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어느덧 다양한 채소를 이용한 채식 요리를 만드는 게 제 일상의 행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 근래에는 장보러 가는 게 즐겁지가 않네요.

즐거웠던 장보기가 즐겁지 않아진 요즘

채솟값이 폭등하면서 예전만큼 충분히 채소를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 레시피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채식요리를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죠. 그나마 얼마전 두부김치찜 레시피를 블로그에 올리며, 배춧값이 너무 올라 올해 김장은 안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했더니, 블로그를 자주 찾는 이웃들이 한 마디씩 거듭니다.

"2주 전에 배추 살 땐 1포기에 4000원 정도였는데 2주 사이에 그리 많이 오르다니…. 이럴 줄 알았음 그때 많이 사서 더 담가놓을 걸 잘못 했어요. 배추 직거래 하는 곳을 얼른 찾아봐야겠어요. 올해는 김장이란 걸 해보려고 했는데…."
"아침마다 토스트에 양배추 채 썰어 소스 찍어먹고 출근하는데, 양배추를 사기가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동네마트에서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둘러봐도 모든 채소값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양상치에 비해 저렴해서 자주 먹던 양배추는 오히려 배추보다 더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장보러 갔다가 채소 없이 빈 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이어집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식탁에 자주 올리는 메뉴는 아무래도 집반찬들(장아찌 류)과 만만한 묵은지, 김, 두부, 견과류, 단호박, 양파, 버섯류 등 입니다. 산으로 올라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죠. 다행히 부지런한 부모님을 둔 덕에 여기저기 다니시며 늙은 호박, 애호박, 표고버섯, 산밤, 미나리, 달래 등 반찬거리들을 수시로 가져다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채솟값 폭등 채식주의자가 사는 법 1] 동네마트대신 재래시장으로

a

재래시장 풍경 손님이 많이 줄어들어 주름살이 더 늘어난다는 할머님들 ⓒ 류 준


동네 마트보다는 아무래도 재래시장 채소들이 저렴할 테니 시장에 들렀습니다. 재래시장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분들은 그 흔한 리어카 한 대 없이 좌판을 벌린 할머니들입니다. 장날이 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그 자리에 앉아 댁에서 손질해 온 여러 가지 계절 채소들이나 곡식들을 팔고 계십니다.

이날 호박은 개당 2000원에 팔고 계셨어요. 참고로 동네 마트에는 3800원이에요. 고구마 줄기 3000원,  햇밤 4000원, 국산 햇땅콩 4000원에 팔고 계셨어요. 할머니가 파는 잘 손질된 채소도 사고 재래시장 시세를 알아볼 겸 요즘 경기는 어떠신지 여쭤봤어요.

"채소가 비싸다고 장보러 오는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겨서 너무 속상해. 거기다 내다 팔 것도 별로 없어. 밭에서 키우던 농작물들이 지난 비에 다 쓰러지고 망했지 뭐야. 거기서 조금씩 추려다 팔긴 하지만, 우리도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채솟값폭등 채식주의자가 사는 법2] 재래시장도 두렵다면 알뜰시장으로

a

아파트 알뜰시장 재래시장만큼 저렴한 가격의 채소들 ⓒ 류 준


동네마트도 재래시장도 왠지 비싼 거 같다고요? 그렇다면 주변 아파트의 알뜰시장 요일을 알아보세요. 채소들을 이른 아침에 떼어다 팔고 있어서 모두 싱싱하고 가격도 적당합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렴한 편입니다.

a

배추 한통에 8,000원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여전히 비싼 배추 ⓒ 류 준


1일 용인 처인구 아파트 알뜰시장에서 배추 한 통에 8000원씩 판매되었습니다. 전에는 저렇게 한 통씩 낱개포장 따위는 없었어요. 대형마트에서 1만5000원이상에 판매되고 있다는데, 그나마 저렴했습니다.

"배추가 너무 비싸서 한 통씩 사가나 봐요?"
"아이구, 그나마도 안 팔려. 이제 곧 수입산배추가 들어와서 2000~3000원 사이에 거래가 될 거야. 우리도 국산을 떼어다 팔고 싶은데, 팔리지도 않는 배추 가지고 다녀봐야 나도 손해만 보지."

a

양배추 8,000원 수입브로콜리가 그나마 가장 저렴하다 ⓒ 류 준


어쨌든, 수입산이라도 좋으니 저는 이날 브로콜리(1500원), 가장 싼 청경채(1000원)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가격이 올라 자주 못 먹게 된 케일 대신 청경채로 그린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려고요.  

지난주 트위터에서 "지리산 농부가 산지가격으로 배추 직거래"라는 내용이 무한RT되었습니다. 괴산절임배추에 이어 두 번째로 배추 주문폭주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RT를 그만해달라는 호소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채솟값폭등 채식주의자가 사는 법 3] 유기농산물 거래처를 찾아보자

a

그린스무디 간단한 재료로 건강음료를 만들어보세요 ⓒ 류준


요즘엔 오히려 유기농채소들이 더 저렴하다는 소식입니다. 직거래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미 사전 계약을 통해 계획재배를 한 탓에 시세를 그리 크게 타지 않는다고 하네요. 채식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유기농산물사이트에서는 적양배추를 1통(400~600g)에 1400원, 오이 3개에 1600원 정도로 '착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러니 "지역공동체에 갔더니 유기농 애호박 1600원 하더라", "이참에 나도 한 번 온라인에서 장이나 볼까?"하는 이야기도 블로그에 종종 오더라구요.

이렇듯, 늘상 채소 위주로 식탁을 차리던 저는 요즘 들어 대체식품 찾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매일 좋아하는 채소를 줄여야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요. 채식주의자는 요즘 뭐 먹고 사냐고요? 이러고 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채소값 #채식주의 #재래시장 #아파트알뜰시장 #유기농산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