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100번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기순환버스가 약 한 달여의 시범운행을 마치고 지난 10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다니는 버스가 나왔다
경기도는 서울을 도넛형태로 둘러싸고 있는 지자체로서, 서울과 비교해 인구는 약 1100만 명으로 비슷하지만 면적은 17배에 이른다. 그동안 경기도는 서울의 배후지역 역할을 해왔다. 경기도에는 서울에 설치하기 어려운 각종 공장이나 물류단지들이 많이 있으며, 경기도 위성도시에는 대규모 신도시나 택지지구가 들어서, 인구 분산과 서울 주택난 해소에 기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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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시군 ⓒ 경기도
그러다보니 경기도의 과도한 서울 의존성이 그동안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분명 경기도는 서울과 별도의 독립된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많은 것들이 서울 위주로 연결되어 있다. 경기도의 철도는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방사형 노선만 존재하며, 경기도 도시끼리 연결하는 순환형 노선은 거의 없다. 버스노선도 경기도에서 서울을 가는 노선들만 우선적으로 생기고 있으며, 경기도 도시끼리 이어주는 노선은 시외버스, 광역버스, 시내버스가 난립하는 등 제대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에 문제점을 느낀 경기도에서는 경기도 도시들끼리의 연결성을 개선하고, 혼잡지역인 서울을 지나지 않고도 경기도 지역 간을 연결할 수 있도록 '경기순환버스' 노선 신설을 추진하였으며, 1차 성과로 총 5개 노선이 지난 8월 23일부터 운행을 시작하였다. (노선도 참조, 각 시내에서는 주요 4개 정류장만 정차, 약20분 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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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그려본 경기순환버스 노선도 ⓒ 한우진
경기순환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광역버스로 운행된다는 점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경기도내 시군을 연결하는 버스들은 시외버스들이 많았는데, 경기도 시외버스는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지하철이나 버스와 무료 환승이 안 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수도권 전체의 대중교통요금제가 통합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시대역행적인 것이다. 결국 지하철이나 버스와 무료 환승이 가능한 경기순환버스가 운행된다는 것은, 도민들의 교통비 경감과 통합적인 대중교통망 구축이라는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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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순환버스 차량과 개통 안내문 ⓒ 한우진
또한 경기 순환버스는 모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이를 통해 순환버스끼리의 환승이 가능해진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노선이 제각각이라 환승지점을 알기 어려운 기존 버스들과 달리 경기순환버스는 100번 고속도로상의 정해진 지점에서 환승을 할 수가 있다.
이번 경기순환버스 운행에 맞추어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청계, 시흥, 성남, 구리, 양주, 김포 톨게이트에 버스정류장을 설치했다. 고속도로라는 특성상 이런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갈 만한 곳은 별로 없지만, 승객들은 이 정류장에서 다른 버스를 갈아탈 수가 있다. 결국 소수의 노선만으로도 경기도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순환버스망 구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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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리톨게이트에 설치된 순환버스용 버스정류장의 모습 ⓒ 한우진
실제로 이번 경기순환버스는 서울지하철 2호선처럼 순수하게 순환만 하는 노선은 없지만, 순환버스들을 갈아타면서 이용하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한 바퀴 전부 도는 것도 가능하다. 단순히 출발지 목적지만을 연결하는 버스가 아니라, 노선을 순환고속도로로 집중시킴으로써, 서로간의 환승도 도모하고 연결성도 강화한 노선설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같은 경기순환버스는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경기도내 도시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준다는 효과 덕분에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필자도 10월 들어 몇 노선을 이용해보았는데, 기존의 타 경로에 비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성남 분당에서 고양 일산을 가려면, 광역버스를 타고 양재역에서 환승하거나(9404번+9700번) 또는 서울역에서 환승하거나,(9401번+1000번) 아예 지하철을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분당선+3호선) 지하철은 너무 느리고, 광역버스는 서울 도심을 거쳐 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새로 생긴 8109번 경기순환버스를 타니 분당에서 100번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고속도로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일산에 도착하였다. 혼잡한 서울행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므로, 더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고속도로를 많이 이용하여 속도도 빨랐다. 특히 버스차량 고급화에도 공들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일단 차량이 새것이었고, 차내에는 전자식 노선도, 핸드폰 충전기, 공기정화기 등 기존 버스에서는 볼 수 없던 시설이 설치되어 편리한 버스 이용을 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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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순환버스의 고급 설비들 (전자식 노선도, 핸드폰 충전기, 공기청정기, LED식 전광판) ⓒ 한우진
서쪽·남쪽 고속도로 정체, 개선 필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일단 100번 순환고속도로는 동쪽이나 북쪽에 비해, 서쪽이나 남쪽의 정체가 심하다. 실제로 분당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일산을 갈 때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8407번 순환버스를 이용하여 일산에서 시계방향으로 평촌으로 갈 때는 상당한 고속도로 정체를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고속도로 정체는 순환버스의 속도를 낮추고, 정시성을 떨어뜨리며, 회전률을 낮추어 운행원가를 올리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이렇게 버스의 속도를 높이고 정시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경부고속도로에도 출퇴근시간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되면서 버스의 서비스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물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지금 당장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향후 순환버스 노선과 승객이 꾸준히 늘면,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체계)사업을 통하여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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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번 고속도로에 기존 도로, 전철, 환승센터와 연결하여 BRT를 구축하려는 구상도 ⓒ 국토해양부
환승정보 안내도 개선이 필요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곳곳에 환승정류장이 설치되어 있긴 했지만, 역세권도 부족한 정류장에 내려서 배차시간이 긴 다른 버스를 기다린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최악의 경우 막차가 끊어지면, 고속도로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차내에서 환승정보가 제공되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도착할 환승정류장에서 어떤 버스들을 갈아탈 수 있는지와, 이 버스들이 현재 어디쯤 있는지를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차내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면 환승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현재 설치된 환승정류장들 근처에는 고속도로 영업소 직원들이 이용하는 지하통로가 있어서, 시계 방향 노선과 반시계 방향 노선을 바꿔타는 역방향 환승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실제로는 안내가 부족하여 이용이 어려웠다. 순환버스 이용시에는 많은 노선들을 갈아탈 수 있어야 하고, 잘못 탔을 경우 돌아갈 수도 있어야 하는 만큼 역방향 환승은 중요하다. 우선 안내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고, 향후 100번 고속도로상의 휴게소 설치 등과 관련하여 보다 통합적인 정류장을 신설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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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로공사가 추진중인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시흥휴게소 조감도 ⓒ 한국도로공사
경기도의 서울 의존성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작게는 서울톨게이트나 서울랜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이름 변경을 추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서울을 관통하지 않고도 경기도 시군 간을 다닐 수 있게 해주는 경기순환버스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경기순환버스는 도민들에게 새롭고 편리한 대중교통 노선을 제공해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으며, 경기도 지역 간의 연계 강화로 지역발전과 문화적 통합도 기대가 되고 있다. 아직 운행 초기이므로 당국에서 꾸준히 문제를 개선해나가면서 운행을 확대해나간다면, 경기순환버스는 경기도 고유의 대중교통망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수요가 계속 늘면 수도권 순환철도의 건설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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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의 경기순환버스 노선 안내도 ⓒ 경기도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공공교통애호인, 교통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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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서 일산까지, 이렇게 쾌적하게 이동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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