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뜻 받들다가 서민 물가고통 외면"

[국감-재정위] 한은 금리동결, 정치적 중립성 놓고 여야의원 질타

등록 2010.10.18 13:50수정 2010.10.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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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권우성


"대통령의 성장중심의 뜻만 받들다가 서민들의 물가 고통은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오제세 민주당 의원)
"(금리 결정에) 성장을 생각하면서 하는 것은 아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 이날 한은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배춧값 등 물가폭등에 대한 중앙은행의 책임론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특히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연달아 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안정'이 설립 목적인 한국은행이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또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김중수 한은 총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도 이날 국감의 도마위에 올랐다.

"한은 설립목적은 물가안정 아닌가? 청와대 눈치보느라 정책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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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세 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무능, 독립성 훼손, 물가폭등 초래'라는 제목의 발언 자료를 제시하며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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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세 민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김 총재에게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은 물가안정 아닌가"라며 물으면서 "지난 6월 한은 금통위에서 이미 물가상승을 경고했지만, 최근 연달아 금리를 동결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은 "향후 국내 경기 전망을 고려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하반기 이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향후 물가여건의 변동에 보다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오 의원은 "이미 물가상승 압력 신호가 지난 2분기에 나타났지만,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사실상 금리정책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은 총재가 대통령의 성장 중심 뜻만 받들며 서민들의 물가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금리 결정에) 성장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면서 "전반적인 국가 경제의 안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 김성곤 의원도 "지난 14일 금통위의 금리동결은 환율과 물가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환율을 잡겠다고 한 것"이라며 "하지만 (금리를) 동결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금리 동결 때문인지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3.6%로 크게 올랐다"면서 "한은법 1조는 물가안정을 최고 목표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는 (한은이)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물가 걱정한다면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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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여당 의원들도 한은의 물가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혜훈 의원은 "한은이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고, 환율방어에 매달리면서 서민들만 물가상승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물가가 오르게 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까지 오르면서 서민들이 물가폭등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김 총재의 금리와 물가와 관련된 발언 등을 상기시키면서 "(김 총재가) 여러 공식석상이나 인터뷰 등에서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정상화에 대해 시사하는 발언을 해왔다"면서 "김 총재 스스로 물가가 걱정된다고 해놓고,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 총재는 "환율 문제에 대해 그동안 '환율방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면서 "대외적인 환경이 급박하고, 불확실하다는 이야기를 했으며, 고물가에 대해 잘알고 있지만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 끝에 (금리동결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도 "과거 박승, 이성태 한은 총재 때는 (한은에 대해) 독립성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왜 김 총재에게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총재가 "최근 금통위의 금리 결정 과정 등을 두고 (독립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곤혹스러워했다. 이 의원은 이어 "김 총재 입장에서 보면 억울해 할 수도 있다"면서도 "경기가 회복되고, 시중의 유동성 과잉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인상에 매우 소극적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되면 가계 및 주택담보 대출이나 부채가 늘어나 앞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실기한 측면이 있지만, 빠른 시일안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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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국정감사 #한국은행 #금리동결 #김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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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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