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소개한다더니 교회 홍보잖아

[해외리포트] 만민중앙교회 행사 에스토니아서 물의...만민교회 "기획사가 진행"

등록 2010.11.09 19:19수정 2010.12.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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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독교 종파가 탈린 시와 음악가들을 조롱하다." 에스토니아의 주요 포털 중 하나인 '델피'에 실린 만민중앙교회 행사 관견 기사 ⓒ 델피


만민중앙교회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 '한국문화축제'라는 행사를 개최했으나 사실은 교회의 활동과 목사의 행적을 홍보하는 행사였던 것으로 밝혀져 현지에서 물의를 빚었다.

'한국문화축제'라는 이름의 행사가 10월 30-31일 양일간 북유럽 발트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시내 '사쿠 수르할'에서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사쿠 수르할은 지난 2002년 에스토니아 유로비전 공연이 열린 것을 시작으로 백스트리트보이즈, 사라 브라이트만, 메탈리카, 스팅, 엘리스 쿠퍼 등 세계의 유명 예술인들이 공연을 한 에스토니아 최대의 공연시설이다.

행사 포스터에는 한국문화 체험 내용만 강조

문제는 그 행사를 주최한 만민중앙교회가 홍보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성격은 철저히 배제된 채 '한국문화축제'라는 제목만을 사용하였으며, 탈린 지역을 담당하는 공공단체들 역시 공식적으로 이 행사의 홍보를 지원해준 것이 밝혀졌다.

이 행사는 이미 몇 달 전에 기획되어 추진된 행사로, 거리 곳곳에 내걸린 행사 포스터에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의 음식을 누구나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내용이 주로 강조되었으며, 실제 행사 포스터에는 마르두,크리스티네, 피라타, 무스타매에 등 탈린 주요 지역의 관공서들이 공식스폰서로 표시되어있다.

포스터 한가운데 이재록 만민중앙교회 담임목사(실제로 포스터에서는 이재록 '박사'라고 기록)가 행사 주요 연사 중 한 명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하지만 행사가 열리기 전 행사 개최기관의 성격을 알게 된 에스토니아의 언론매체들이 만민중앙교회에 대해 대서특필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 행사에서 공연을 하기로 예정되어있던 유명가수 트니스 매기는 처음에는 그 행사를 한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정식 행사인줄 알고 허락했으나 한 종교단체의 홍보활동을 위한 자리임을 확인하고는 공연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에스토니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행사는 분명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행사라는 이야기를 듣고 참가를 허락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무스타매에, 피리타, 크리스티네 등 탈린의 여러 지역에서는 시민들에게 '무료 한국문화행사에 초청한다'는 구청장 이름의 공식 초청장이 무더기로 발송된 것으로 밝혀져, 그 돈의 출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에스토니아 인터넷 포털 델피(www.delfi.ee)에 실린 기사 내용. 안넬리 엔촌 탈린 시의원은 '종교적 선전 목적이 다분히 보이는 이런 행사 홍보가 탈린 시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공개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 델피


종교단체 행사에 시청이 참여한 이유는?

피리타구 관계자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에스토니아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국적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고자 홍보에 참여한 것이며, 행사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는 전혀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피리타구 지역 관계자는 단지 행사 홍보지 발송을 위해 400크론(한국돈 대략 3만 4천원 정도)만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에스토니아의 누리꾼들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많은 사람들에게 우편물을 발송하는 데 400크론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행사로 인해 11월 5일부터 치러졌던 순수 한국문화 홍보행사에 큰 불똥이 튀었다. 에스토니아에서 매년 열리는 동양문화축제인 '오리엔트'가 특별히 올해는 한국문화만을 주제로 해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언론에서 물의를 일으키자, 행사 직전 '오리엔트' 조직위원회는 자신들이 만민중앙교회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했다.

'오리엔트'는 1992년부터 매년 아시아 각국의 문화를 에스토니아와 북유럽에 소개하는 유서 깊은 행사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서도소리' 같은 주요 문화단체들이 참가한 바 있다.

그리고 에스토니아 국영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운영하고 있는 에스토니아 공익방송(ERR)에서 만민중앙교회 에스토니아 집회의 전세계 생방송 송출을 직접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관계당국은 단지 교회 관계자들의 필요에 따라 자신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임대를 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공식발표하여 사태를 부랴부랴 무마시켜야했다.

이로 인해 행사가 열리는 10월 마지막 주에는, <포스티메에스>와 <델피> 등 에스토니아의 주요 일간지와 주요 포털들이 만민중앙교회를 대표하는 이재록 목사의 행적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언론매체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재록 목사가 이끄는 만민중앙교회는 아시아에서 가장 극단적인 종교단체 중 하나로 손꼽히며, 한국에서는 공식 기독교 종파에서 이단으로 분류된 교회'라고 강조했으며, '한국의 한 종교단체가 탈린 시와 음악가들을 조롱했다', '한국이 문화행사를 통해 종교단체의 활동을 전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후 이 행사는 '한국문화축제'라는 공식명칭 대신 '한국종교대회'라는 이름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매체들의 우려대로, 실제 만민중앙교회의 행사에는 한국문화 홍보 보다는 이재록 목사의 개인 행적과 병을 치료하는 은사 등을 홍보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성가곡 반주에 맞춘 부채춤이나 한국 전통무용을 차용한 창작무용 등이 한국문화의 일부로 소개되었을 뿐이다.

이재록 목사가 직접 참가한 에스토니아 성회를 크게 홍보하고 있는 만민중앙교회 홈페이지. ⓒ 만민중앙교회


만민중앙교회 "행사 홍보는 100% 현지 주관사의 생각"

에스토니아에서의 집회를 총관할한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만민중앙교회의 기획실 담당자는 이 행사의 홍보와 관련된 모든 행사는 만민중앙교회 측에서 요구한 것이 아닌, 현지 광고기획사의 아이디어였다고 밝혔다.

만민중앙교회는 "이번 에스토니아 행사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공식 초청장을 보내 본 교회와 이재록 목사를 초청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행사명칭, 장소계약, 홍보 등 행사 제반을 현지 기획사가 담당했다"고 밝혔다.

교회는 또 "(현지에서의 반응과는 달리) 성회 이후 교회는 현지로부터 여러 감사서신 및 간증 사례들을 전달받았으며 특별히 저희 공연팀의 한국 전통무용 및 현지어 찬양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 언론에서의 만민중앙교회 비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나, 현재 페이스북이나 관련기사 댓글들을 통해서 행사를 접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홍보 위해 한국문화 들먹이는 단체들

실제로 유럽 내 에스토니아 같은 작은 나라에서 그러한 종교단체들이 한국문화홍보라는 구실을 내걸고 실제로는 한국문화와는 관계 없는 특정 종교의 홍보활동을 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 타르투에서는 몇 년 전 '한국과 일본의 평화유지'라는 주제로 한국문화홍보행사가 열렸으나 실제로는 통일교 관련 단체에서 주최한 종교후원행사임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인이 거의 없어 현지 사정을 거의 알 수 없는 이런 작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한국관련 행사에 대한 정부의 모니터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교민들의 지적이다.
#만민중앙교회 #에스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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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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