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협곡과 단풍길 걷고, 소나무의 아픈 사연도...

[가을여행] 국립공원과 국가명승으로 지정된 주왕산과 주방계곡

등록 2010.11.10 10:56수정 2010.11.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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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을 대표하는 바위 기암. ⓒ 전용호

주왕산을 대표하는 바위 기암. ⓒ 전용호

 

푸른 소나무 고을, 청송 찾아가는 길

 

주왕산을 찾아간다. 주왕산이 있는 곳이 청송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는 청송(靑松). 푸른솔이라는 이름에서 활기차고 경쾌한 기분이 든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벗어나 31번 국도를 타고 간다. 구불구불 산자락을 타고 고개를 넘어 청송으로 들어간다. 말로만 듣던 청송. 정말 멀기만 하다.

 

청송 주왕산을 찾아가려고 오전 6시에 출발했는데 벌써 오전 11시가 넘어섰다. 길가로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모습을 본다. 한창 수확철인지라 사과를 따는 모습이 분주하다. 산지에서 맛본 사과는 신맛이 강하고 물기가 많아 눈이 감길 정도로 새콤달콤한 맛이다.

 

사과가 둥둥 떠 있는 상큼한 동동주

 

주왕산은 기암절벽이 아름다워 국가명승 제11호로 지정된 주방계곡과 더불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3대 암산(岩山) 중 하나다. 예전에는 주방계곡을 사이에 두고 병풍바위,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고 석병산이라고 불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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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주왕산 바위들. 바위병풍이란 말이 실감난다. ⓒ 전용호

주왕산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주왕산 바위들. 바위병풍이란 말이 실감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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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들어가는 상가에서 파는 사과 동동주. ⓒ 전용호

주왕산 들어가는 상가에서 파는 사과 동동주. ⓒ 전용호
 

이런 명승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근데 날씨가 흐리다. 안개가 잔뜩 끼었다. 가을 청명한 하늘 아래 하늘로 솟아오르는 기암을 보고 싶었는데…. 주차를 하고 주왕산으로 들어간다. 상가를 지난다. 산나물에서부터 각종 기념품까지 파는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걷는다.

 

상가 좌판에 눈길을 끄는 게 있다. 항아리에 사과, 대추, 더덕 등이 둥둥 뜬 동동주. 입맛을 강하게 당긴다. 청송이 사과로 유명한 곳이라더니 사과동동주가 있을 줄이야. 맛이 상큼하다. 조금 싱겁다는 느낌이 들지만 마시고 나면 얼큰한 느낌이 올라온다.

 

모질게 살아남은 삼층석탑 사천왕상

 

손바닥을 반듯이 세워 놓은 것 같은 바위 아래로 절집이 있는 풍경과 만난다. 절집은 대전사고 뒤로 보이는 바위가 깃발바위, 기암(旗岩)이다. 대전사(大典寺)는 신라시대 지어진 절집이라고도 하고, 고려 초기 지어진 절집이라고도 한다. 일설에는 약 천 년 전 고려태조 왕건 2년에 주왕의 아들 대전도군이 입산할 때 보조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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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보광전과 주왕산 기암. 주왕산 증명사진이다. ⓒ 전용호

대전사 보광전과 주왕산 기암. 주왕산 증명사진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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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삼층석탑과 보광전 수미단 ⓒ 전용호

대전사 삼층석탑과 보광전 수미단 ⓒ 전용호

대전사 절집으로 들어선다. 주불전인 보광전은 아담하지만 마당이 넓다. 보광전 앞에는 몸돌의 비례가 맞지 않게 복원된 삼층석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단석에 새겨진 사천왕상이 오랜 세월동안 수난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 고생이 많았겠다. 뭉개진 윤곽에는 사천왕상의 위엄이 아직 남아있다.

 

보광전 불상이 놓인 모습이 특이하다. 그냥 바닥에 놓은 게 아니라 세 마리 호랑이가 부처님을 받치고 있다. 수미단이란다. 수미단 호랑이도 해학적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장난스럽고 익살스럽게도 보이고 힘들어하는 표정도 보인다.

 

소나무 껍질이 벗겨지는 아픔을 알까?

 

절집을 나오면 갈림길을 만난다. 주왕산으로 바로 오른다. 단풍은 끝물 느낌이지만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들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나무계단길과 흙길을 번갈아 오른다. 산길을 1시간 조금 넘게 걸으니 정상이 보인다. 정상(722m)에 서면 계곡의 기암이 한눈에 보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냥 정상에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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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소나무에는 상처가 있다. 송진을 채취하려고 껍질을 벗겨낸 상처가 4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그래도 남았다. ⓒ 전용호

주왕산 소나무에는 상처가 있다. 송진을 채취하려고 껍질을 벗겨낸 상처가 40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그래도 남았다. ⓒ 전용호

산길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소나무가 쭉쭉 뻗은 숲길이다. 청송이라더니 푸른 소나무들이 더욱 푸르게 자라는 것 같다.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들은 상처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언뜻 보면 마치 만화영화에 나오는 후레쉬맨 같은 느낌이 든다.

 

주왕산 소나무에 남은 상처는 1960년대에 산림자원 개발을 위해 송진 채취 과정에서 생겨난 상처라고 한다. 소나무마다 천형처럼 남은 선명한 톱자국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마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의 아픔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듯 서글픈 눈빛을 주고 있다.

 

바위와 단풍이 어울린 주방계곡

 

산길은 계곡으로 들어서더니 아름다운 단풍길을 선사한다. 계곡길은 노랗고 붉은 빛에 물들어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힌다. 이름도 특이한 후리메기삼거리를 만난다. 대전사로 내려가는 길과 산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다. 당연히 내려가는 길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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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단풍길. 주왕산에서 후리메기 삼거리로 내려오면 단풍이 아름답다. ⓒ 전용호

주왕산 단풍길. 주왕산에서 후리메기 삼거리로 내려오면 단풍이 아름답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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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아름다운 바위와 단풍 ⓒ 전용호

주왕산 아름다운 바위와 단풍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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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계곡 2폭포. 협곡 사이로 들어간 곳에 넓은 터가 나오고 폭포가 2단으로 떨어진다. ⓒ 전용호

주방계곡 2폭포. 협곡 사이로 들어간 곳에 넓은 터가 나오고 폭포가 2단으로 떨어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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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1폭포 주변 협곡.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아주 이국적인 풍경을 만난다. ⓒ 전용호

주왕산 1폭포 주변 협곡.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아주 이국적인 풍경을 만난다. ⓒ 전용호

다시 삼거리를 만난다. 3폭포 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 3폭포 가는 길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내려가는 길에 2폭포 협곡으로 들어갔다가 온다. 드디어 주왕산의 장관인 1폭포 협곡이다. 폭포는 몇 단으로 내려오면서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고, 바위가 하늘로 맞서고 있는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장관을 보려고 길을 메웠다. 너무나 장관인 풍경에 쉽게 자리를 옮기지 못한다. 시루봉, 급수대, 학소대 등등 각기 사연을 간직한 바위는 고개를 하늘로 들게 만든다. 아름다운 전설만큼 당당히 서있는 바위들을 한가득 담고서 뒤돌아선다.

덧붙이는 글 11월 7일에 다녀왔습니다.
#주왕산 #단풍 #대전사 #동동주 #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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