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독서이력 집중관리, 책 읽는 즐거움 앗아가"

경남도교육청 '학교독서교육 조례' 입법 예고 ... 어린이책시민연대 "문제 조항 삭제해야"

등록 2010.11.16 11:54수정 2010.11.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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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독서생활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인적 독서이력을 종합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제도는 반인권·반교육적으로, 오히려 책 읽는 즐거움을 앗아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교육감 고영진)이 '학교독서교육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하자 학부모단체인 '어린이책시민연대'가 반대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1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달 28일 독서교육지원시스템 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며 '학교독서교육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교육청은 "조례안은 학생의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건전한 정서를 함양하며 평생 교육의 바탕을 마련해 주는 데 이바지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 조례안은 ▲ 교장이 독서교육정보시스템(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구축·운영(제6조)하고, ▲ 학생의 개인적 독서이력을 집중 관리(제7조)하며, ▲ 독후활동에 대한 포상·표창·장학금 지급(제9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조례안에는 이같은 결과에 대한 연차 보고서를 학교 평가시 제출하도록 규정(제12조)해 놓았다.

"개인 정보보호와 사생활 침해 우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조례안(제6조)에서 독서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개인 정보를 국가기관이 집적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보보호와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이용자의 독서 사실 및 이용 사실은 도서관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이며, 도서관 활동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선언에 따라 공공도서관에서 누가 어떤 자료를 빌렸는가라는 데이터는 이용자의 사상·신념을 알 수 있는 프라이버시에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라고 판단해 대부분의 도서관에서는 이용자의 대출 기록은 반납과 함께 없애도록 하고 있다는 것.


어린이책시민연대는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그리고 전시와 전쟁 직후에 도서관이 정보국의 검열에 협력을 하거나 독서기록을 경찰에 제공하고 시국에 반대하는 사람들에의 탄압에 가담한 과거가 있었음을 일본 교육계와 도서관계가 통렬하게 반성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관리하고 있는 학교도서관지원시스템(DLS)이 해킹당해 수십만 학생의 개인정보가 영리 목적에 이용되었고, 전체 636만 여 학생과 교직원 및 학부모의 신상정보가 영리 사업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고 제시했다.

조례안(제7조)에 담고 있는 '학생의 독서 생활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인적 독서이력을 종합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제도'는 반인권·반교육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개인의 의식을 지배하려는 비교육적 발상으로, 아이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풍부한 경험의 과정을 기록하여 관리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다"며 "개인의 정보를 기록, 관리하여 필요할 때마다 평가의 잣대를 삼겠다는 것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고, 개인이 자유롭게 경험하며 자율적으로 삶을 꾸려갈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교육 확대할 것"

또 이는 학생들 간의 무한경쟁을 부추겨 사교육을 확대한다는 것. 어린이책시민연대는 "개인의 독서활동과 독서이력 관리는 독서 사실여부 확인을 위한 규격화된 문제풀이(독서퀴즈)와 독후활동을 거쳐야만 한다"며 "이것은 더 나아가 학생 대신 기록을 전담해주는 등 성과 기록을 잘 남기기 위한 부모나 사교육 시장의 편법을 양산한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개인의 독서활동은 강제적이고 획일화된 평가로 인증될 수 없다"며 "획일화된 기준으로 개인적인 독서활동 및 독서이력을 평가하고 관리하려는 것은 자유로운 감성을 훼손시키고, 책읽기가 또 하나의 숙제나 시험이 되게 한다"고 밝혔다.

조례안은 책읽는 즐거움을 앗아간다는 것. 어린이책시민연대는 "아이들은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생각을 키운다. 나를 발견하고 주변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기도 한다"며 "책을 선택하고 읽는 그 자체가 기쁨이자 즐거움이어야 진정한 삶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어린이책시민연대는 조례안에서 '독서교육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조항과 '독서활동이력을 평가 인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 단체는 "학교도서관이나 동네도서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강요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읽고 싶은 책과 만날 수 있고, 개인의 삶이나 성향이 다를 수 있듯 책을 통해서 받는 감동도 다양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독서교육 #경남도교육청 #어린이책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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