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수목원 자주 찾는다"

<우리나라 사립수목원의 방문객 선호요인> 조사 결과

등록 2010.11.18 17:14수정 2010.11.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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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금요일, 진주시립대학 캠퍼스에서 한국전통조경학회, 한국조경학회 및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의 추계학술대회 공동총회가 열렸다.
 
이렇게 여러 학회가 모여 공동총회를 연 것은 상당히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지기 쉬운 한국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마음이 되려면 월드컵 정도의 동기가 있어야 한다. 한국인의 강한 개성은 전문분야일수록 심해서 정보교환이나 협업, 공동작업 등이 사실은 몹시 어렵다. 그런데 올 해는 세 학회가 모여 "이제 혼성과 융합의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학문적 성과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기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고 앞으로 지속되어 학계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었으면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조경계획, 조경설계 및 이론, 전통조경, 도시 및 역사경관, 환경생태복원, 조경행정, 이렇게 여섯 개 분과로 나누어 지난 한 해동안의 연구실적을 발표하였고, 조경 작품도 전시하였다. 

 

그 중 5분과인 환경생태복원분과에서 발표한 연구결과 하나가 재미있어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제목은 "우리나라 사립수목원의 방문객 선호요인"이며 수목원 방문객의 이용행태, 만족도, 선호도 등을 조사한 것이다. 연구 목적은 향후 수목원 조성이나 기존 수목원의 시설보완 등에 참고할 만한 기준을 만들고자 하는 거였다. 방법은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중요한 결과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우선 여성이 남성보다 수목원을 자주 찾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이 57.5%, 남성이 42.5%이니 무려 15% 차이가 난다. 연령대는 40대가 3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10대와 60대의 비율은 의외로 낮게 나타났다. 10대가 수목원을 지루하게 여기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60대의 비율이 낮은 것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연로한 층일수록 자연에 대한 애정이 큰 것인데 아마도 수목원들이 대부분 멀리 떨어져 있고, 또 멀어도 관광버스로 찾아갈 수 있는 유명 관광지와는 달리 승용차를 이용해야만 접근이 가능한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원인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와 더불어 수목원방문이라는 것 자체가 단풍놀이처럼 한국에 깊이 뿌리내린 전통이 아니기 때문에 60대에게는 아직 낯선 개념일 수 있다. 수목원 측에서 관심을 가지고 10대와 60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한다거나 단체회원을 모집하여 관광버스를 대절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세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0대의 경우 학교와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자연과 접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학원 단위로 가끔 산행을 시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몸의 건강이 유지되고, 무엇보다도 뇌의 산소공급이 원활해야 학습효과도 좋아지는 법이다. 학교에서 주관하여 바쁜 학업 일정을 쪼개서라도 이따금 수목원 야외학습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산행도 좋은 일이지만 수목원에서 자연을 접하며 식물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다면 가히  일석이조라 할 수 있겠다.

 

수목원을 방문하는 이유로는 휴양과 정서생활이 57%로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용자가 생각하는 수목원의 주 기능이 종수집과 보전에 있다는 답변이 46.6%나 되었다. 나머지 40%는 휴양 및 서비스라고 대답했다.

 

종이 다양하지 않아 입장료에 비해 볼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다시 방문하지 않겠다는 대답이 73%를 넘은 것을 보면 수목원 방문자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는 말이 된다.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다양한 수종을 보유하고 전문성을 갖추어야 방문객들을 만족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국 사십대 주부들은 거의 모두 고등교육을 받은 수준 높은 여성들이다. 그들 중 일부가 수목원을 찾을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지식을 얻기 원하는 것이다. 아마 가까운 곳에 수목원이 있다면 찾는 인구가 훨씬 더 증가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한국은 식물원 혹은 수목원의 전통이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제강국이면서 수도 서울에 잘 갖추어진 수목원 하나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별로 자랑꺼리가 되지 못한다.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가 이런 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2010.11.18 17:14 ⓒ 2010 OhmyNews
#수목원 #가정주부 #40대 #조경학회 #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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