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차리는 남편이 집 떠날 때 하는 일

감자탕에 자장볶음, 김치찌개까지, 외식할 일은 없겠죠?

등록 2010.11.19 09:29수정 2010.11.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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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곰국'을 한솥 끓이면 남편이 긴장한다는 말이 있다. 외출(여행)을 다녀올 며칠 동안 곰국만 먹어야 하는 남편들의 비애(?)를 일컽는 말로 알고 있다. 부인 입장에서는 음식을 못하는(또는 안 하는) 남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몸에도 좋고 간단히 끓이기만 하면 김치만 있어도 든든히 먹을 수 있겠다 싶어 비싸지만 곰국을 해놓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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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국을 끓이면 남편들이 긴장한다는데... 사진은 돼지등뼈를 끓이고 있다. ⓒ 오창균


3일간 집을 떠나야할 일이 생기면서 무슨 음식을 해놓고 가야할지 고민스러웠다. 하루쯤 집을 비울 때와는 다른 차원이다. 하루 세 끼를 같은 것으로 먹어도 물리지 않는 것을 찾아야 했기에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아내, 아들, 딸)의 입맛에 맞는 음식 몇 개를 골랐다.

참고로 나는 집안살림(음식, 청소, 빨래)을 결혼한 후로 거의 도맡아서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업주부는 아니며 내 일을 하면서도 집안살림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내가 좋아서(?)다.

청소, 빨래는 기계가 해주는 것이니 주로 하는 일은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는 것인데 음식만들기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방이 내 영역이 되었다. 그것은 가정 교육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집안에서 여자라고는 엄마가 유일한 집안이다 보니 아버지부터 주방을 들락거렸고, 아들(4형제)들도 주방일이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형제들 중에는 요리사가 직업이 된 동생도 있고, 나처럼 밥상을 차리는 동생도 있다. 아내와 제수씨가 음식을 할 줄 모르는 것은 안 해봤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우연인지 인연인지 그들은 음식 잘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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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와 돼지등뼈를 푹 끓인 감자탕과 밥이나 면으로 먹을수 있는 짜장볶음 ⓒ 오창균


감자탕, 김치찌개, 자장볶음으로 결정하고 정육점에서 국산 돼지등뼈와 고기 한 근을 사왔다. 기본 반찬으로는 며칠 전 담근 김장김치가 있고 부족한 반찬은 아내가 계란찜이나 김치볶음밥 정도는 알아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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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는곳에 붙여둔 메모. ⓒ 오창균

집을 떠나기 전날 밤 세 시간에 걸쳐 감자탕을 푹 끓여놓고, 다음날 아침에 김치찌개와 자장볶음을 넉넉하게 했다. 돌아올 때까지 남기지 않고 맛있게만 먹어주면 된다.

지난 달에는 하루 집을 비우면서 돼지불고기양념을 냉장고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놓았는데 돌아와 보니 그대로 있었고, 있는 채소를 또 사다 놔서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아내는 못 봤다고 하지만 주방에서 멀어지면 모든 것이 낯설어지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혹시 잊을까봐 메모까지 남겨두고 떠난다.
#곰국 #감자탕 #김치찌개 #짜장 #가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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