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2000개 이미 설치"

최근 방북한 헤커 교수 "새 발전소의 정교함에 깜짝 놀랐다"

등록 2010.11.22 10:34수정 2010.11.22 10:34
0
원고료로 응원
a

20일 저녁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기사. ⓒ 뉴욕타임스

20일 저녁 <뉴욕타임스> 인터넷판 기사. ⓒ 뉴욕타임스

북한이 영변에 매우 빠른 속도로 경수로 발전 시설을 짓고 있으며, 이곳에는 핵무기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주 북한을 방문해 이 시설을 직접 둘러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포드대학 교수(전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소장)의 20일 <뉴욕타임스> 인터뷰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북한이 실험용 경수로 발전 시설을 짓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17일과 18일, 북한을 방북했던 프리차드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소장과 과학국제안보연구소(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 이하 ISIS)의 보고서를 통해 각각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20일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중국에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파견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해진 것은 북한의 경수로 발전 시설의 규모와 정교함 때문이다.

 

헤커 교수는 20일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군사 전문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발전소의 정교함에 깜짝 놀랐으며, 이곳에서 수많은 원심분리기를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한 이것이 "최신식 통제실(ultra-modern control room)에서 운영됐다"며, 북한이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이미 설치했고 가동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농축 우라늄 20kg 기준의 핵무기 1개를 만들려면 원심분리기 1000대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원심분리기 2000대 정도를 우라늄탄 임계질량(20kg가량) 제조에 필요한 수준이라고 밝혀왔다. 따라서 헤커 교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방북 이후 헤커 교수는 북한의 경수로 발전 시설에 대한 자신의 '놀라운' 발견 내용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지만, 백악관에는 이미 보고한 상태라고 생어 기자는 전했다.

 

헤커 교수는 11월 12일 문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방문했을 때 시설물 촬영이 북한 당국에 의해 금지됐으며, 저농축 우라늄을 이미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경수로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북한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그런 의구심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고 생어 기자는 전했다.

 

생어 기자는 미국 및 국제 조사관들이 북한에서 추방됐던 2009년 4월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핵 발전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에는 부시 행정부 때 대북 특사를 맡았던 프리차드 소장이 방북(11월 2일~6일)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북한 관리로부터 북한이 새로운 실험용 경수로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김일성 출생 100주년(2012년 4월 15일)에 맞추어 완공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방북 당시 그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리근 미국 국장 등을 만났다고도 했다.

 

프리차드 소장에 따르면, 새 원자로는 2008년 6월에 파괴된 냉각탑 근처에서 건설되고 있으며 북한은 "영변 근접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목적으로만" 이것을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이 새로운 실험용 원자로가 1994년 북미가 합의했던 경수로 원자로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라고 설명했다. 1994년의 북미 제네바 합의문은 2002년 부시 행정부에 의해 파기됐다.

 

그러나 워싱턴 소재의 핵 연구 단체로 수년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관찰해온 ISIS의 데이비드 울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해왔을 것이라 지적했다. 지난 10월의 보고서에서 ISIS는 북한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하며 "우라늄을 농축하기 위한 원심 분리기를 건설할 시험 공장(pilot plant)을 지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a

11월 4일 디지털글로브가 영변 핵시설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이미지. 냉각탑이 파괴된 지역에서 건설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최소 2개의 크레인이 보인다. 헤커 교수는 이곳에서 새로운 실험용 경수로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고 ISIS에 확인해줬다. ⓒ 디지털글로브

11월 4일 디지털글로브가 영변 핵시설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이미지. 냉각탑이 파괴된 지역에서 건설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최소 2개의 크레인이 보인다. 헤커 교수는 이곳에서 새로운 실험용 경수로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고 ISIS에 확인해줬다. ⓒ 디지털글로브

ISIS는 또한 11월 18일, 인공위성 사진 전문 촬영기업인 디지털글로브(DigitalGlobe)가 같은 달 4일에 찍은 북한의 영변 지역 사진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ISIS는 2008년에 북한이 자발적으로 파괴했던 냉각탑 근처에서 건설 활동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11월 4일의 이미지에 나타난 새로운 구조물은 기반은 콘크리트, 뼈대는 철조로 돼 있으며 아직은 건설 초기 단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헤커 교수는 인공위성 사진에서 보이는 건설 현장에서 실제로 경수로 발전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을 ISIS에 확인해 준 바 있다. 헤커 교수와 프리차드 소장에 따르면 이 시설의 발전용량은 25~30메가와트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ISIS는 25~30메가와트급의 경수로 발전소가 가동되려면 수 톤의 저농축 우라늄이 필요하고, 매년 1톤씩 추가로 공급돼야 한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경수로 발전 시설의 디자인이 어떤지에 따라서, 또 이것이 전력 생산용인지 무기를 만들기 위한 플루토늄 생산용인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

9월 29일 디지털글로브가 같은 지역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것. 11월 4일에 찍은 이미지에는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이때는 아직 커다란 구덩이 상태다. 이 이미지에 대해 ISIS는 "파괴된 냉각탑 주변 지역에서 새로운 건설 또는 굴착 활동이 보인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북한이 냉각탑을 재건설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굴착 활동은 냉각탑을 다시 짓는다기보다는 더 광범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진만으로는 굴착 활동의 실제 목적을 판단할 수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 디지털글로브

9월 29일 디지털글로브가 같은 지역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것. 11월 4일에 찍은 이미지에는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이때는 아직 커다란 구덩이 상태다. 이 이미지에 대해 ISIS는 "파괴된 냉각탑 주변 지역에서 새로운 건설 또는 굴착 활동이 보인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북한이 냉각탑을 재건설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굴착 활동은 냉각탑을 다시 짓는다기보다는 더 광범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진만으로는 굴착 활동의 실제 목적을 판단할 수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 디지털글로브

ISIS는 이 보고서에서 2008년 6월 냉각탑을 부순 자리에 다시 경수로 원자력 발전 시설을 짓는 것이 기존의 인프라 시설을 재활용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단체는 또한 다음 주 중으로 헤커 교수가 방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헤커 교수의 방북 결과에 대해 여러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그에게 발전 시설을 보여준 이유가 무엇인지, 그러면서도 북한의 주장을 검증하지 못하게 한 까닭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다.

 

또한, 영변 핵시설을 계속 감시해왔다는 미국 정보부가 헤커 교수가 밝힌 수준까지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헤커 교수보다 일주일 먼저 방북한 프리차드 소장이 "미국 정보부가 실수했다"고 한 말을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정보부의 한 고위 인사는 "미국 정보부가 뭔가 놓쳤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이며 "우리는 북한이 수년간 우라늄 농축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항변했다고 덧붙였다.

 

북핵문제가 다시 불거졌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개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0.11.22 10:34 ⓒ 2010 OhmyNews
#북핵 #헤커 #영변 #우라늄 농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