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헤어진 형제 후손들, 400여년 만에 상봉

국립진주박물관, 국제교류전 '임진왜란 조선인 포로의 기억' 전시 계기로 만남 주선

등록 2010.11.30 14:55수정 2010.11.3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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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여년 만에 만난 홍성해 선생의 후손 홍성대씨(왼쪽)과 홍호연 선생의 후손이 악수를 하고 있다. 이 날 행사는 취재진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 정희성


임진왜란 당시 헤어진 형제의 후손들이 400여년 만에 진주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다. 이와 함께 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유명 서예가의 작품들도 400여년 만에 고향을 찾아 서예가의 한을 풀었다.

이들의 상봉은 국립진주박물관이 30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국제교류전 '임진왜란 조선인 포로의 기억'이란 주제로 여는 전시회에 앞선 29일 개막식 행사에서 이뤄졌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 2003년 상호교류를 목적으로 일본의 사가현립나고야성 박물관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임진왜란사에 기초한 학술교류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임진왜란 당시 헤어진 형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에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들의 만남을 추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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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하고 있는 홍성해 선생의 후손 홍성대(오른쪽)씨 홍호연 선생의 14대손 코우 기미히코씨. ⓒ 정희성


진주박물관에 따르면 산청 출신의 홍호연(본명 운해) 선생은 10살 남짓되던 1593년, 형제들과 피난을 가다 진주성 인근 산음(현재 산청)에서 공격하던 나베시마 나오시게에게 붓 한 자루만을 손에 든 채 강제 로납치됐다.

홍호연 선생은 뛰어난 서예 실력으로 일본 성주의 가신으로, 유명한 서예가로 출세를 하지만, 끝내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머나먼 타국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400여년 뒤 홍호연 선생의 후손들이 고향을 찾아 홍호연 선생의 형이었던 홍성해 선생과 동생 홍진해 선생의 12대 후손들과 상봉했다. 이들은 역사의 긴 단절 때문인지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마음을 열면서 서로에게 친밀감을 표시했다.

홍성해 선생의 12대손 겸 남양홍씨 무주부사공 종중 종친회장인 홍성대(71)씨는 "성해 할아버지의 문집인 오촌선생실기를 통해 운해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후손들을 만나니 기문이 묘하면서도 뭔가 모를 뜨거운 감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운해 할아버지의 족보와 우리들 것이 거의 일치한다고 들었다. 족보 정리 먼저 해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또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일본을 방문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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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진주박물관 두암관 입구 모습 ⓒ 정희성


홍호연 선생의 14대 손인 코우 기미히코(54)씨는 "떨리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며 소감을 말했다. 홍호연 선생의 후손들은 30일 산청군 오부면 중촌리 남양홍씨 집성촌을 방문하고 홍성해 선생과 홍진해 선생의 무덤도 참배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일본 사가현 중요문화재인 홍오연 선생의 초상 등 유물 20여 점을 포함해 사가현립 나고야성박물관 등 6곳에서 온 유물 100여 점이 두암관에서 전시된다. 전시회는 제1부 '조선인 포로, 시대적 배경과 실상', 제2부 '문화의 전파와 교류', 제3부 '예술로 승화한 포로의 꿈' 등 3부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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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호연 선생이 죽기 직전 남긴 서에 작품, 참을 인 자가 당시 포로였기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선생의 애환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 진주박물관


제1부 '조선인 포로, 시대적 배경과 실상'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함으로써 발생한 조선인 포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종전 후 조선과 일본의 우호관계가 성립되면서 이루어진 포로쇄환의 상황을 담고 있다.

제2부 '문화의 전파와 교류'는 일본이 임진왜란을 통해 조선의 인적·물적 자원을 유입함으로써 중세 문화의 변화와 발전을 이룩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제3부 '예술로 승화한 포로의 꿈'은 독특한 서체의 서예가로 명성을 날린 조선인 포로 홍호연(洪浩然)의 삶과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경남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경남에도 실렸습니다
#400여 만의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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