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없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서평] 나를 위해 남을 끌어안기 <너는 나다:우리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등록 2010.12.02 15:21수정 2010.12.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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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다>라는 제목은 모두가 노동자인 우리의 연대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 레디앙 등

<너는 나다>라는 제목은 모두가 노동자인 우리의 연대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 레디앙 등

생각만하면 눈물이 나는 인생이 있다. 자신을 위해 사는 이가 대부분인 인간의 삶과 아주 많이 다른 삶.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남을 위한 삶을 살다 특히나 꽃 같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이들의 것이다. 오늘날 대중적으로 회자되는 성자의 영역엔 예수와 석가모니가 대표적이고 이들의 삶과 말은 오늘에 남아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에게 삶의 영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한 인간의 삶은 아직까지 종교화되지 못한, 현실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살다간 이들을 들 수 있다. 체게바라, 안중근 같은 나무랄 데 없는 인격과 전투솜씨, 카리스마를 가진 이들도 있겠다. 반면, 못나고 어렵고 힘든 삶속에 제대로 세상에 저항의 힘을 보여줄 수 없었던 이를 말하고 싶다.

 

그는 자신도 끼니를 걸러가며 같이 일하는 동생들을 위해 빵을 사다주었다. 어린나이에 환기도 안 되는 좁다란 다락에서 12시간씩 일했던 여동생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못 읽는 글을 잠 줄여가며 독해하여 사회 불합리를 법에 호소하려 노력했다. 현실은 벽이었다. 커다란 벽. 결국 자신을 불살라서 세상에 외쳐보면 이를 누군가는 인지하고 세상이 바뀌는 데에 조그만 힘이라도 되지 않겠냐는 판단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렇다고 당장 누가 알아줄 것이며 같이 일하던 수많은 동료들과 자신에 기대는 부모와 형제는 또 어쩔 것인가. 그냥 죽고 나면 시름도 없이 편하겠지만 남은 이들의 고민만 깊어진다. 나쁜 사람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남은 이들의 양심은 얼마나 찔렸을 것이며 행동하지 못한 자책은 다시 피어올라 가슴을 짓누른다.

 

40주기가 한 달이 되어가는 전태일의 삶은 그랬다. 오래도록 남아 오늘의 청년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눈물 나는 삶이 오늘 우리 노동자들의 현실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는 굳이 증명할 필요는 없다. 근로노동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은 법과 현실이 완전히 따로 노는 70년대의 모습이며 오늘날 법에 의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는 모습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반면 과연 '좋아졌다'라는 이야기엔 의문을 표할만 하다. 청년실업 100만의 현실을 돌아보면 주변이 대부분 백수이거나 알바로 생계를 연명하는 알바족들이기 때문이다. 취업을 했다하더라도 '등 따시고 배부른' 현실은 아니다. 비정규직의 고용이 대부분이고 이 경우 직장생활을 2년을 넘기지 못하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너는 나다>는 같은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이들에게 동질감을 가지고 연대하기를 기대하는 제안서다. 출판사 리뷰에서 "4개의 출판사가 공동 투자, 기획을 통해 책을 펴내는 공동 출판은 대한민국 최초의 시도다"라며 "영리를 추구하는 출판사들이 공익적 목적으로 연대해 독자들과 함께 교감하려는 것. 이익금의 일부는 전태일 재단에 기부한다"고 했다.

 

▲ 레디앙의 전태일 열전 : 우리 시대 전태일(손아람)에서는 전국의 전태일을 찾아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그 동명이인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에서 오늘날 노동현실을 엿보는 참신한 시도다. ▲ 후마니타스의 나태일 & 전태일(글 이창현, 그림 유희)은 읽기 편한 만화다. 다소 썰렁한 화풍에 기업체에서 일하는 샐러리맨들의 의식과 생활을 담아 '피곤한 노동자'의 현실을 그렸다. ▲ 삶이보이는 창의 열혈청춘- 청춘일기(조성주), 청춘수다(임승수)는 전태일과 같은 또래의 우리 시대 청년들 이야기를 담았다. ▲ 철수와영희의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 하종강의 노동 백과 (하종강)는 오랫동안 노동관련상담을 한 지은이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동과 법, 현실에 대한 질문과 해설을 담았다.

 

2010.12.02 15:21 ⓒ 2010 OhmyNews

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철수와영희, 2010


#전태일 #우리시대전태일 #전태일40주기 #노동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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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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