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 받아 교회 행사? 초청한 적 없다는데...

[해외리포트] 만민중앙교회 행사 논란... 에스토니아 법무부 "초청장 보냈다는 사람들, 직원 아냐"

등록 2010.12.03 16:09수정 2011.06.13 17:13
0
원고료로 응원

이번 행사 준비 기간 중 한시적으로 열렸던 축제 누리집(http://est.koreanfestival.eu/) 초기 화면. 현재는 다른 화면으로 바뀌어 있다. ⓒ 만민중앙교회

이번 행사 준비 기간 중 한시적으로 열렸던 축제 누리집(http://est.koreanfestival.eu/) 초기 화면. 현재는 다른 화면으로 바뀌어 있다. ⓒ 만민중앙교회

11월 9일, <오마이뉴스>는 10월 30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북유럽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열린 한국 만민중앙교회의 집회를 보도했다. 당시 만민중앙교회는 '한국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개최하면서 거리 광고는 물론 인터넷과 방송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교 활동과 목사의 은사를 홍보하는 종교 행사를 벌여 에스토니아 현지에서 큰 물의를 빚었다. (관련 기사 : 한국문화 소개한다더니 교회 홍보잖아)

 

행사가 열리기 전, 에스토니아 국영방송의 시사고발프로그램인 <증언자>를 통해 만민중앙교회와 이 행사를 둘러싼 여러 사실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에스토니아의 주요 일간지들은 '종교집단의 두뇌 세척'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가며 만민중앙교회가 문화행사를 빙자해서 종교 활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만민중앙교회 측은 "진행은 모두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이뤄졌으며, 기자회견을 통해 행사의 성격을 충분히 인지시켰다"고 전했다. 행사를 총주관한 것으로 알려진 만민중앙교회의 기획실 담당자는 기자와 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성회는 에스토니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초청장을 보내 본교회와 (당회장인) 이재록 목사를 초청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만민중앙교회 측에서 단독으로 기획한 행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담당자는 에스토니아 관계부처에서 보낸 것이라며 초청장 사본 등을 그 증거자료로 기자에게 보내왔다.

 

그러나 기자가 검증해본 결과 만민중앙교회 기획실이 제공한 자료들은 신빙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만민중앙교회 "에스토니아 정부가 공식 초청했다"

 

만민중앙교회 측에서 보내온 자료들 중엔 에스토니아 법무부의 사회정책과(the social department)라는 부서에서 발급한 초청장을 한국어로 번역해 스캔한 사본이 있다. 사회정책과장 알베르트 베르그발트라는 사람이 사회정책과 직원으로 기재돼 있는 막심 키라넨을 통해 2008년부터 만민중앙교회와 주고받은 것으로 돼 있다. 막심 키라넨은 이번 행사의 공식 조직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행사 홍보 기간 중 탈린 시내에 내걸린 광고판. ⓒ 서진석

행사 홍보 기간 중 탈린 시내에 내걸린 광고판. ⓒ 서진석

이 초청장 문건에는 메일을 발송한 사회정책과가 자신들을 "정부기관으로서 교회와 일반 사회의 우호 증진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또한 "부서의 주요 업무는 국내 성도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기독교 성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명기되어 있고, 이미 수차례에 걸쳐 에스토니아에서 다른 기독교집회를 개최한 것으로 되어 있다.

 

만민중앙교회 측에서 제공한 자료들 중 첫 번째 서류는 2008년 10월 6일에 발급되었으며 문서번호 11-27/119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것의 요지는 만민중앙교회가 독일에서 개최한 '성회'를 본 독일 하원의원들의 에스토니아 지인들이 '이재록 박사'를 초청해 에스토니아에서도 "신유와 기독문화성회"를 개최해 줄 것을 사회정책과의 이름으로 부탁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정책과 측이 에스토니아에서 '성회'를 개최하여 "유럽에 부흥의 기회를 다시 가져다 달라"고 만민중앙교회에 지속적으로 부탁하면서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 임대와 TV 생중계, 에스토니아 주요 명사들의 참석 등을 책임지겠다는 서신들이었다.

 

에스토니아 법무부 관계자 "초청은 사실무근, 초청자 신원도 불확실"

 

그러나 기자가 에스토니아 법무부에 서류 검증을 의뢰한 결과, 법무부는 위와 같은 초청장을 발급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급 부서로 돼 있는 사회정책과도 없고 초청장에 이름이 거론된 이들조차 해당 시기에 법무부 공무원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아래는 에스토니아 법무부에서 공식적으로 받은 서한의 내용이다.

 

"알베르트 베르그발트라는 이름으로 현재 법무부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없으며, 이전에도 근무한 적이 없었다. 막심 키라넨 역시 법무부에서 한 번도 일한 적이 없고, 단지 탈린형무소에서 근무했을 뿐이다. 더욱이 그는 2007년 8월에 근무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문의한 기간 중에는 이미 해당 형무소에서도 근무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문의했던 인물들은 제시된 기간 동안 법무부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산하기관의 이름으로도 서신을 발급할 수가 없었다."

 

기자는 위 서신 내용을 법무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대외홍보처 관계자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 서신이 위조문서이거나 법무부의 이름으로 발급된 허위문서일 가능성이 크므로 더 자세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에스토니아 법무부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법적 조치를 취할 의향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기자는 만민중앙교회 본교회 기획실에 11월 22일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에 대한 해명 혹은 설명을 요청하는 메일을 꾸준히 보냈다. 그러나 만민중앙교회 측은 11월 24일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는 답신을 보낸 후엔 12월 2일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탈린의 구청들과 중앙당(Keskerakond) 같은 정당이 만민중앙교회 행사의 공식 후원기관으로 참여해 물의를 빚었었다. 이 기관들은 행사 개최 전에는 집집마다 안내문을 발송하고 당일에는 각지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교통수단을 마련하는 등의 열의를 보였다.

 

이 중 크리스티네 구청 관계자는 기자와 한 서신 인터뷰를 통해 "조직위원들은 이 행사가 대한민국의 문화행사라고만 말했을 뿐이며, (구청은) 행사가 있기 전 종교단체의 행사라는 말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 법무부에서 보낸 메일. ⓒ 에스토니아 법무부

에스토니아 법무부에서 보낸 메일. ⓒ 에스토니아 법무부

만민중앙교회, 여전히 "성회는 성공적" 홍보 중

 

행사가 끝난 후인 11월 26일 만민중앙교회는 <중앙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 <경인일보> 등에 게재한 이재록 목사의 신간 지면 광고에서 '에스토니아 성회가 성공적이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교회의 누리집이나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홍보자료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알리고 있다.

 

만민중앙교회의 대외홍보지 역할을 하고 있는 <만민뉴스>는 11월 28일자에서 "이번 성회에서 나타난 놀라운 권능의 역사는 에스토니아 최대 일간지 '포스타임즈'(에스토니아어 포스티메에스(Postimees)의 오기 – 기자 주), 탈린시 신문 '탈린포스트', 에스토니아 국영방송 'ERR', 에스토니아 주요 포털 사이트 '델피' 등 현지 언론과 러시아권 세계 최대 크리스천 포털 사이트 '인빅토리'와 '크리스천 텔레그래프'를 통해 보도됐다"고 전했다.

 

영자신문 <크리스천 텔레그래프>와 러시아어 신문 <인빅토리> 등은 자사 홈페이지에 만민중앙교회 바로가기가 있고, 대부분의 기사가 만민중앙교회와 관련된 곳이다. <크리스천 텔레그래프는>는 이재록 목사를 2009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 10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민뉴스>에 거론된 델피와 포스티메에스 등 에스토니아 현지 언론에 보도된 만민중앙교회 관련 소식은 <만민뉴스>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에스토니아와 한국은 내년에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한국문화축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진행된 이번 행사의 문제는 더 이상 특정 교회만의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10월에 벌어진 만민중앙교회 에스토니아 집회 광경(홈페이지 화면 캡처). ⓒ 만민중앙교회

10월에 벌어진 만민중앙교회 에스토니아 집회 광경(홈페이지 화면 캡처). ⓒ 만민중앙교회

 

10월에 벌어진 만민중앙교회 에스토니아 집회 상황을 전한 만민뉴스(홈페이지 화면 캡처). ⓒ 만민뉴스

10월에 벌어진 만민중앙교회 에스토니아 집회 상황을 전한 만민뉴스(홈페이지 화면 캡처). ⓒ 만민뉴스
#만민중앙교회 #에스토니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