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산업 키우고 농업 죽이면 결국 굶어 죽어

[서평] <자급을 다시 생각한다>를 읽으며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등록 2010.12.06 15:48수정 2010.12.0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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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우리나 '쌀'이 주식이고 이의 생산량이 자급과 직결된다. ⓒ 녹색평론

일본이나 우리나 '쌀'이 주식이고 이의 생산량이 자급과 직결된다. ⓒ 녹색평론

개방과 세계화의 물결이 우리의 문화를 변화시킨 것은 분명한 일이다. 빠른 정보공유와 싼값의 원자재 공급, 수출주도의 경제운용 등이 한국으로서는 이득이라 할 만한 일이다. 반면 부정적인 면도 많다. 자국 산업과 인력분의 보호가 힘들어지고 거대 기업과 산업만이 살아남고 작은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분명히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식량자급'이란 단어에서 무얼 느끼시는가.


대부분은 머리띠를 두른 주름살 깊게 패인 농민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그들의 싸움이지 우리의 일이 아니다. 다른 산업을 육성해서 농업을 먹여 살리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농민들에게 그리 지원해 봤자 답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쟁력 없는 농업은 폐기하고 전자제품과 선박 등을 집중육성해서 그 수익으로 다른 국가의 농식품 등을 수입하면 될 일이 아니냐고 한다.


이러한 논리들은 뭔가 큰 허점을 가지고 있다. 힘의 논리를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휴대폰산업을 키우고 농업을 죽이는 것은 결국 국내 식량자급률은 포기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못사는 나라들 남미의 일부 국가들이 지금 그런 처지다. 황폐화된 땅은 그들의 태생적 조건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경작해오던 농업이 죽으면서 모든 식량자원을 외부로부터 조달받게 되면서 생긴 불행이기도 한 것이다.


무역의 혜택만 보는 측면이 발달한 요즘의 경제 사조를 신랄하게 비판한 세키히로노가 생각의 기회를 준다.


"무역은 오래도록 경제활동에 있어서 주변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았다. 민중은 늘 안정적인 지역적 자급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무역은 어디에서든 부와 권력을 가진 특권층에 의해 특권의 유지와 확대를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현대 무역의 특징은 생활양식의 끊임없는 파괴와 거기에 기인한 시장의 무한한 확대에 있다. 무역은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욕망의 극한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개인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와 일체화되어 있다. 필요한 물자의 호혜적인 교환은 이 무역의 본래 목적이 아니다."


그가 말한 논지의 함축된 의미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수도 있다. 사실, 개인이 받는 무역의 혜택도 많이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저자가 내린 결론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현실의 '흐름'에 관한 것이다. 결국 '자동차 팔기 위해 농업을 내준다'는 것이 한미 FTA의 비판론의 요약 아닌가. 이를 놓고 내부에서 왈가왈부 하던 것이 결국 '강자에 굴종하는 내용으로 모든 것을 내주고 얻는 것은 거의 없다'가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자급을 다시 생각한다>는 농업의 생활화를 지향한다. 도시에서 먹을거리를 100% 사먹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가정 안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경작의 의미를 깨닫고 도시지역에서 농사짓는 도시농부들의 가치를 주장한다. 에너지, 금융, 식량 대란의 시대에 스스로가 먹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강국을 만드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모두에게 농업의 의미를 전파하고 자연과 인간의 교류가 주는 기쁨에 대한 내용도 전한다.


우리가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위기의 핵심을 깨닫는 것이다. 사서먹는 식량에 익숙해져 있다가 가격이 폭등하고 국내생산지도 없는 상황이 온다는 극단적인 가정까지 해 보아야 한다. 누군가 애써 지은 농작물을 식탁에 올리는 신성함을 깨달을 때가 된 것이다.


자급,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짓지 못하면 '로컬 푸드'와 같이 짓는 이를 직접 지원할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사회의 건강함에 한 몫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자급을 다시 생각하다/ 야마자키농업연구소 저/ 녹색평론/ 10,000원

2010.12.06 15:4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자급을 다시 생각하다/ 야마자키농업연구소 저/ 녹색평론/ 10,000원

자급을 다시 생각한다

야마자키농업연구소 지음, 최연희 옮김,
녹색평론사, 2010


#자급 #자급자족 #농업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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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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