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읽을 권리 주는 도서관

[서평] 어린이 전용 도서관의 참뜻 <기적의 도서관>

등록 2010.12.10 17:23수정 2010.12.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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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 공정함은 빈부차이없이 자유롭게 읽을 권리도 포함한다. ⓒ 현실문화

아이들의 꿈. 공정함은 빈부차이없이 자유롭게 읽을 권리도 포함한다. ⓒ 현실문화

'2003년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코너가 기획되었다. 그때 저자는 한 살짜리 꼬맹이들도 안방에서처럼 기고 뒹굴고 놀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 아이들이 보고 싶은 책을 보면서 즐겁게 꿈꾸고 상상하고 몽상에 잠길 수 있는 도서관, 책 말고도 노래, 춤, 그림, 공작 같은 여러 가지 활동도 할 수 있는 도서관을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리고 3개월 후,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기적의 도서관을 완성하여 공개한다.'

 

책 읽는 아이를 싫어할 부모는 없다. 문제는 아이들이 도무지 책과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게임기, 컴퓨터 등 주변에 유혹이 많은 경우는 책과 친해지기 힘들다. 주변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와 함께 도서관 나들이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귀로 들으며 책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부모의 읽기로부터 독립한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가져다 읽을 수 있도록 엎드리거나 눕거나 기대거나 하는 등의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는 가구와 장소가 필요하다. 어른이야 딱딱한 의자와 책상만 있으면 책을 읽는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장소에 더 예민하다. 분위기가 아이의 책읽기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건축가 정기용씨의 <기적의 도서관>(현실문화)은 10개에 이르는 전국의 어린이 전용 도서관에 대한 해설서다. 그가 꿈꾸는 것은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건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건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차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책을 접하고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어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상상하고 탐험하고 꿈꾸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전남 순천의 기적의 도서관은 그 고장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어른들에 의해 '기적'처럼 만들어 졌다. 순천을 1호로 해서 지금 기적의 도서관은 전국 각지로 퍼져 마치 하나의 브랜드처럼 인식되고 있으며, 이제는 앞으로 지어질 수많은 어린이 도서관 설계에 표준처럼 인지하고 있는 정도다.

 

책 읽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는 더 행복하다. 정기용 건축가는 도서관을 찾을 때마다 고마움을 표하는 학부모에 둘러싸인다. "너무 고맙다, 이런 공간을 주셔셔"라는 말로 대표되지만, 속마음은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줄 몰라 안타까울 정도라고 한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은 그렇지 못하지만 과천에 살 때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정보과학 도서관을 가서 첫눈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그 수려한 외관과 정돈된 서가배치, 최신시설과 신청만 하면 일주일 이내로 구매되는 책들.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고 큰 창 한쪽에 놓인 천소파는 독서와 휴식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비록 책속의 사진이지만 기적의 도서관 공간을 돌아보면 어른인 나도 설렐 정도다. 터와 배치- 외부이미지-열람공간의 세부적 철학-다목적실의 활용-증축에 대한 고려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설계의 변을 듣고 있자면 "제발 우리 동네로도 와 주셔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공간을 설계해 주세요"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을 듯도 하다.

 

그의 공간 설계는 우리가 겪고 있는 일반적 도서관과는 완전히 다르다. 빛의 유입과 아이들의 눈에 맞는 건물 색채개념. 온화함과 편안함을 중심으로 하지만 집중을 위한 차분함을 더해주는 공간설계가 무척 돋보인다.

 

예를 들면 순천 기적의 도서관의 경우 이야기 방이나 '아빠랑 아가랑' 등의 실은 부모와 아이가 밀접하게 책을 통해 교류하는 특별함을 부여한 공간이다. 책을 빌리고 읽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뿐 아니라 부모와 관계개선, 회복을 위한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순천, 진해, 제주, 서귀포, 정읍, 김해 도서관들을 순회하며 공간을 읽는다.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과 함께하는 건립에 얽힌 에피소드도 꽤 감동적이다. 책을 읽으면 기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건립 과정에서 어른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협조로 위대한 공간이 탄생하는 '기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작은 도서관과 마을 도서관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매뉴얼 역할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적의도서관/정기용/ 현실문화/ 25,000원

2010.12.10 17:23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기적의도서관/정기용/ 현실문화/ 25,000원

기적의 도서관 - 정기용의 어린이 도서관

정기용 지음,
현실문화,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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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빛부터 달라져요"

#어린이도서관 #작은도서관 #기적의도서관 #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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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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