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걸린 아이들 치료비도 다 무료"

[유러피언드림 - 교육강국 핀란드의 힘⑤] 켈라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우르요씨

등록 2010.12.13 10:47수정 2010.12.31 14:3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다섯 번째 이야기는 교육 강국 핀란드에 관한 이야기다. 인구 530만 명의 핀란드는 수준 높은 복지와 교육제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핀란드는 1960년대부터 40년 동안 꾸준히 '누구에게나 질 좋은 교육을'이라는 목표를 실현시켜 왔다. 그 결과는 2000년부터 국제학력평가시스템(PISA) 4번 연속 최상위권 기록으로 나타났다. 경쟁과 획일적인 시험이 거의 없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핀란드. 그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복지제도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말]
글 : 박수원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핀란드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한 이유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 덕분입니다. 의료, 교육, 실업, 장애인 등에 대한 지원을 관장하는 KELA(켈라)라는 곳이 있는데 한번 취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핀란드의 사회복지기관 KELA는 시민들에게 촘촘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핀란드 에스포시에 있는 지방사무소 가운데 하나. ⓒ 임정훈

9일 오전 8시 헬싱키 시 토올로 지역에 위치한 켈라를 찾은 것은 핀란드에 살고 있는 교민 신선아씨의 제안 때문이었다.

사회보험기관인 켈라는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저소득층의 주택보조금지급, 보육비지원, 아동수당과 가족수당, 학생수당, 건강보험 등 핀란드 사회보장 전반을 책임지는 기구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만난 우르요 마틸라(63)씨는 켈라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으로 33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취재팀에게 켈라의 혜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손바닥만한 책자를 내밀었다. 그 책자 속에는 켈라의 예산과 직원 수, 각각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수치가 상세하게 정리돼 있었다.

우르요씨는 리서치센터에서 일해서 그런지 취재팀을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핀란드 복지를 책임지는 켈라에 대해 그는 1시간 동안 차분하게 설명했다.


"일하고 세금내는데 혜택을 주지 않는다? 그게 더 불공평하다"

- 몇 명이 근무하고 있나.
"모두 604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방 사무소가 269개 있다."

- 켈라가 가장 중점을 두는 복지 서비스는 무엇인가?
"1973년에 설립된 켈라는 사회복지부 산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 아래 있다. 우리 목표는 모든 시민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일이다." 

- 켈라 예산 확보는 전적으로 국가 재정에 의존하나.
"아니다. 국가재정으로 64% 정도를 충당하고,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가 13.6% 정도이다. 그리고 고용주들이 내는 돈이 17.3%, 지자체에서 4.7%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 켈라의 예산 지출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하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수당, 건강보험금, 주택임대 보조금, 아이들과 관련된 수당, 학생수당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 가운데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이 지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켈라 예산은 핀란드 GDP의 6.9%수준이다."

- 이주민들에게도 거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뭔가.
"켈라카드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난민들의 경우 거주 허가증이 있어야 하고, 발급에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EU시민의 경우에는 바로 켈라카드가 나온다. EU시민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의 경우에는 발급이 되기는 하지만, 심사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소요시간이 필요할지는 정확하게 말하기 힘들다. 켈라카드는 핀란드에서 일하고 세금을 내는 모든 사람에게 지급된다고 할 수 있다. 켈라카드를 소유한 사람은 500만 명 가량이다."

"아동수당과 학생수당은 빈부격차 없이 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 임정훈


- 이주노동자들이나 난민들에게 과도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비판도 있다.
"외국 사람이라고 해도 핀란드에서 일을 하고 세금을 내지 않느냐. 일하고 세금을 내고 있는데, 다치거나 아플 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오히려 혜택을 주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게 더 공평하지 않다."  

- 핀란드 역시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비 EU국가에서 오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켈라를 통한 탄탄한 복지가 핀란드로 이민을 오는 강력한 동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노동력 유입 유인책의 일환으로 그런 이주노동자들에게 켈라 카드를 지급하고 있는 것 아닌가?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어쨌든 외국이든 내국인이든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동수당과 학생수당이 만들어진 이유

- 왜 교육복지 수단의 일부로써 아동수당과 학생수당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빈부 격차 없이 아동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자는 취지가 있다. 2차 대전 이후의 전쟁으로 남자 성인들이 많이 죽고, 주로 여성들이 아이들을 책임져야 했다. 그런 아이들의 생활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아동수당이 만들어졌다. 아이가 태어나서 만 17세가 될 때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학생수당 역시 비슷한 시기에 생겨났는데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 출산수당과 아동수당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아이를 많이 낳는 집은 더 많은 아동수당을 주지만, 아이 한 명당 월 100유로 정도의 돈이 결코 많은 금액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옷 사 입고, 먹을 거 사먹는 정도 아닐까." 

- 아동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이들 건강을 1차적으로 관리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보건소 등을 관할하기 때문이다. 물론 약을 탈 때는 켈라카드가 필요하지만. 켈라는 어린이병원(라스텐린나- 어린이만의 성곽)을 관장하고 있다. 거기에서 희귀병이나 중병에 걸린 어린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있다. 그 치료는 모두 무료다."

- 교육과 관련된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는가.
"각 대학마다 학생건강센터가 있어 학생들이 기초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리상담사가 배치되어 있어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서비스는 켈라카드가 없는 학생들도 이용 가능하다."

- 복지 혜택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담당자도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켈라카드가 있는 시민들은 주로 지역사무소를 통한 상담을 하고, 이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이 결정된다. 잘못된 결정이 있다면 다시 상담을 한다."

- 새롭게 시행하는 켈라의 제도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65세 이후에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기본연금(직장연금가입자는 직장연금에 낸 돈으로 연금수령) 580유로(약87만 원)에서 2011년에 685유로(약 103만 원)로 늘어난다."

- 최근 들어 여러 나라에서 복지와 관련된 혜택을 줄이고 있는 추세와 다른 선택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기존보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이후에 에너지와 관련된 부분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됐다." 

"주택임대비용까지 왜 제공하냐고?"

"켈라카드를 소유한 사람은 500만명이다" 켈라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우르요 마틸라씨. ⓒ 임정훈

-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나?
"가령 감기약의 경우는 42%정도만 켈라에서 지원을 해준다. 이 사람이 병에 걸렸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으면 100% 지원을 해준다. 42%와 100% 사이에 더 많은 비용을 타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 재정은 안정적인가. 적자가 우려될 만한 수준은 아닌지.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세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다. 혹 경기 침체가 오면 다른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왜 켈라에서 사회적 약자층들에게 주택임대비용까지 제공하나.
" 핀란드는 겨울에 워낙 추워서 집이 없으면 안 된다. 집을 살 수 없거나 월세를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 집에서 쫓겨나 거리에 나앉게 할 수는 없지 않나?"

- 현재 켈라의 고민은?
"앞으로는 인터넷서비스나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력 조정도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45년부터 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정년퇴직을 할 때쯤이면 어느 정도 인력도 정리되지 않겠나."

<유러피언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 박수원 기자 (팀장), 임정훈 시민기자, 윤정현 해외통신원.


#유러피언드림 #핀란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