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군 참모총장 모두 영남출신, 이러고도 "공정한 인사"?

비난 일자 "가장 공정한 인사"라며 맞서는 대통령, 국민 우롱하는 처사

등록 2010.12.16 19:05수정 2010.12.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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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군 장성인사를 "가장 공정한 인사"라고 자평했다.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이홍기 3군사령관 등 신임 군 고위장성 14명으로부터 보직 및 진급 심사를 받는 자리에서 한 얘기다.

3군 참모총장 모두 영남출신, 이러고도 "가장 공정한 인사"

대통령은 "이번 군 인사는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해 국방장관이 가장 공정하게 했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가장 공정한 인사"라는 대통령의 말이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야당들은 일제히 이번 군 인사를 '지역편중 인사'라고 성토하고 있다. 국민이 이번 군 인사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대통령의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번에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된 김상기 전 3군사령관은 포항출신으로 동지상고를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과 '형님예산'의 주인공인 '영포대군' 이상득 의원도 동지상고를 나왔으니 서로 동문지간이다.

동지상고는 현정권 들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전통의 명문인 덕수상고와 부산상고를 위협할 정도로 약진하고 있고, 심지어는 4대강 낙동강 구간 공사를 동지상고 동문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대장 8명 중 7명 영남출신, 이제 '영남軍'이다


이번 인사로 육,해,공 3군 참모총장이 모두 영남 출신들로 채워졌다.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은 포항과 가까운 대구 출신이고,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경남 김해 출신이다. 육,해,공 총장 임명 때 지역안배를 고려해 왔던 관행이 깨지고 영남이 독식하는 판이 만들어졌다.

야당이 떼나 쓰려고 군의 특정지역 편중현상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내용을 보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군의 최고 계급인 대장은 총 8명. 출신지역으로 보면 경북 3명, 경남 4명 등 7명이 영남출신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안보무능 정권이면서 자기 식구 챙겨 군 길들이기나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제3야전군 사령관에 임명된 이홍기 전 합참 작전본부장 인사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군의 방어능력을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계기를 제공했던 연평 포격사건 당시 합참의 실무책임자가 바로 이홍기 사령관이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 사태의 책임을 져 문책당해야 할 사람을 되레 발탁해 놓고도 "가장 공정한 인사"라고 하니 국민 누가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겠는가.

육군참모총장, 3야전군사령관 인선 의혹 많아

현 정권 들어 육군참모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3개월, 6개월 만에 물러나고 있다. 국민들이 이에 대해 의아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천안함, 연평사태 등과 관련된 문책성 인사라면 혹시 모를까, 바다에서 일어난 안보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육군참모총장의 잦은 경질은 그 이유와 배경이 수수께끼다.

이런 맥락에서 야당은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발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동지상고 후배를 육군참모총장 시키려고 8년 전에 빌딩을 산 것을 문제 삼아 황의돈 참모총장을 잘라버렸다"고 주장했다.

편중인사에 대해 다른 야당도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대체 군 개혁과 고향 후배 심기가 무슨 관계냐"며 힐난했고,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외형상 오해를 받을 만한 인사를 계속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현정권의 인사를 "동아리 인사"라고 비난했다.

비난 일자 "가장 공정한 인사"라며 맞서는 대통령, 국민 우롱하는 처사

이런 비난에 대한 국방부의 대답이 가관이다. "군 인사에 전문성과 능력을 중시했지만 지역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얘기다. 한국사회는 아직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지역주의의 극복을 위해서도 능력과 전문성 못지않게 지역안배도 중요하게 고려했어야 맞다.

육,해,공 3군 참모총장 모두가 영남출신이고, 군 대장 8명중 7명도 그렇다. 군 수뇌부를 죄다 영남지역 출신들로 채워놓고 육군참모총장에는 대통령의 동문 후배를 임명했다. 국민으로부터 의심 받을 짓은 하지 않아야 하는 게 지도자가 갖춰야할 덕목 중 하나다. 의심 받을 짓을 해서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편중 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가장 공정한 인사"라며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심 받을 행동으로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더니 이젠 '불공정 인사'를 '공정하다'고 우기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군 장성인사 #육군참모총장 #공정사회 #영남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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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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