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짜를 세듯 자가재활에 매진하다

[나의 재활기] 스스로 개발한 재활운동이 소중하다

등록 2010.12.17 19:24수정 2010.12.1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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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사소한 동작이라도 끝없이 반복하면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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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환자는 몸 양쪽의 운동기능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데 이는 아무리 단순한 동작이러도 끝없이 반복해주면 뚜렷이 개선되게 된다. ⓒ 서치식


내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2005년 5월 18일부터 2040일째 되는 날이 이 글을 쓰는 2010년 12월 16일이다. 사고 후 80여일 만에 의식을 회복하고 이른바 '영혼의 재활'을 통해 본격적으로 재활에 나서면서 매일 날짜를 헤아리듯 재활에 매진하며 살아왔다. 끊임없이 내 몸에 맞는 재활운동을 찾아가며 내 몸의 반응을 예민하게 체크하고 피드백해서 응용하고 다시 반응을 살피고 응용하며 살아온 날들이다.

가령 장애를 얻고 나서는 신을 신으려면 서서는 못 신고 꼭 자리에 앉아서 신을 수밖에 없었는데, 신발을 신을 때마다 안 되더라도 꼭 서서 신으려 노력해본 다음에야 앉아서 신고는 했다. 그렇게 시도하며 숱하게 넘어졌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안 되는걸 억지로 하지 말고 처음부터 그냥 앉아서 신지 신발을 서서 신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닌데 그러느냐?'고 하곤 했다.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도 넘기지 않고 노력해 이제는 자연스럽게 서서 신발을 싣는 상태가 되었다.

장애를 가지고 조금 개선된 상태가 내가 원하는 재활목표가 아니었기에 숱하게 넘어지면서도 계속 시도한 것이다. 장애를 얻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에서도 나를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그렇게 취급하는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완벽한 재활을 꿈꾸며 살아온 그간의 내 외로운 노력이 2010년 가을로 접어들며 커다란 진전을 보이고 있다.

11월에 지인의 상가집에서 우연히 만난 안면이 있는 여자분(장애를 얻고 알게 된 분이다)이 나를 보고 반색을 하며, '걷는게 확연히 좋아지고 얼굴에도 자신감이 있고 화색이 도니 완전 꽃미남'이라면서 헤어지려고 악수를 하는데 손을 끌어다 입을 맞추었다. 여자 분이라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그분을 알게 된 2008년 후에 내 재활 성취를 그분의 그 행동이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 여겨져 속으로 내내 흐뭇했다.

끝없는 모색으로 찾아낸 골반운동이 뚜렷한 개선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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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로 다리벌리기 앞뒤로 다리를 있는힘껏 벌려주는 이 동작은 골반을 풀어주는데 뚜렷한 효과가 있었고 하면 할 수록 점차 더 넓게 벌릴 수 있었다. ⓒ 서치식


질병이든 사고든 뇌병변 장애자들은 너나없이 편마비가 있게 되고 편마비가 있는 쪽의 다리는 걸을 때 빙 돌리게 되고 골반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아 걸음걸이가 불안하게 된다. 내 경우도 치열하게 재활에 매진하며 아무리 노력해도 편마비가 있는 왼쪽 다리를 빙 돌리는 것하고 왼손에 힘이 들어가 부자연스럽게 옆구리에 자리하는 것이 영 개선되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골반과 왼다리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에 전념하며 눈에 띄는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집 근처의 도서관을 이용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하루 중 5시간 정도를 재활에 할애하는 생활을 하다가 골반과 왼 다리, 손가락을 집중공략하며 커다란 성과가 있어 이제는 2시간 정도를 재활에 할애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왼다리와 골반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했을 뿐인데 입 주변 근육에 자극이 오고 발음이 개선되더라는 것이다. 지인들과 전화통화를 하다보면 언어구사가 굉장히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재활을 하며 숱하게 느끼는 우리 몸의 신비함이다.

사고 후 재활초기 마치 등에 무거운 쇳덩이를 묶어놓은 듯했던 묵직함, 오른발과는 다른 중력이 작용하듯 천근만근 무거웠던 왼발의 무게감이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단지 좀 심한 운동 후의 약간 무거운 느낌만이 장애의 잔재로 남아있다. 이 느낌만 완전히 사라진다면 내 재활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재활에 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는 인터넷을 통해 재활에 관한 자료를 검색해 병원치료를 받으면서는 의료진에게 끝없이 질문하며 재활에 대한 나 나름의 체계를 잡기위해 당시에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병원치료는 소극적, 방어적인 치료일 뿐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재활병원의 치료라는 게 아주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회복에 치료목표를 설정하고 제반 치료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재활을 이루어 이땅의 140만 재활우의 희망으로 자리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내 목표와 치료진의 치료목표는 일치할 수 없어 어느 수준에 이르자 질문과 대답이 겉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병원치료를 더 길게 하다가는 장애를 고착화 시킬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생각으로 나는 재도약을 위해 굳은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간접경험에 기반한 의료진 보다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게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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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에 매달리기 샤워하며 몸을 보면 왼쪽 삼각근 부위가 위축된 것을 느끼고 왼쪽 기능이 그래서 떨어진다 생각해 시작한 매달리기로 이 운동을 하면서 좌우 밸런스가 뚜렷하게 개선되었다. ⓒ 서치식


곰곰 생각해보니 재활 의료진이 가지고 있는 재활의 지식들이 결국은 학문을 통해 얻은 간접경험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재활에 관한 학문 이란 것도 재활환자들을 관찰하고 치료하며 얻어낸 간접경험이라는 것이다. 재활치료라는 게 운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나는 직접 내 몸으로 경험하는 것들을 응용하고 찾아내면 병원치료보다 더 효과적인 재활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당시 통원치료를 하던 지역의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출신의 그 병원원장님에게 병원치료를 끝내려고 마음먹고 '원장님은 학문을 통해 재활을 간접경험 하셨지만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내 재활성취가 내게는 더 소중하고 궁극적으로 완전한 재활은 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렇게 생활 속에서 이루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틈만 나면 끊임없이 질문해 대며 유난을 떨던 환자였던지라 그 원장님은 한참을 생각하고는 순순히 동의해 주셨다. 그 이후로 나 혼자만의 외로운 재활모색은 시작되었다.

불교에서 행하는 108배를 응용한 운동부터, 헬스클럽을 이용한 재활(구내매점에서 라면과 공기 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10시간씩 몰두한 적도 있었다), 체련공원의 각종기구를 이용한 운동, 다리 모으고 앉았다 일어서기, 흔히 가라스윙이라 부르는 골프의 빈 스윙, 철봉에 매달리기, 뒷꿈치 들었다 내리기, 앞뒤로 다리 벌리기, 옆으로 다리 벌리기, 골반운동, 손가락 체조, 다양한 자세의 스트레칭 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의 많은 운동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틈만 나면 해왔다.

유난히 더운 2010년 여름 공부하는 도서관의 휴게실로 사용하는 2층 베란다의 철제난간을 이용해 손가락체조와 푸쉬업을 하곤 했는데 더운 날씨에 철제로 된 그 난간을 이용해 운동하다 보니 어느 날은 화상을 입는 것도 모를 정도로 열중해서 재활에 매진했다.

도서관의 2층베란다 커피 자판기 옆 구석자리는 이제는 나의 재활운동장소가 되어 내가 휴게실에 가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나만 보면 자리를 비켜주곤 할 정도가 되었다. 뇌병변 환자들은 자리에 누워도 불편을 느낀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은 뇌병변 환자의 간호에 관한 자료를 보니 뇌병변 환자에게는 별도의 침대를 쓰게 하는게 좋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3년째 혼자 살고 있는 집에 돌아가면 밤 10시 반, 현관에서 혼자 이것저것 스트레칭과 골반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다보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사고전 보다 잔근육이 발달하고 나날이 몸이 균형잡혀 나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어서다. 그렇게 휘파람을 불며(언어치료를 해보니 입의 근육들을 자극하고 운동시키는 것 이었는데 어릴 때 곧잘 새소리를 휘파람으로 내던 내가 전혀 불 수 없었는데 이제는 거의 건강할 때 수준으로 소리가 나게되었다) 샤워를 마치면 하루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게 되는데 누워보면 나날이 몸의 회복정도를 느낄 수 있다. 옆으로 돌아 눕기도 불가능했고, 반듯하게 누워도 불편했던 느낌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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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의 도서관 2층 휴계실의 내 전용이 되다시피한 자리 도서관 2층 휴계실 자판기 옆의 구석진 자리로 내 재활운동 전용공간이 되다시피 한 자리. 앞쪽에 페인트가 벗겨진 자리를 주로이용한다. ⓒ 서치식


추석이후 내 재활의 목표인 하프마라톤 완주를 위해 집 근처의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는데 한동안 열중했었다. 하지만 골반운동과 왼다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달리기는 하지않고 있다. 왼 다리를 약간씩 끌며 달리는 것보다 골반을 먼저 바로잡아 제대로 된 자세로 달리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재활하며 그저 목표달성에만 집착하다가 제대로 된 자세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일종의 '여유'가 생기더란 것이다.

내년 4월에 있을 이 지역의 새만금 마라톤에서 하프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해  스스로 정한 시간에 스스로 셋팅 한 재활운동을 하면서 완전한 자세로 완주하는 모습을 머리에 그려본다.
#서치식 #자가재활 #뇌병변 #영구장애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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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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