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 관심 많은 자녀와 함께 볼 영화 추천합니다

[서평] <청소년을 위한 추천 영화 77편>

등록 2010.12.19 16:10수정 2010.12.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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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씨네21 펴냄) 시리즈는 영화 읽기 안내서다. 청소년들에게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못하는 학교 밖의 세상 혹은 나와 다른 세계들을 영화라는 '창'을 통해 만나고 생각하게 한다. 그리하여 청소년들의 사고와 생각의 폭을 넓히게 한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의 첫 번째 주제는 '나', 첫 번째 <연을 쫒는 아이>(2007년)에 이어 소개되는 것은 10대의 임신을 다룬 <주노>(2007년)


영화를 보고 나서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상상'과 '현실'이라는 대립적인 개념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한 영화에서 잘 버무려놓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주노>는 십대의 임신과 낙태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쩌면 이렇게 발칙할까(?) 싶을 정도로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십대의 임신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이 영화가 경쾌한 분위기로 그려졌다고 해서 십대의 임신을 독려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요.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이 십대의 임신에도 너무나 태연해서 약간 걱정스러운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만, 생명에 대한 책임과 아기의 행복까지 염려하는 주노와 철없는 남자친구 블리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이 영화가 우리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영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성과 생명', '자유와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누구나 즐겁게 감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 <주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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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추천 영화 77편>-두번째 이야기 겉그림 ⓒ 씨네21

책을 통해 만나는 <주노>가 정말 반가웠다. 이 영화가 개봉됐을 무렵 TV를 통해 영화 정보를 보며 '우리 아이들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을 나이가 되면 꼭 함께 봐야지'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영화의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둘 다 이성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다. 올 겨울방학 때 꼭 함께 봐야겠다. 새해 고등학생이 되는 딸의 친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
'지금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당연히 누리고 있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란 주제의 2장에서 가장 반갑게 읽은 것은 2008년에 개봉된 <크로싱>(김태균 감독). 개봉 당시 꼭 보고 싶었었는데 바쁜 일상에 그만 깜박,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까맣게 잊었었기 때문이다. 이런지라 내친김에 유료 다운로드하여 눈물 펑펑 쏟으며 봤다.

<크로싱>은 그간 북한 당국에 의해 연출된 모습만 보여지곤 했던 북한 주민들의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일상과 수용소의 처참한 현실, 탈북자들의 현실과 상황들을 비교적 생생하고 사실에 가깝게 담았다는 평을 얻고 있단다. 그 실상을 전부 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터,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울컥 눈물이 흐르고 분노가 치솟는 걸 보면 맞는 것 같다.

어떤 자료를 보니 2010년 현재 국내 탈북자 수는 2만 여명.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는 탈북자 문제로 정부가 많은 고민을 한단다. 며칠 전, 생계형 탈북자들이 대부분이었던 예전과 달리 갈수록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몇 달 전, TV 뉴스를 통해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뉴스도 본 것 같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더러 만날 수 있을 만큼 많아진, 세계 어떤 나라보다 우리가 먼저 끌어안아야 하는, 그리하여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탈북자들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영화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관심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 줄거리를 소개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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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약을 구해 꼭 돌아오겠다"는 간절한 약속을 아들에게 남기고 떠나는 용수 ⓒ 영화자료


청년탄광의 광부인 용수(차인표 역)에게는 아내와 열한 살 준이(신명철 역)가 있다. 끼니마다 푸성귀를 뜯어 밥에 섞어 먹어야 할 만큼 형편은 어렵지만, 이들 가족은 함께 사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그런데 아내가 폐결핵으로 쓰러지고, 게다가 임신까지 한다. 이에 그는 가재도구들까지 팔아 약을 구해 보지만 구할 수 없게 되자, 약간의 식량을 마련해 놓고 집을 떠난다. "엄마의 약을 구해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준이에게 남기고.

그가 떠난 얼마 후 병세가 악화되어 용수의 아내는 결국 죽고 만다. 트럭에 실려 가는 엄마의 시신을 울며 쫒던 준이는 처참한 모습으로 아빠를 찾아 떠돌게 된다. 하지만 열한 살 소년에게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준이는 아빠를 찾아 변방을 떠돌다가 한 소년의 제의로 두만강을 넘어 중국으로 가던 중 붙잡혀 수용소에 갇히는데, '변절자 김용수의 아들'이란 낙인과 함께 처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한편 용수는 중국에서 약만 구하면 돌아가려던 계획과 달리 자신도 모르게 탈북자가 되자 보내달라며 울부짖는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남한에 도착하게 되고 임대아파트에 정착비, 일자리까지 얻게 된다. 그리하여 얼마간의 돈이 생기자 아내의 약을 구하지만 자신은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처지라 어렵게 구한 브로커를 통해 아내는 이미 죽고 아들이 수용소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참이 지났다. 그는 버는 돈 모두를 아들과의 재회에 들인다. 이제 하룻밤만 지나면 그토록 보고 싶던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용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이튿날 아들에게 줄 축구화와 축구공, 영양제가 든 가방을 끌어안고 몽골 행 비행기에 오른다. 삼춘이라는 브로커를 따라 몽골 국경으로 올 아들을 만나러. 하지만 용수는 아들에게 주려고 몇 알 넣었던 영양제 때문에 그만 몽골의 출입국관리소에 억류되고 만다.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간신히 풀려나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도착한 것은 '탈북자이니 한국 대사관에 보내 달라'는 내용의 아들 목에 걸렸던 팻말과 누더기가 된 신발 한 켤레, 그리고 아내의 반지. 준이는 준이대로 일행과 떨어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몽골의 국경지대인 고비 사막에서 홀로 헤매다 죽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아래, 밤에는 차가운 모래사막에서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채. 이 부분 너무 슬퍼서 울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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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을 건너기 직전에 발각되어 끌려간 수용소에서 같은 신세가 된 친구 미순과 준이가 노동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 영화자료


북한 주민들은 여러 방법으로 끊임없이 탈북을 시도한단다. 영화 속 용수 일행처럼 운 좋게 성공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탈북자들이 발각되어 사살되거나 수용소에 갇혀 비참한 생활을 한단다. 용수와 함께 강을 건너다 발각되어 사살되는 노인이나 준이가 만난 소년처럼 중국이 바라다 보이는 두만강가에서, 용수가 하마터면 잡힐 뻔 한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나 준이가 밤낮으로 헤매다 싸늘하게 죽어간 몽골 고비 사막에서 무참하게.

얼마 전 북한의 연평도 폭격 관련 뉴스를 보면서 아이들은 묻는다. "저렇게 틈만 나면 끊임없이 도발을 해대는데 왜 우린 계속해서 식량과 비료 같은 것을 줘야해?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얼어 죽는다는데? 북한은 우리가 도와주는 걸로 무기를 만들어 전쟁할 생각이나 한다는데?"라고. 영화로나마 북한의 뻔뻔하고 무모한 정권에 인질로 잡혀있는 북한주민들의 처참한 실상을 알면 아이들의 이해와 생각이 좀 더 깊어질 수 있으리. 

미국의 실제 풋볼팀 '타이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인종문제와 동료 간의 협력 등과 같은 문제들을 많이 담고 있는 <리멤버 타이탄>, 연을 날리는 아이와 연을 쫒는 아이를 통해 자유를 누리는 자와 자유를 갈구하는 자의 모습을 그린 <연을 쫒는 아이>, 종교와 이념의 갈등, 사회 관습과 전쟁이 인간의 생존권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천상의 소녀>, 바다에서 다이빙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되어 26년간을 침대 위에서 산 스페인 남자 라몬 삼페드로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씨 인사이드>, 역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 개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한 부부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나의 아름다운 비밀>, 패스트푸드가 인간의 몸에 끼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도 아이들과 올 겨울 방학 때 함께 볼 영화로 우선 선정한 것들이다.

명색이 지 엄마가 서평을 쓰는 사람인데, 참 나! 언제쯤에나 책읽기의 중요성을 몸과 마음으로 터득하고 깨달을라나. 이 책은 어떤 점이 좋았다. 아마도 친구 00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거다 등, 제 고민과 연결시켜 설명하면서 권해도 도통 관심이 없다. 나이 한 살 더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책과 멀어지는 것만 같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영화로 만든 <알리바마 이야기>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영화로 만든 동명 영화 <향수>를 권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추어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혹시나 우리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없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의미 있는 영화를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때로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이 가득 담긴 영화를 청소년 여러분과 함께 감상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은 모두 좋은 영화 한편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좋은 영화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힘이 있고, 청소년 시기에 보는 한편의 좋은 영화는 그 어떤 책이나 사람에게도 뒤지지 않은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지금 펴내는 이 책이 좋은 영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픈 어른들에게, 또 다양한 영화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 <청소년을 위한 추천 영화 77편> 두 번째 이야기 여는 글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두 번째 이야기 | 강안 이승민 공저| 씨네21 | 2010-07-20 | 값 : 14,000원


덧붙이는 글 <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두 번째 이야기 | 강안 이승민 공저| 씨네21 | 2010-07-20 | 값 : 14,000원

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두 번째 이야기 -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

이승민.강안 지음,
씨네21북스, 2013


#영화 #청소년(1318) #주노 #크로싱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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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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