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카드 or 연하장

아직도 카드로 사랑을 전하는 이들에 대한 상찬

등록 2010.12.23 17:10수정 2010.12.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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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어서 우편물의 양이 더 많아졌습니다. 받는 양이 많으니까 자연히 집배원이 수고하며 전하는 양도 많아지겠지요. 오늘은 다양한 우편물이 저에게 배달되었습니다. 두툼한 총회 주소록, 누리복지재단의 탁상용 달력에 할렐루야교회의 조윤구 집사님이 매달 보내오는 '오늘의 양식'도 있군요. 또 제가 기고한 아티클이 실린 '호서대신문' 322호도 끼어 있습니다. 저는 이 신문에 '모니카의 생애'라는 제목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이런 편지도 받았습니다. '김천문화신문'에서 온 원고청탁서입니다. 이 신문에 저는 '이명재의 세상읽기'라는 타이틀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신년호에 실을 원고를 청탁해온 것입니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우리 심성의 풍요로움을 꿈꾸는 신년사를 쓰서 보낼 예정입니다. 우리 지역에 이런 신문이 있다는 것이 무척 다행스럽습니다. 내년에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지역 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신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오늘 받은 우편물에 중요한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글을 쓸 마음을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들이 저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의 움직임을 최소화시킨다는 염려가 없지 않습니다. 성탄 카드 혹은 연하장은 전 세기 말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연말연초 마음을 전하는 좋은 매개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에 밀려 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꼼꼼한 수작업을 요구하는 카드를 인사장으로 보내는 일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정다운 성탄 카드를 몇 장 받은 것입니다. 먼저 달리다굼선교회에서 연하장을 보내왔군요. 달리다굼은 김천 지역 장애인들을 돕는 선교회로 알고 있습니다. 소외받고 사는 삶의 앞자리에 위치해 있는 장애인들을 보다듬으며 그들을 위해 도시락과 반찬 봉사, 겨울 김장 나누기, 자선 공연 등 많은 의로운 일을 하고 있는 선교회입니다. 이사장으로 섬기는 장승현 목사님과 회장인 이두성 목사님 이름으로 '할렐루야…'로 시작하는 긴 인사말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연하장이었습니다.

 

'한걸음어린이집' 채은희 원장님에게서도 앙증맞게 예쁜 성탄 카드가 왔습니다. '한걸음어린이집'도 장애아동들에게 눈높이 교육으로 시작해서 떳떳한 사회인으로 양성하는 기관입니다. 채 원장은 그 방면의 전문가로서 지역에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스텝아동발달센터, 해피 쿠키, 더고운봉사단 등을 한걸음어린이집과 함께 묶어 누리복지재단을 설립해서 장애인들의 삶의 영역과 질 확대를 위해 뛰고 있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눈이 즐겁습니다. 그 복지재단 소속 모든 기관에 주님의 축복이 가늑하시길 바랍니다.

 

조윤구 집사님에게서도 며칠 전 연하장이 왔습니다. 조 선생은 독립운동가 조동호 선생의 장자가 됩니다. 그의 노고가 선친 유정 조동호 선생을 독립운동가의 반열에 우뚝 세워 주위 사람들의 상찬을 받았습니다. 제가 유정 기념사업회 이사로 올라 있는 관계로 매년 이맘 때쯤 조 선생은 연하장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받기만 하고 답장도 드리지 못하고 있는 무례를 범함에도 그는 한 번도 빼먹지 않습니다. 금년에는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으시던 이현희 박사님이 타계하셔서 후임 회장을 모시는 문제로 조 선생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총회 본부 원팔연 총회장님과 송윤기 총무님으로부터 성탄 카드를 받았습니다. 첫 면에 이런 글귀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부흥하는 성결교회 민족의 희망"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원 총회장님과 송 총무님이 교단의 살림을 맡고나서 희망적인 움직임이 곳곳에서 움트고 있음은 소망스런 일입니다. 이들의 노고에 응답해서 전국에 산재해서 활동하는 있는 목회자들도 최선을 다해 주님의 일을 하면 좋겠지요. 우리 교단이 부흥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이들이 보낸 성탄 카드는 그래서 비둘기처럼 평화의 메시지로 저에게 전해져왔습니다.

 

저는 편리한 문명에 편승하는 삶을 살고 있어 가끔 뉘우칠 때가 있습니다. 정확히 3년 전에만 해도 성탄 카드를 100여장 씩 구매해서 가까운 사람, 존경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인사글을 써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메일로 또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편리함을 즐기고 있는 이면에 과거 낭만적 향수를 잊고 사는 손해를 입고 맙니다. 다시 성탄 카드로 연말을 맞이하고 싶지만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문자메시지가 아닌 성탄 카드를 고집하며 정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분들을 떠올리면 저도 그들의 생각에 합류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잊지 않고 성탄 카드 혹은 연하장으로 저에게 사랑을 전해 주는 분들에게 할 수 있는 보답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2010.12.23 17:10 ⓒ 2010 OhmyNews
#성탄 카드 #문자메시지 #이메일 #연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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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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