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 전 연평도 해병대 병사들의 모습은?

[서평] 신미식의 NLL 사진기행 < Colors of the Sea >

등록 2010.12.28 11:55수정 2010.12.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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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렇게 한반도의 화약고가 되어버린 서해 5도와 인근 섬들을 돌며 이 섬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기록하고, 나아가 이 섬들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되돌아 보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거듭 이 섬들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Colors of the Sea>에서

<Colors of the Sea>(플래닛미디어 펴냄)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및 북한의 잦은 도발로 우리 국민들의 관심사가 된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 인근의 서해 5도와 그 주변의 섬들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한 '서해  5도 사진 기행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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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플래닛미디어

책의 저자는 사진에세이집 <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 <고맙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등으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모두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많지만) 사진작가 신미식과, DMZ 및 대한민국 군과 군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와 관련된 글을 주로 써온 김환기(<대한민국 해병대, 그 치명적 매력>의 저자)이다.

지난 11월 23일, 북한은 연평도 포격 직후 우리 군이 NLL을 먼저 공격했기에 그에 마땅하게 대응한 것이라며 맹렬하게 우리를 비난했다.

'NLL은 언제 어떻게 설정 되었는가' '북한은 왜 끊임없이 NLL일대 도발을 되풀이 하는가' 'NLL은 어떤 선인가' 'NLL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책은 서해 5도 섬 기행에 앞서 'NLL과 서해 5도'란 글을 통해 천안함 침몰(3월 26일)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11월 23일)으로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북한이 무효라고 주장해오고 있는 NLL에 대한 설명부터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

한국전쟁 후 생긴 남북의 경계선, NLL


한반도에서 일어난 사상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 이후 바다에도 남북 사이의 경계선이 그어졌다. 바로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이다.

휴전 협정 당시 유엔군과 북한은 육상경계선에 관해서만 협정을 체결할 뿐, 해상 경계선에 대해선 이렇다 할 협정을 체결하지 않는다. 이에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마크 클라크 장군은 이로 인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NLL을 설정하고 북한 측에 이를 통보한다.

당시 북한은 유엔군과 남측의 통보에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NLL설정을 선선히 받아들인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NLL은 더 이상 내려오지 말라는 경고의 선이지만, 유엔군과 남측 스스로 더 이상 올라오지 않겠다는, 오히려 고마운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엔의 해군력에 비해 열세였던 북한으로선 천군만마와 같은 반가운 통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NLL설정으로 그 이북에 있던 여러 섬들을 거저 얻기도 했다. 1951년부터 전략도서확보작전을 전개한 우리 해병대는 휴전 당시 동해와 서해에서 NLL보다 훨씬 이북에 있는 도서들(원산 앞바다의 여도, 신도, 대도, 황토도 등을 비롯해 대동강 하구 북쪽에 있는 석도, 초도 등)을 다수 점령하고 있었다. NLL의 설정과 함께 이처럼 우리 해병대가 피땀으로 점령한 여러 섬들을 북한에 그냥 돌려주겠다고 했으니, 북한으로서는 유엔군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랬던 북한이 1973년 이후 사정이 달라지자, NLL의 존재를 부정하고 새로운 영해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북한의 대남 도발 의지가 극도로 표출되던 시기다. 이 시기에 북한은 노골적으로 적화야욕을 표출하곤 했는데, 그런 침략의 명분을 쌓기 위해 꺼내든 카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NLL이었던 것이다.-책에서

하지만 북한은 1970년대 이후 NLL의 이와 같은 설정과정을 빌미로 'NLL은 쌍방의 협정에 의한 것이 아닌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라 무효일뿐더러 북한의 육상에서 12해리 이내에 속하는 바다는 모두 자신들의 영해라는 억지주장'을 해오고 있다.

북한의 이런 주장에 소위 국제법 전문가들의 'NLL은 쌍방의 협정에 의해 영해를 규정한 국경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까지 보태지면서 국내에서도 NLL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단다. 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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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선 NLL과 서해의 주요 섬들 ⓒ 책속자료


첫째, 남한과 북한 사이의 경계는 육상이든 해상이든 국경선이 아니라 군사분계선이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지역은 엄연히 우리의 국토이되 다만 행정력이 직접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NLL에 국제법상의 국경선 개념을 들이미는 것은 그것 자체가 넌센스다.

둘째, 쌍방의 합의가 없었다는 것도 당시의 상황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군 사령부는 NLL의 설정과 동시에 이를 북측에 즉시 통보했다. 우리 군이 추후 작전을 펼칠 서해의 북방한계선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이 5개 섬의 북단인 북위 37도 35부와 북한 측에서 관할하는 웅진반도 남단의 북위 38도 03부 사이에 중간지점으로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서해의 이 섬들을 우리가 관리하는 이상 북한의 육지 중간선으로 분계선을 정한다는 논리는 누가 보더라도 합당한 것이다. 북한 역시 이런 통보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후 20년 동안 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였다. 더구나 1992년에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의 경계가 바로 NLL이다.-책에서

책은 북한이 NLL과 서해 5도에서 분쟁을 일삼는 것은 ①NLL의 탄생과정에 대한 회의와 의문을 확산시키고 국제법을 들먹여 남한 내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②남북 긴장을 통해 북한의 내부체계를 결속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오히려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확고한 국방의지 고취에 기여할 공산이 크다'고 결론짓는다. 이는 '우리 모두의 당연한 약속 혹은 의지이어야 하지 않을까'의 바람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바다에 그어진 북방한계선이라는 것 정도의 약간의 상식뿐, NLL에 대해 아는 것이란 별로 없었다. 북한의 근거 없는 주장과 함께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지난 3월 26일의 천안함 침몰 사건, 그리고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분노하면서 꼭 사수해내야 하는 선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이런지라 솔깃하게 읽은 부분이다.

책은 17페이지에 걸쳐 1960년대 말부터 북한의 잦은 도발로 긴장 속에 있는 NLL 관련 이야기들을, 두 차례의 연평도 해전을 비롯한 그간 계속 되어온 북한의 도발들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이젠 아이들에도 NLL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아름다운 풍경들

NLL이야기에 이어 이 책의 주제인 서해5도 섬 기행 첫 번째 이야기는 해안선 따라 길게 늘어선 철책을 쉽게 볼 수 있음에도 우리에게 최전방이라는 이미지보다 관광하기 좋은 곳으로 더 익숙한 김포. 얼마 전에 성탄의 불을 밝힌 애기봉이 있는 곳이며, 북한과의 거리도 마포에서 여의도를 바라보는 정도로 가까운지라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란다.

애기봉의 슬픈 전설과 전쟁 전은 물론 1960년대까지 강을 건너 남과 북을 오가며 조상 제사도 지냈다는 조강리 포구 사람들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과 함께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산과 들, 병사들의 훈련 및 상륙작전 모습, 한강의 마지막 포구인 전류리 포구의 시리도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 등을 담고 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전망대에 올라 설치된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바라봤다. 그냥 맨눈으로도 보이는 가까운 북한 땅을 망원경으로 보니 어렴풋이 사람들이 보인다. 북한 땅이 정말 가깝다는 것을 실감했다. 함께 갔던 동료의 탄식어린 말이 들린다. "너무 잘 보여서 슬프다" 아, 맞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저곳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가끔 실향민들이 이곳에 와서 그들의 고향 땅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들의 아픔은 이렇게 북한 땅이 잘 보여서 더 진할 것 같다. 이렇게 잘 보이는데 갈 수 없는 실향민의 아픔이 어렴풋이나마 느껴져 슬프다. 바닷가에는 해병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 중에 간간이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저들의 빛나는 젊음을 대가로 우리는 오늘도 편안히 잠들 수 있다는 사실에 슬프다-'서해의 파라다이스, 연평도' 편에서 사진가 신미식

섬 이야기에 앞서 각장마다 사진가 신미식의 이와 같은 답사 및 촬영 이야기가 실려 있다. 김포에 이어 강화도와 이웃 섬들인 석모도와 교동도, 말도, 우도, 연평도, 백령도의 역사와 풍습, 군사적으로 지니는 무게와 가치 및 북한과의 관계, 이들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생물들, 이들 섬들을 지키는 우리 병사들의 모습과 이야기 등을 글과 사진으로 묶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사관학교인 통제영학당이 설립되었던 강화도 ▲조선시대 관청의 보고가 늘 늦어 지명 유래에 '꾸짖다'의 의미를 넣은 말도 ▲조선 인조 때 임경업 장군이 명나라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나 머물던 볼음도 ▲선사시대의 조개 무덤이 적지 않게 발견되는 우도▲지구상에 남아 있는 저어새 80%가 산란을 한다는 우도 ▲1970년대, 걸핏하면 남침위협을 하던 김일성이 유독 탐을 냈다는 백령도 ▲임경업 장군이 나뭇가지를 꺾어 조기잡이를 처음 시작했다는 안목어장▲백령도의 세계에서 두 곳 밖에 없다는 천연활주로(천연기념물 제391호)와 백령도에서만 볼 수 있는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제331호) 등의 이야기들이 눈 시리도록 아름답고 비정한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사진 기행집인지라 워낙 많은 사진들이 실린 책이다. 그런데 수많은 사진들 중 특히 눈길을 붙잡았던 것은 북한의 해안포 공격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곳, 바로 연평도다. 활기차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던 연평도 면소재지마을의 이전 풍경과 훈련 중 카메라를 보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연평도 해병대 병사들의 싱그러운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신미식의 NLL 사진기행-|사진:신미식· 글:김환기|출판사:플래닛미디어|2010.12.3|값:18000


덧붙이는 글 신미식의 NLL 사진기행-|사진:신미식· 글:김환기|출판사:플래닛미디어|2010.12.3|값:18000

Colors of the Sea - 신미식의 NLL 사진기행, 김포.강화도.말도.우도.연평도.백령도

김환기 지음, 신미식 사진,
플래닛미디어, 2010


#연평도 포격 #NLL(북방한계선) #서해 5도 #천안함 침몰 #플래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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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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