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86이 진보면 이재오 장관도 진보다"

[진보집권논쟁③]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등록 2011.01.01 14:26수정 2011.01.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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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이후 진보집권전략 논의가 거세다. MB집권 내내 불편했던 민주진보진영이 권력교체기가 되는 2012년, 또 한 번의 총의를 모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민주진보진영 내부에서 논의되는 '집권전략' 중 '진보통합' 문제를 따로 떼내 집중 토론한다. 이 논의의 중심에 선 화자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기고문도 적극 환영한다. 필요하면 대담이나 좌담도 마련할 계획이다. '진보통합 논쟁의 바다'에 뛰어들 누리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편집자말]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 남소연


"사회당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인 '연북(連北)'에 동의한다.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 국민참여당은 참여정부 당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를 성찰하고 반신자유주의 노선을 분명히 한다면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과 당을 함께 한다? 상상 못할 일이다."

민주노동당 산하 '진보정치대통합 추진위원회'를 맡고 있는 정성희(50) 최고위원은 '진보대통합' 범주를 명확히 구분 지었다. 웬만하면 다 같이 할 수 있지만 절대로 민주당과는 함께 정당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2년 민주진보진영의 정권 탈환을 위해서라면 손을 잡을 수 있기는 하지만 한 덩어리가 돼 정치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야권단일정당론을 주장하는 '빅텐트론' 등은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2012년 버전이라고 질타했다. 오히려 진보정치세력의 통합 논의를 방해하려는 의도마저 있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야권단일정당으로 진보세력이 힘을 합쳐 한국 정치 사회의 변화를 견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에는 "역사적으로 이미 실패한 것"이라며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역사를 돌아보자. 이해찬의 평민련, 이부영의 민연, 김근태의 국민회의 등 수많은 재야인사들이 따로 결집해 민주당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진보블록'을 형성하지도 못했고 당내에서 뚜렷한 진보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486 정치인들이 '진보행동'을 조직하고 공동행보를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혹평했다. 현역시절 한미FTA,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법 추진 등에서 '진보세력' 다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에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고 오늘날에도 '진보'라 평가받는다면 '민중당' 출신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진보' 아니냐고 일갈했다. 민주당 486 진보행동은 '유사진보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그는 '백만 민란'에 대해선 깊은 호감을 표시했다. '빅텐트론'과 유사하지만 '아래로부터의 운동'인데다 민주당의 개혁을 강제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백만 민란'의 방식을 차용해 진보대통합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12월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진보대통합 연석회의'가 본격화되면 이정희·심상정·노회찬 등 진보정당의 대표 주자들과 진보개혁적 인물들을 보태 '진보통합정당' 버스에 태우고 전국 일주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의 '반(反) 한나라당·비(非) 민주당' 성향의 진보개혁 인물들과 함께 진보대통합 논의를 벌이며 '운동권 정당'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정 최고위원은 1월 중순 이내에 '진보대통합 연석회의'가 시작되고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법적 준비 단계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크리스마스 이전 출범을 약속했던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가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민노당·진보신당 양당 중심의 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연석회의 중심의 논의를 강조하고 있다. 민노당은 양당 간의 공식 협의도 가동하고, 연석회의도 가동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진보대통합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연석회의를 운영할 때도 사실상 그 중심 주체는 진보 양당일 수밖에 없지 않나. 진보 양당은 연석회의의 안도 제시하고 연석회의 참여 세력들의 이견도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물리적으로 연내 출범은 힘들겠지만 1월 중순 이내엔 연석회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굳이 양당이 연석회의의 중심이 돼야 할 이유가 있나.
"현실적으로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앞장설 수밖에 없다.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위해선 양당이 참여하는 신설 합당, 흡수 통합, 제3신당 창당 등의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흡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제3신당 창당은 양당의 기존 물적·인적 자산을 승계할 수 없어 진보정치의 새로운 분열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양당이 합당에 동의해 '큰 집'을 일단 만들고 새로운 진보정치세력이 이에 동참하는 신설 합당 방식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유시민 원장, 대선용으로 접근하면 함께 못 한다" 

- 사회당의 연석회의 참여는 어떻게 생각하나.
"사회당도 '반 신자유주의, 6·15 남북공동선언 지지'를 기준으로 삼는 진보통합정당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그 뿌리가 같지 않나. 노동 현장은 진보 양당이 통합하라고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다. 진보 양당이 통합하면서 다른 세력도 동참하는 큰 집을 지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회당은 진보 양당이 앞장서서 통합 사업을 해나가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 남소연

- 민노당이 사회당의 참여를 문제 삼은 것은 당내 일부 그룹이 사회당의 대북관점을 우려한 탓 아닌가. 이로 인해 새삼 '종북주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종북주의' 논란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사회당이 청년진보당 당시 '반(反) 조선노동당' 강령을 표방하면서 진보민중진영 혹은 통일운동진영의 오해를 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당의 강령은 지금까지 두 번이나 바뀌었고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인 '연북(連北)'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게다가 진보대통합에 합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밝히고 있다. 물론 각 세력의 대북관점이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도 있지만 6·15 정신에 기초한 '자주적 연북'이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뉴라이트식의 반북 세력은 물론, 진보정당에 덧씌워진 '종북' 이미지도 극복해야 한다."

- 민노당이 진보 양당 중심의 논의를 강조하면서 자칫 '연석회의'를 진보대통합의 '들러리'로 치부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 않겠나.
"아니다. 어떤 회의체도 구체적인 안을 제출하는 실무적인 단위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당이 먼저 긴밀히 논의하고 합의된 안을 제출하겠다는 얘기다. 연석회의에 참여한 세력을 객체화·대상화 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물론 연석회의에 참여한 모두가 세력의 대소(大小)를 불문하고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주체로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민참여당은 연석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보나.
"현재의 국민참여당은 연석회의에 합류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금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 참여당은 참여정부 당시 추진했던 한미FTA·이라크 파병·비정규직법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유력 대선 후보의 관점에서 '진보대통합' 논의를 활용하려는 면이 엿보인다. 먼저 '반 신자유주의, 6·15 남북공동선언 지지'라는 진보대통합의 기초적 틀에 동의하고 함께 하겠다는 결의부터 해야 한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다. 유시민 원장을 포함한 참여당이 참여정부 당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반신자유주의 노선을 분명히 한다면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수많은 재야인사 민주당 갔지만 '진보블록' 형성했나?"

- 민주당도 참여정부 당시 정책에 대해서 반성하고 '반 신자유주의'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한다면 진보정당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과 당을 함께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가치와 정책·이념에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당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 민노당은 진성당원제인 반면, 민주당은 지역주의·계파주의·금권정치를 기반으로 한다. 또 민주당의 비민주적인 당 운영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당을 함께 할 순 없고 다만, '반 한나라당'을 기조로 한 선거연합까진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실적으로 비주류이자 소수파인 진보정당이 야권단일정당에 결합해 '진보정파'로 활약하는 게 정치개혁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 않나.
"범야권단일정당은 실현 불가능하다. 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야권단일정당 건설 주장 이면에 진보대통합을 방해하고 진보정치의 외연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빅텐트론'이나 '범야권단일정당론'에 대해 심하게 말하자면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2012년 버전이다. 역사를 돌아보자. 1987년부터 이해찬의 평화민주연구회(평민련), 이부영의 민주연합추진위(민연), 김근태의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 등 수많은 재야인사들이 따로 결집해 민주당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진보블록'을 형성하지도 못했고 당내에서 뚜렷한 진보적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 현재 이인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내 486 세대가 '진보행동'을 결성하는 등 당의 '좌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역시 실패할 것으로 보나.
"앞서 들어간 재야인사들은 조직력은 물론, 인지도와 돈도 없으니 당내 계파 보스에 줄을 서게 됐다. 민주당에 들어간 재야 진보인사들은 이라크 파병, 한미FTA, 비정규직법, 새만금 추진, 대북송금특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주장 때 무슨 말을 했나. 그들은 스스로 자기 성찰부터 한 뒤에 범야권단일정당을 말해야 한다.

민주당 내 486 정치인들이 모여 만든 '진보행동'도 '유사진보세력'이다. 과거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고 지금도 '진보'라고 단언할 수 있나. 그런 논리라면 한 때 과격하게 운동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진보세력인가. 그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차라리 민주당 내 진보세력들은 진보대통합이 잘되도록 도와주고 향후 총·대선에서 올바른 연대·연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본다."

- '백만 민란'의 경우, 27일 현재 4만75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는 등 엄청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권자가 야권단일정당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
"'백만 민란'의 방식,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면서 운동을 전개하는 점은 진보정치세력이 배워야 할 창의적 방식이라 평가하고 있다. 또 '백만 민란' 자체가 민주당의 개혁을 압박하는 성격도 갖고 있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백만 민란'의 '야(野) 합쳐' 노선은 과학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백만 민란'은 민주당의 '수혈 공천' 혹은 '진보블록 확대'로 귀결되거나 참여당과 같은 개혁정당을 확대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백만 민란'이  진보대통합의 외연을 확대하고 진보통합정당의 국민적 토대를 넓히는 것으로도 귀결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백만 민란'이 새로 건설될 진보통합정당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판단하고 우리와 함께 했으면 한다."

"이정희·심상정 등과 함께 '진보통합' 버스투어 하겠다"

- 아래로부터의 동의를 구하는 '백만 민란'의 운동방식에 호감을 표했는데 향후 진보대통합 논의체가 '백만 민란'처럼 활동할 계획도 있나.
"민노당의 진보정치대통합 추진위원회는 그동안 지역 순회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진보통합정당'을 공론화 시켰다. 지금까진 1단계 '준비기'다. 연석회의가 출범하는 1월부터 5월까지는 2단계 '실험기'다. 2단계부터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아래로부터의 대중적인 진보대통합 운동을 벌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실 진보 양당의 협의나 연석회의 등 회의체를 통해선 진보통합정당에 대한 결론이 잘 안 날 것이다. 또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도 없다. 적어도 진보통합정당을 언제까지 만들겠다는 합의만 나온다면 통추위는 그때부터 노동현장·농촌·거리 등에서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한반도 평화 실현·진보대통합'을 내걸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목포에서 서울까지 전국 버스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 과연 진보정치세력의 '전국 버스 투어'가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진보정치통합은 3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국가비전의 제시가 있어야 하고, 그를 실현할 수 있는 세력이 규합돼야 한다. 또 이 두 가지를 집약한 인물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 3대 요소가 잘 결합된다면 충분히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나는 2단계 전국 버스 투어에서 진보정치세력의 '인물 군(群)'을 드러내려 한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심상정·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조국 서울대 교수 등 이런 분들이 함께 하면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반(反) 한나라당·비(非) 민주당' 성향을 갖고 있는 진보·개혁적 유권자 층은 '전국 버스 투어'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 남소연

- 조국 교수 등 진보·개혁적 인물도 진보대통합 논의에 동참한다는 얘기인가. 
"조 교수와 같이 기존 진보정당에 합류하지 않았던 진보·개혁적 인물도 앞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고선 '운동권 정당'이란 인식도, 진보정당을 향한 지식인 사회의 '양비론'과 '냉소'도 극복할 수 없다.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진보적 지식인과 시민사회를 진보정당에 대거 합류시켜야 한다.

현재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연)'의 경우 새롭게 건설될 진보통합정당에 전국적으로 700~800명 정도의 진보적 지식인을 규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이 강세인 서울 강남이나 영남에서 '진보대통합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 그렇게 구성된 진보통합정당이 2012년 총선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 보나.
"2012년 총선 때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이름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자 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늦어도 내년 가을까지 진보통합정당의 법적 효력이 발생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마무리하려 한다. 그 이후엔 진보통합정당의 대선 후보 및 지역구 총선후보를 국민 앞에 내보일 것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선 총선에서 15%p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해야 한다. 성공한다면 진보통합정당은 지역의원 10석, 비례대표 10석을 확보할 수 있다."

"청년실업 넘쳐나는 판에 무상급식만으로 보편복지 될까"

- 앞서 국가비전·세력규합·인물 등 진보정치통합의 3대 요소를 말했지만 연석회의에선 '반 신자유주의·6.15 남북공동선언' 외의 구체적인 국가비전을 밝힌 바가 없다. 정 최고위원이 제시하고자 하는 국가비전은 무엇인가. 
"인정한다.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진보정치세력은 내년 초부터 구체적인 국가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나는 '노동복지-평화복지-사회공공성 복지'를 중심으로 한 국가비전을 제시한다. 일단 노동 부문의 강화 없는 복지는 허구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무상급식, 무상의료만으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겠나.

노동 부문의 사회·정치적 힘을 키우는 것과 복지정책이 결합돼야 한다. 또 연평도 사태에서 확인했듯 평화 없이는 경제도, 복지도 없다. 한반도의 평화를 항구적으로 정착시켜야 복지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가 마련된다면 국방비를 줄여 복지예산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사회공공성 강화 없는 복지는 그 한계가 명백하다. 국가기간산업과 금융 산업 등을 모두 사유화시킨 상황에서 복지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뿐이다."

- '탱크를 녹여 복지예산을 늘린다'는 평화복지 주장만 하더라도 보편적 복지를 위한 실질적인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각 부처에 녹아있는 예산까지 합친다면 현재 국가예산의 25%가 국방비로 판단된다. 이 예산을 복지정책에 사용하기 위해선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통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10.4 남북공동선언에 맞게 서해 평화특별지대를 건설하고 개성공단과 같은 중소기업 중심의 공단을 3~4개 더 개발한다면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상당할 것이다."

- 노동 복지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 복지는 세계사적 흐름을 보고 강조한 것이다. 보편적 복지를 시행한 각 나라의 사례를 볼 때 세 가지 조건이 구비돼 있다. 일단 세계적인 장기 호황기였고 국내에서 노동 부문의 세력과 사민주의 정치세력이 컸다. 또 소련 등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외부적 위협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장기적인 불황기에 있다. 또 노조 조직률이 10% 안팎 정도이고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받는 진보정당의 의석수도 6석 밖에 되지 않는다. 동구권의 몰락으로 과거와 같은 외부적 위협 요인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국가 실현은 힘들다. 복지 정책의 재원을 '사회복지세(부유세)' 신설로 마련하겠단 게 주장의 골자인데 기득권 세력이 무엇 때문에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를 용인하겠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금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제대로 된 복지를 시행하고 진보정치세력이 수권세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노동·민중 계층의 사회 정책적 힘을 키워야 한다."

"10만 노동자가 100억 모아 진보통합정당 건설"

- 정 최고위원이 지난 8월 제안했던 '10만 노동자 양병설'이 지금 밝힌 노동 복지 비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나.
"그렇다. '10만 노동자 양병설'은 10만 명의 노동자가 진보통합정당의 당원이 되고, 당비 외 세액공제 후원금 10만 원을 모아 총 100억 원의 물적 기반을 마련하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지금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지금의 민노당을 탄생시킨 제1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비주체적이었고 형식적이었고 양당 분열로 귀결됐다. 이번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노동자는 당당히 주체로 임해야 한다. 당비만 납부하는 형식적 주인이 아니라 당에서 실질적 활동을 하는 주인이 돼야 한다.

또 양당 분열의 원인이 됐던 패권주의와 분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농민·빈민 등 기층 민중들이 대거 입당할 필요가 있다. 정파에 귀속되지 않는 이들이 진보통합정당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해야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당의 민주적 운영을 선도할 수 있다. 내가 확인한 현장의 분위기는 좋다. 노동자들은 양당이 통합만 된다면 바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적어도 민노당·진보신당 양당이 언제까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는 합의만 나오더라도 이를 근거로 예비 당원 모집에 돌입할 수 있다."

- 노동자 등 기층 민중을 중심으로 한 진보통합정당이 중도·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2012년 대선에서 연합전선을 꾸릴 수 있을까.
"원칙과 기준에 맞는다면 가능하다. 진보통합정당은 국민·민중참여형 경선 방식으로 진보정치세력의 대선후보를 독자적으로 뽑고 중도·자유주의 세력과 선거연합을 모색할 것이다.

선거연합의 쟁점은 정책과 자리, 후보단일화 방식 등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우선 정책적 관점에서 '반 신자유주의·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하는지가 중요하다. 또 국무총리나 노동부·농림부·보건복지부·통일부·환경부 등 5개 부처를 진보정치세력과 나눌 수 있는지도 선거연합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물론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진보통합정당은 독자완주를 택할 수도 있다."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으로 보인다.
"나는 늘 낙관적이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욕심은 없다. 욕심이 없는 만큼 겁도 없다. 그래서 소신껏 진보대통합 논의에 임하고 있다. 내가 지금껏 진보정당에 몸을 담고 있는 이유는 진보정치의 대통합과 대혁신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목표만 달성한다면 다시 노동운동으로 돌아갈 것이다."
#진보대통합 #야권연대 #민주노동당 #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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