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후를 고민하는 의원, 꼭 필요합니다"

[유러피언드림-교육강국 핀란드의 힘⑫] 미래위원회 하리 야스카리 의원

등록 2011.01.11 13:48수정 2011.01.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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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다섯 번째 이야기는 교육 강국 핀란드에 관한 이야기다. 인구 530만 명의 핀란드는 수준 높은 복지와 교육제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핀란드는 1960년대부터 40년 동안 꾸준히 '누구에게나 질 좋은 교육을'이라는 목표를 실현시켜 왔다. 그 결과는 2000년부터 국제학력평가시스템(PISA) 4번 연속 최상위권 기록으로 나타났다. 경쟁과 획일적인 시험이 거의 없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핀란드. 그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복지제도와 삶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말]

핀란드 헬싱키 시에 있는 미래위원회 모습. ⓒ 임정훈


글 : 박수원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핀란드 헬싱키 중심부 국회 본관 옆에 위치한 6층짜리 소박한 별관에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기구가 움직이고 있다. 건물 외벽은 평범하지만, 내부는 통유리를 적극 활용하는 등 혁신적이면서 견고한 핀란드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미래위원회. 이름도 꽤 낭만적이다. 통상 의회 권한은 입법권과 예산권이 중심이지만, 미래위원회는 기술발전과 미래 사회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는 책임을 맡은 기구로 '비전제기 권한'을 가지고 있다.

노키아의 변신 어떻게 만들어졌나  

소련 붕괴로 인한 영향으로 1990년대 초반 파산지경에 이를 정도로 경제적 위기를 겪은 핀란드는 1993년 장기적인 국가미래전략을 세우자며 팔을 걷었다. 이들의 주요과제는 '기술 발달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였다. 목재 산업 위주였던 노키아가 세계적인 IT기업으로 탈바꿈한 데는 미래위원회의 제안이 컸다. 반대도 많았지만, 2000년 헌법 개정을 통해 미래위원회는 상임위원회로 격상됐다.

이들은 매 의회 임기마다 15년 후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공통 주제는 기후와 에너지이며, 2007년 이후 선출된 현재 위원회는 학습을 통한 핀란드의 혁신, 복지모델, 그리고 숲에 대한 미래의 활용 등 세가지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회기에는 '미래 혼란 속에서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민주주의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핀란드 미래위원회는 한국 언론에 몇 차례 소개된 바 있을 뿐 아니라, 각 나라에서 앞다투어 이들의 활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미래위원회를 방문했던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2009년 6월 진보신당 교육혁명토론회에서 국회에 교육미래위원회를 설치해 교육주체 및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 협의를 거쳐 4~5년 단위의 이행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받고 실천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핀란드 보수 정당쪽 인사의 입을 통해 미래위원회가 지니는 가치
와 의사결정과정, 그리고 핀란드에 당면한 과제인 교육격차와 이주민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지난달 만난 하리 야스카리(47) 의원은 국민연합당(National Coalition Party) 소속으로 교육격차나 복지 혜택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대도시를 제외한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역으로 인해 교육격차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정보통신기술 등의 원격시설을 통해 이런 격차들을 해소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주민 유입과 관련 출산율이나 고령화사회에 대한 하나의 유인책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보수 정당 출신답게 "다른 유럽국가들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복지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교육격차 해소할 방안 고민하고 있다"

핀란드 미래위원회의 하리 야스카리 의원 ⓒ 임정훈


- 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모두 17명의 위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의회에 7개의 크고 작은 정당들이 있는데, 의석 비율에 따라 정당별로 1~2명에서 4~5명까지 위원들이 배분되어 있다."

- 위원회가 주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총선이 치러진 다음 위원회를 구성해서 회의를 하고 중요한 의제를 먼저 정한다. 그리고 이 의제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보고서를 쓴다. 핀란드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는데, 여기에는 핀란드의 복지 문제 등과 같은 정치적인 의제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서의 핀란드의 역할과 같은 의제도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도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의제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 의회의 다른 위원회들과는 좀 다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각각 움직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미래위원회의 활동이 입법 활동과는 당장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위원회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핀란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

- 핀란드에서도 지역 간 교육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핀란드에는 대도시 몇 곳을 제외하고는 인구 밀집도가 아주 낮은 지역들이 많다. 아무래도 교사의 질이나 다양한 언어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정보통신 기술을 사용한 원격 교육을 활용하여 이러한 격차를 줄이거나 덴마크의 실습 중심 교육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 위원회의 활동이 정부 정책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매우 중요한 의제들에 관해 위원회가 훌륭한 보고서를 발간한다면,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참조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전 미래위원회가 펴낸 보건의료 분야 보고서('건강관리의 미래')의 경우 정부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적이 있다."

"이주민들의 복지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핀란드 의회 내부 모습. ⓒ 임정훈


- 핀란드의 출산율은 1.83(2008년 OECD자료)으로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고령화 사회라는 문제에 있어서 핀란드도 예외가 아니다. 이주민 유입을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떠한 시각에서 이주민 문제에 접근하고 있나.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주민을 받아들임으로써 핀란드가 다양한 문화와 창의력을 지닌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이때 이주민의 사회 통합 문제가 중요한데, 정부는 이주민이 핀란드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핀란드어뿐만 아니라 핀란드 사회의 가치를 교육하는 일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복지 정책은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부분을 교육과는 어떻게 연결시키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 관련 신기술의 개발 등은 교육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에 발간한 주요 보고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가 곧 나올 예정이다. 3개월 전에는 미래의 핀란드 복지 시스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밖에 미래 산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나노 기술, 인접국인 러시아의 미래 등에 관한 보고서도 발간했다."

'<유러피언드림> 핀란드편' 특별취재팀 : 박수원 기자(팀장), 임정훈 시민기자, 윤정현 해외통신원

덧붙이는 글 | <핀란드가 말하는 핀란드의 경젱력 100>(비아북, 일까따이팔레 엮음, 조정주 옮김)을 참고자료로 활용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핀란드가 말하는 핀란드의 경젱력 100>(비아북, 일까따이팔레 엮음, 조정주 옮김)을 참고자료로 활용했습니다.
#유러피언드림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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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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