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매경'은 자존심도 없습니까?

[주장] '모욕'에 입 다문 언론들... 종편 허가권을 반납하십시오

등록 2011.01.13 08:58수정 2011.01.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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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저는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방송사 허가 발표를 보면서(인터넷에서는 '조중동매연'으로 줄여서 부르더군요) 이 허가가 언론에 대한 일종의 '모욕'이라고 느꼈습니다. 조금 통속적으로 표현하면 '데리고 논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장난치고 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우리 사정도 있으니까 이 정도로 합시다! 대들지는 못하지 않겠소?'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도 '계속' 데리고 놀겠다는 의지를 함께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지금까지 잘 데리고 놀았고, 앞으로도 계속 데리고 놀겠다' 이런 표현입니다. 모욕 아닙니까?

장돌뱅이 상도덕도 없이 난장 된 언론계

허가를 받은 언론사들에게 묻습니다. 모욕이라고 느끼지 못했습니까? 제가 좀 과장되게 느꼈을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모욕'이라는 표현이 과하다면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정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계속 '코 꿰어 끌고 다니기'는 어떻습니까? 그 소리가 그 소리이긴 하군요.     

다시 한 번 돌아봅시다. 이명박 정권에서 그들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서 방송사 하나씩 받은 것 맞습니까? 그런데 만족하십니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선물을 하나씩 받기는 받았는데 어딘가 좀 부족한 것 같지 않습니까? 불량품 같기도 합니다. 처음 받을 때는 일단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조금씩 부아가 치밀지 않습니까? 이 사람들이 선물을 주려면 제대로 주든가 아니면 말든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이게 뭔가? 그런데 이걸 가지고 화를 내기도 민망하고 그냥 가만히 있기도 그렇고 그렇지 않습니까? 이미 너무 늦은 것으로 보입니다. 서커스단의 맹수처럼 이미 이빨 빠지고, 발톱 빠지고, 거세당한 채 목줄을 내 준 상태가 아닙니까? 당신들 언론 맞습니까? 스스로 언론이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켜주기 바랍니다.

언론-정치권력 사이의 관계는 명백히 상호 견제 감시의 관계입니다. 서로 간에 최소한 독립성이 지켜져야 하는 관계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매연'의 관계는 어떤 관계입니까?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키고 있습니까? 말 그대로 허가권자와 사업자가 된 것이 아닌가? 지배 종속 관계가 된 것이 아닙니까? 이걸 완전히 부인할 수 있겠습니까? 사업자로서 허가권자인 이명박 정권 비판할 수 있습니까? 최근에 보니까 이명박 정권을 어느 한 구석에서 비판하면 그것이 뉴스가 되더군요. 정권을 비판한 것이 뉴스가 되는 언론, 언론 맞습니까? 앞으로 남은 2년도 그럴 것입니다. 몇 달 뒤에 허가장도 받아야지요? 또 각종 특혜도 받아야지요?

저잣거리에도 '상도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장돌뱅이들에게도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손님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에 새로 진입해 서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일은 명백히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이런 행위는 어느 시장에서나 부도덕하게 여겨지는 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달 17일 비상경제 대책회의에서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 들어 갔다가 (미분양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건설사는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과포화 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시장 전체에 부담을 준 것은 부도덕하며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도의는 시장에서도 지켜져야 하고 개별 방송사들의 재정적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방송 언론계에서는 더 말 할 여지가 없습니다. 방송은 이미 과포화 시장이고, 레드오션이고, 사양산업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여기에 새 방송을 허가한 이명박 정부나 거기에 진입한 언론이나 상도의를 어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극우 파시즘 국가를 만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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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의원실과 미디어행동 주최로 지난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 4대강, 종편 규탄' 토론회에서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등 참석자들이 방통위의 종편 사업자 선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남소연


거기에 더불어 특혜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는 상도의를 벗어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도의를 파괴하는 비상식적인 행위입니다.

이런 요구가 벌써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 KBS 수신료를 인상하고 그 광고를 종편으로 돌려 달라 ▲ 채널을 좋은 곳에 배정해 달라 ▲ 의약품 등의 광고를 늘려 달라 ▲ 광고 영업을 직접 할 수 있게 해 달라 ▲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 기여금을 내지 않게 해 달라 등 입니다.

내 손에 들어온 떡이 초라하니 옆 사람들 떡을 빼앗아 달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특혜들이 다른 언론들의 광고를 빼앗아 갈뿐더러 결국은 국민들의 부담이 된다는 점입니다.

정치적으로 보더라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대놓고 자기들 편만 데려다가 나눠 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방송 허가권이 무슨 한나라당 전당 대회인 줄 아십니까? 너무 노골적이라고 느끼지는 않으십니까?

그동안 우리 언론계는 신문을 사적영역, 방송은 공적영역으로 엄격히 구분해 왔습니다. 신문 시장, 다시 말해 사적영역에서는 정치적 편향성이 사실상 용인돼 왔습니다. 반면 방송영역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사활적 중요성을 가지는 것으로 간주돼 왔습니다. 이 문제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마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허가에서 이런 사회적 합의가 파괴됐습니다. 이번에 허가를 받은 언론사 5개는 모두 보수언론들입니다. 사적영역에서 스스로 보수 우파의 이념을 가지고 신문을 제작해 왔습니다. 사적 이념 영역, 이념의 자유 시장 영역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적 이념을 가지고 공적 영역에 아무런 통제 장치 없이 진입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묻습니다. 우리나라를 극우 파시즘 국가로 만들 작정입니까? 그러고 싶겠지요? 이번 허가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의 정신적 인프라가 무너졌습니다. 이런 상황은 이미 KBS-MBC-SBS-YTN과 같은 기존의 방송사들이 모두 정치적 이념적 편향성 속으로 편입된 가운데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념 독점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로 이행한다는 것이 인류역사의 경험입니다.

음란·폭력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

미국에서는 보수 우익이 신방 겸영 반대에 앞장섰습니다. 왜 그랬겠습니까? 그들은 신방 겸영을 허가하려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향해 '음란과 폭력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가져 올 선정성 경쟁의 위험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안방 한가운데에 음란과 폭력이 진입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법안은 여야의 찬성으로 폐기됐습니다. 제한된 광고를 둘러싼 시청률 경쟁은 반드시 선정성 경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중동매연'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들 보수 맞습니까? 가정을 음란과 폭력으로부터 지키는 것, 방송 내용에 대한 일정한 도덕적 요구는 진보적 가치라기보다는 보수적 가치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그동안 이런 도덕적 잣대로 방송을 재단해 왔습니다. 막말 방송, 막장 드라마 등은 보수 언론이 늘 방송을 비판해온 관점이었습니다. 타당한 문제 제기였다고 봅니다. 이제 그런 방송을 본인들 스스로 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단기간에 시청률을 끌어 올리려면 특별히 다른 수단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려고 합니까?

그럼에도 문제는 무슨 짓을 해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로부터 온갖 특혜를 받더라도, 온갖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간신히 연명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시장 상황이 그렇습니다.

애초부터 세상의 큰 흐름과 변화를 잘 못 읽은 것입니다. 결국 제가 이렇게 열을 내지 않아도 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결정에 의해서 언론계 전체, 나아가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되는 점입니다. 지금이라도 현명한 언론사라면 그 어떤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고 사업성도 없는 '헛다리' 방송 허가권을 스스로 반납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돌아와 주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언론은 헌법에 규정된 '알 권리'를 위해 국민을 대신해 현장에 임하고 그것을 전하는 신성한 행위입니다. 스스로 '존엄'을 지키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최문순 기자는 민주당 의원입니다. 이 글은 문순c네 블로그 '야단법석'(moonsoonc.net)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최문순 기자는 민주당 의원입니다. 이 글은 문순c네 블로그 '야단법석'(moonsoonc.net)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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