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논쟁에서 한 발 뺀 민주노동당, 왜?

노동 분야에 중점 "증세 논쟁으론 안 돼...'부자에겐 세금, 서민에겐 복지"

등록 2011.02.03 15:41수정 2011.02.0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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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2011년의 화두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3+1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놨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2015년까지 증세 없는 복지확대가 가능하다"는 손학규 대표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이 큰 각을 세우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역시 '사회복지세'를 들고 나와 "증세는 없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표만을 의식한 대국민 기만"이라며 민주당에 공개토론을 제안한 상황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생애 주기형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복지 담론을 주도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셈이다.

 

그런데 유독, 복지의 원조격인 민주노동당이 조용하다. 부유세는 권영길 민노당 전 대표가 2002년 대선 때 처음 이슈화시켰고, 사회복지세 역시 민노당이 처음 주장한 안이다.

 

소유권을 주장하며 복지논쟁의 전면에 나설 법도 하건만, 오히려 한 발 뺀 모양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부유세는 과세를 위한 법 제정 소요시간 등을 고려하면 당장 복지 재원의 대안이 되기엔 부족하다"며 부유세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당 혹은 의원 간 불붙은 복지논쟁에서도 민주노동당만의 각이 명확히 부각되지 않았다. 왜일까.

 

"증세 논란, 복지 아니라 재정문제만 얘기... 민노당의 길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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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노동당 대표실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올해 상반기 내 범진보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진보정당을 만들겠다"며 연설하고 있다. ⓒ 유성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노동당 대표실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올해 상반기 내 범진보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진보정당을 만들겠다"며 연설하고 있다. ⓒ 유성호

우선, '복지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장원섭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현재 논의는 증세냐 아니냐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복지와 관련된 정책 철학이나 국민적 동의와는 무관하게 증세 여부로만 가면 세금 폭탄 논쟁이 붙고, 결국 복지 문제가 재정 문제로만 얘기돼 내용이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총장은 "서울시청과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게 단순히 재원문제 때문만은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다.

 

복지에 대한 합의, 비전 등 더 중요한 지점들이 있는데 현 구도는 증세 여부만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다툼에서 한 발 빼고 "민주노동당만의 생각과 길을 제시하겠다"는 설명이다.

 

노동 분야에 힘 준 민주노동당의 복지안...신규 세목 없는 증세 제시

 

그 길의 단초는 1일 발표됐다. 민노당 복지TF에서 마련한 복지 안에 따르면, 보육·교육·의료·노후·노동 등의 복지영역에 소요될 예산은 54조 원 가량에 이른다. 이중 노동 분야에만 19.61조 원을 배정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노동 분야를 복지영역에 주되게 포함시켰다"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고용문제를 방치하고서는 복지국가라고 할 수 없고, 고용문제의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복지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차별화된 안'으로 노동 복지와 더불어 주거복지를 내걸었다. 우 대변인은 "사회주택 20% 현실화라는 당론에 입각해 추계안을 곧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4조원 +α에 달하는 재원마련 방안도 함께 얘기됐다. 그러나 권영길 전 대표가 내걸었던 '부유세'는 빠졌다. 우 대변인은 이에 대해 "권영길 전 대표의 부유세는 대선 공약이었을 뿐 당론은 아니었다"며 "새로운 세목의 신설 없이 소득세와 법인세에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복지국가의 상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세목 신설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동영 최고위원·조승수 대표와 명확히 다른 각이며, 증세 없는 복지를 얘기하는 민주당과도 다른 입장이다.

 

우 대변인은 "(현재 구도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무상복지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고 들어오는데 걸려버린 것"이라며 "새로운 세금을 내라고 하면 누구에게 유리하겠냐"고 지적했다.

 

"2월 중순 쯤 종합적인 그림 그린 최종안 나올 것"

 

구체적으로 들여다 봤을 때, 소득세의 경우 근로소득자의 0.5%에 해당하는 6만 명에게 세를 좀 더 걷겠다는 것이다. 연봉으로 따졌을 때 1억 5000만 원 이상을 받는 고소득자들이 해당자다. 법인세도 200개 대기업에게 세금을 더 받아 6조 5000억 가량을 더 걷겠다는 안이다. 역진성이 강한 비과세 감면도 대폭 정비해서 재정 지출로의 전환도 꾀한다.

 

다른 당의 복지안 발표에 비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 대변인은 "늦은 것이 아니라 민노당의 종합판을 발표한 것"이라며 "(다른 당과 차별화 되게) 어떻게 하면 구체적으로 현실가능하게 복지를 실현할 것이냐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2월 중순쯤이면 종합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최종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이 '원조집'으로서 변치 않은 '맛'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노동당 #복지 #부유세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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