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방송' 살리자고 '지방 방송' 꺼라?

종편 등장에 지역방송 위기감... 최문순 "취약 매체 매출 반 토막"

등록 2011.02.10 18:41수정 2011.02.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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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종편 특혜 저지와 지역방송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한 지역민방에서 촬영하고 있다. ⓒ 김시연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종편 특혜 저지와 지역방송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한 지역민방에서 촬영하고 있다. ⓒ 김시연

"한 남자(정부)가 처자(종편) 4명을 동시에 사귄 게 들통 나니까 결혼해서 어떻게든 먹여 살리겠다고 한다. 옆집에서 빼앗아 오는 게 가장 큰 방법인데 MBC·KBS·SBS는 경비가 심하니까 경비가 소홀한 신문·지역방송·종교방송·케이블PP(채널사용사업자)에서 뺏어다 먹여 살리려 하고 있다."

 

MBC 사장 출신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10일 정부의 종합편성채널(종편) 허가를 '결혼 사기극'에 빗대 한 말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종편 특혜 저지와 지역방송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엔 종편 등장으로 직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방송 종사자들의 위기감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종편 살려면 연간 1조 원 필요... 지역방송 매출 10~30% 급락"

 

19개 지역MBC와 9개 지역민방 등 28개 지역방송이 모인 지역방송노조협의회 임형주 위원장은 "대한민국 여론 절반을 책임지는 막강한 단체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압박을 받아왔다"면서 "종편 특혜에 따른 최후 피해자가 지역방송일 수밖에 없고 지역민이 그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지역방송 위기감은 최문순 의원실에서 최근 조사한 '종편 도입이 각 방송사업자에게 미칠 영향 분석' 자료에도 잘 나타나 있다. 종편 초기 1년 시청률은 보도전문PP인 YTN(0.5%)에 못 미치는 0.1~0.3% 정도로 예상돼 1개사당 광고수익이 120~360억 원, 4개사 합계 480~1440억 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방송 3~4년차 본 궤도에 진입해 시청률 2% 정도가 되면 광고수익은 종편 1사당 2400억 원, 합계 1조 원 정도 광고수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국내 전체 광고시장 규모가 8조 원 정도인 상황에서 광고비 규모가 늘기보단 기존 광고시장을 잠식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 의원실은 이에 따라 신문과 지역방송 광고 수익은 종편 초기 약 10%, 본궤도 진입시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블(유료방송) 역시 CJ나 지상파방송 계열 PP만 10~15% 정도 매출 하락에 그칠 뿐 일반PP나 종교방송의 경우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문순 의원은 "이 정도면 지역방송에겐 치명적 타격"이라면서 "지금도 자체 제작을 거의 못하는 건 돈이 없어서인데 10~30% 정도 빠져나가면 단순 중계소로 전락하고 상당수 인력을 해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종편 사업자들도 살아남기 힘들 게 명백하고 언론계 질서를 파괴해 동반 몰락을 자초할 것"이라면서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4개 신문사에 종편 허가에 불참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조중동 스스로 공멸할 걸 알면서도 내가 포기하면 저쪽이 잘 되는 게 싫어 그만두지 못하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면서 "조중동이 공멸하기 전에 더 많은 지역방송·종교방송·독립PP·신문·잡지 등 좋은 매체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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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종편 특혜 저지와 지역방송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 김시연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종편 특혜 저지와 지역방송 생존권 보장을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 김시연

"종편, 보도 대가 광고영업행위 불 보듯... 지역 공공성 파괴"

 

최동호 광주방송 차장은 "지역민방 9개사 총매출이 5년 전 2000억 원에서 2010년 1500억 원대로 500억 줄었다"면서 "연간 1조원이 나와야하는 종편에게 1000~2000억 원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지역방송은 1500억에서 조금만 떨어져나가도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밝혔다.

 

최 차장은 "종편이 광고를 직판하게 되면 광고주와 직접 접촉이 가능해져 방송 공익성이나 공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어 광고 위탁 판매를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낙곤 광주MBC 기자는 "종편 목적이 여론 다양성과 고용 창출이었는데 지금 지역에선 종편과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광주민방은 140명 고용을 창출했는데 종편에게 지역은 관심 대상도 아니고 이해 관계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지난해 광주과학기술원이 특집 기사를 쓴 중앙 언론사에 홍보비 1억 원을 집행한 사례를 들며 "앞으로 보도를 대가로 한 종편의 광고 영업 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라면서 "지금도 지역 여건이 힘들어 공공성만 주장하기 어려워졌는데 종편이 등장하면 외계 어종 베스가 생태계를 파괴했듯 지역의 공공성 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엔 KNN(부산경남방송), TJB(대전방송) 등 지역방송 카메라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등 일부 인터넷 방송을 제외하고 중앙 언론사 카메라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중앙방송과 지역방송 간의 전파료(광고수익) 배분 문제도 주요하게 거론됐다. 김민기 교수는 "현재 본사 76 대 지역 24인 전파료 배분 문제를 현명히 다뤄야 한다"면서 "종편이란 거친 상대가 나타나 본사와 지역방송 사이에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낙곤 기자는 "종편은 서울과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SSM(기업형 슈퍼마켓)처럼 상생과 조화를 거부하고 재벌, 족벌 방송을 허용하려는 큰 흐름도 속에 있다"면서 "해결책은 서울MBC가 더 줘야 한다는 것보다 정부가 조정자로서 상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종편 #지역민방 #조중동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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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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