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작본능'을 깨워줄 때가 왔다

4월의 상자텃밭에는 무엇을 심을까

등록 2011.03.15 13:05수정 2011.03.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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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은 상자텃밭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여름에는 지열을 흡수하여 냉방효과도 높인다. ⓒ 오창균

옥상은 상자텃밭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여름에는 지열을 흡수하여 냉방효과도 높인다. ⓒ 오창균

 

"땅 주인이세요? 여기서 텃밭 분양한다고 해서 왔어요. 농사 좀 지어보려고 하는데..."

 

"여기는 저희 단체에서 농부학교를 수료한 회원들에게만 분양을 합니다. 미안합니다."

 

지난 주말, 농사 시작을 위해 텃밭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간곡하게 텃밭을 부탁하는 아주머니 세 명에게 텃밭 분양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살고 있는 지역의 구청과 주말농장을 통해서도 텃밭을 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을 설명해주었다. 텃밭 분양을 못 받으면 집에서 상자텃밭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줬더니 관심이 있다는듯, 질문까지 하면서 듣고 갔다.

 

작년 채솟값 폭등 때문인지 올해는 텃밭농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주말농장 분양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추가로 농장을 확보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선착순 또는 추첨까지 한다고 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주말농장의 경우는 분양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흙냄새 맡으면서 하는 농사가 으뜸이지만 집에서 멀거나 부지런하지 않으면 풀밭이 되기 십상이고, 농부의 손길이 꼭 필요한 때를 지나치게 되면 농사를 망치게 되어 나머지 농사마저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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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아래나 빈 공간에서도 이동이 가능한 상자텃밭 농사는 가능하다. ⓒ 진성맘

담벼락 아래나 빈 공간에서도 이동이 가능한 상자텃밭 농사는 가능하다. ⓒ 진성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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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란다에서 상자텃밭을 이용해서 작물을 키우고 있다. ⓒ 진성맘

아파트 베란다에서 상자텃밭을 이용해서 작물을 키우고 있다. ⓒ 진성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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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을 활용한 상자텃밭도 가능하다. ⓒ 진성맘

페트병을 활용한 상자텃밭도 가능하다. ⓒ 진성맘

텃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거나 처음으로 농사에 입문하는 경우라면 집에서 상자텃밭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다. 작물이 생장할 수 있는 조건만 갖추면 충분히 농사가 가능하고, 밭농사는 4월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

 

살고 있는 집에 옥상(옥탑방)이 있으면 가장 좋고, 햇볕이 들 수 있는 담벼락 위나 아래, 창문틀 바깥 쪽에 선반을 만들어 올려놓거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상자텃밭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준비물>

1. 상자 : 흙을 담을 수 있는 것이면 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티로폼, 플라스틱, 나무상자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상자의 깊이는 최소 10~15cm 이상 흙을 담을 수 있을 정도면 된다.

 

2. 흙 : 가까운 밭이나 야산에서 부엽토(낙엽 등이 부식되어 생긴 흙)를 담아올 수 있다면 그것을 사용해도 된다. 다만 산에서 퍼온 흙은 산성(ph)이거나 탄소질이 높을 수 있으므로 밭흙이나 종묘상에서 판매하는 퇴비 혹은 상토(배양토)를 섞어주는 것이 작물 생장에 도움이 된다.

 

3. 씨앗 : 종묘상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 주문도 가능하다. 작물에 영양을 공급하는 거름이나 농기구(호미, 모종삽, 물조루)도 구입할 수 있다.

 

필요한 준비물이 갖춰졌다면, 흙을 담을 상자 밑면에 물이 빠질 수 있는 구멍을 반드시 뚫어야 한다. 젓가락 굵기 정도로 몇 개만 골고루 만들어 준다. 구멍이 너무 크거나 많으면 물과 영양분도 쉽게 유실되기에 작은 구멍 몇 개만 뚫어주면 된다. 상자 바닥에는 구멍이 촘촘한 양파망이나 스타킹 같은 것을 깔아줘서 흙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퇴비도 준비 되었다면 흙과 섞은 후에 상자 높이만큼 담아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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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구할 수 있는 스티로폼 상자 바닥에 작은 구멍을 몇 개 뚫어주고, 흙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촘촘한 양파망이나 스타킹 또는 신문지를 깔아주고 흙을 담는다. ⓒ 오창균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티로폼 상자 바닥에 작은 구멍을 몇 개 뚫어주고, 흙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촘촘한 양파망이나 스타킹 또는 신문지를 깔아주고 흙을 담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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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이 자라는 중간에 솎아내면서 비빔밥이나 샐러드로 먹고, 잘 자랄 수 있는 간격을 유지해줘서 쌈채소로 길러 먹는다. ⓒ 오창균

작물이 자라는 중간에 솎아내면서 비빔밥이나 샐러드로 먹고, 잘 자랄 수 있는 간격을 유지해줘서 쌈채소로 길러 먹는다. ⓒ 오창균

 

상자텃밭에 물을 충분히 뿌려서 흙에 수분을 공급해주고, 씨앗은 보이지 않을 만큼만 살짝 흙으로 덮는다. 봄(4월)에는 주로 상추 같은 쌈채소와 샐러드용 채소를 심어보자. 작물이 다 컸을 때를 예상해서 씨앗과 씨앗의 간격을 10cm 정도 유지하면 되지만, 간격을 좁게 심더라도 작물이 크는 중간에 서너 번 솎아내 샐러드나 비빔밥 재료로 사용하면서 작물 간의 간격을 최종적으로 유지시킨 후 쌈채소로 길러 먹으면 된다. 쌈채소는 자라나는 겉잎만 따내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뽑지 말고 겉잎만 따 먹는다.

 

씨앗을 심고 10일을 전후로, 싹이 트면서 떡잎이 나오고 본잎이 생기면 물과 함께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잘 자란다. 잎채소는 질소 성분이 있는 소변을 받아뒀다가 물과 섞은 후 뿌려주면 무럭무럭 잘 자란다. 페트병에 소변을 받아서 마개를 닫은 후 7일 이상 발효시키면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작물에 뿌릴 때는 소변보다 물의 양을 5~10배 정도 많게 해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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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상에 가면 다양한 씨앗과 퇴비, 흙, 농기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 오창균

종묘상에 가면 다양한 씨앗과 퇴비, 흙, 농기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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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을 페트병에서 7일 이상 발효시킨 후 물의 비율을 5~10배로 희석해서 작물에 뿌려주면 잘 자란다. ⓒ 오창균

소변을 페트병에서 7일 이상 발효시킨 후 물의 비율을 5~10배로 희석해서 작물에 뿌려주면 잘 자란다. ⓒ 오창균

 

옥상과 같은 바깥이 아닌 아파트 베란다와 같은 실내에서 키운다면 일조량과 통풍이 부족할 수 있으니, 아파트 화단이나 적당한 장소에서 수시로 햇볕과 바람을 맞도록 해주면 더욱더 잘 키울 수 있다. 실내에서만 키울 경우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통풍을 해줘야 잘 자란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잠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취미로도 좋고, 높은 물가에 식재료를 자급하는 수단으로도 괜찮다. 옛날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여 농업을 세상의 근본으로 여겨 온 한민족에게는 '경작본능'이 있다. 이제 봄과 함께 그 본능을 깨워줄 때가 왔다.

 

*상자텃밭의 다양한 활용법과 작물 키우기 이야기는 계속 연재합니다.

덧붙이는 글 1.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5번 출구로 나가면 종묘상이 밀집한 곳이 있습니다.
2. 종묘상에서 판매하는 상토(배양토) 흙으로만 키우면 작물에 문제가 생겨요. 상토는 모종(본잎이 성장할 때까지만 키우는 단계)을 키울 때 쓰는 흙으로서, 상자텃밭 흙으로 상토를 쓸 경우에는 반드시 일반 흙의 비율이 더 높도록 섞어서 사용해야 합니다.
3. 사용하고 남은 씨앗은 밀봉하여 냉장 보관하면 2~3년 사용이 가능합니다.
#도시농어 #옥상 #상자텃밭 #베란다 #스티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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