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오는 봄, 눈부시다

구례 견두산에 오르고, 산수유마을 꽃 구경도 하고...

등록 2011.03.30 09:05수정 2011.03.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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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마을인 현천마을에 핀 산수유. 계곡과 어울려 아름답다. ⓒ 전용호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은 노란색

봄. 추웠던 겨울을 지나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봄. 항상 오는 봄이지만 마음이 설렌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모두들 봄이라고 느끼는 건 꽃이 피기 때문이다. 봄은 노란색이다. 유채꽃, 개나리꽃, 산수유 꽃 등등. 봄은 다른 계절보다 유난히 노란 꽃이 많이 피는 계절이다. 그것도 겨울을 막 벗어난 이른 봄에 샛노랗게 피어나는 꽃들은 몸과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 봄이다.


19번 국도를 타고 구례 산동으로 달린다. 산동은 산수유마을로 유명하다. 산동(山洞)이라는 명칭도 천 년 전 중국 산동성(山東省)의 처녀가 구례로 시집오면서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다고 해서 산동이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산동면 계척마을에는 천 년 전 심었다는 산수유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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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척마을에 있는 천 년 전에 심었다는 산수유시목. ⓒ 전용호


산동에는 산수유 마을이 여러 곳 있다. 가장 이름난 곳이 상위마을이다. 그리고 또 한 곳이 현천마을이고, 산수유나무 시목(始木)이 있는 계척마을이 있다. 산수유 꽃이 피었다는데, 산수유 꽃만 보고 오기에는 너무 밋밋하다. 가볍게 산행도 하고 산수유 꽃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현천마을과 계척마을을 품고 있는 산이 있다. 견두산이다. 개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견두산이라고 했을까?

호랑이가 개로 바뀐 사연이 있는 산

남원과 구례 경계인 밤재터널에서 견두산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산행 들머리인 밤재터널은 남원 쪽에서 오기는 쉬운데, 구례 쪽에서 찾아가기는 조금 복잡하다. 밤재터널 부근에서 빠지는 길이 없기 때문에 현천마을이나 계척마을에서 옛날 도로인 농로를 타고 올라와야 한다.

밤재터널 입구에 주차를 하고 밤재로 오른다. 아직 쌀쌀한 날씨. 그래도 바람은 싱그럽고, 햇살은 포근하다. 땅은 물기를 잔뜩 머금고 연한 초록빛 새순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제비꽃이 벌써 수줍은 미소를 보인다. 밤재까지는 1.1㎞.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산길을 오른다. 예전에 남원과 구례를 넘어 다녔던 밤재(490m)는 표지석만 빛을 바랜 채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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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마을과 함께하는 견두산 등산로. 밤재터널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음. ⓒ 전용호


밤재는 견두지맥을 나누는 분기점이다. 지리산 만복대에서 흘러내린 산줄기는 밤재를 지나 견두산, 천마산, 천왕산을 거쳐 섬진강과 만나는 월암마을까지 29.8㎞를 이어간다. 하루정도 걸어볼 만한 산길이다. 오늘은 견두산만 오르고 산수유마을인 현천마을로 내려갈 생각이다.

견두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견두산(犬頭山)은 옛날에 호두산(虎頭山)이라 불러왔는데, 산에는 수 백 마리 들개가 살고 있어 한바탕 짖어대면 소란함은 물론 화재나 호환 등 재난이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조선조 영조 때 전라관찰사 이서구가 산 이름을 견두산으로 바꾸고, 남원지역에 호랑이 상을 만들어 견두산을 향해 놓았더니 평온해 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남원과 구례를 나누는 산, 표지석이 두 개

밤재에서 능선을 따라 오른다. 견두산까지는 3㎞. 능선으로 이어진 길은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길이다. 산길을 조금 들어서니 소나무 숲길이다. 소나무 모양이 장관이다. 구불구불하면서도 아주 힘이 넘치는 모양이다. 살짝 붉은 기운을 비치는 소나무 숲길은 너무나 아름답다. 솔향이 물씬 배어난다.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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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에서 자귀나무 쉼터 가는 길은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이다. 걸어가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 전용호


소나무 숲길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적당히 가린 하늘과 구불거리는 나무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으면 숲과 하나가 된 느낌이다. 소나무 풍경에 취해 여유 있게 걸어간다. 산길은 부드럽다. 산책로 같은 산길을 걷다보면 자귀나무 쉼터를 만난다. 자귀나무가 있어서 자귀나무 쉼터라 했나보다. 자귀나무 꽃은 한여름에 피는데,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겼다. 의자와 평상이 놓여있어 앉았다 가기에 좋다. 잠시 쉬어간다.

계척봉을 지나면 철쭉 군락지다. 철쭉이 피지는 않았지만 철쭉이 핀 숲길을 상상하면 그냥 기분이 좋다. 산길은 조금 힘들어지면서 우뚝 선 견두산이 보인다. 견두산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산이 점점 높아진다. 정상 바로 아래 바위에는 고려시대에 새긴 마애불이 있다. 너무 높이 있어서 자세히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견두산 정상(774.7m)에 서면 발 아래로 남원 들이 펼쳐진다. 참 넉넉한 풍경이다. 들판 한 가운데로 요천이 흘러 섬진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옛 남원고을은 풍족하고 살기에 좋았겠다. 반대편으로는 지리산 능선이 펼쳐진다. 노고단, 반야봉, 만복대가 커다란 장벽처럼 웅장하게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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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두산에서 본 남원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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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두산 정상 표지석. 뒤로 노고단과 반야봉이 보인다. ⓒ 전용호


견두산 정상에는 표지석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구례군에서 설치하고, 하나는 남원시에서 세웠다. 아무리 남원과 구례를 경계 짓는 산이라지만 서로 자기 쪽에 표지석을 세운 모습이 보기에는 좋지 않다. 세울 때 서로 협의해서 이름을 같이 썼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산골마을, 노란마을, 산수유마을

견두산을 뒤로하고 400m 정도 내려오면 현천재가 있다. 표지판이 능선길을 표시하는 지, 현천마을로 내려가는 길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현천마을로 내려서야 하는데, 고민이다. 내려가는 길이 있으면, 어디든 나오겠지. 능선에서 벗어나 아래로 길을 잡는다. 길은 가파르게 내려선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아 길이 얼었다.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현천삼거리 표지판이 보이니 맞게 내려섰나보다. 현천재에서 3㎞정도를 내려오니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계곡 사이로 노란 산수유 꽃이 이제 막 피어나면서 반긴다. 봄은 노란색. 눈부시다. 반짝이는 햇살에 꿈꾸는 것 같은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은 들뜬 분위기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모습과 조용하기만 한 노란마을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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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이 핀 구례 산동 현천마을. 계곡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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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저수지와 어울린 산수유마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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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과 어울린 구례 산동 현천마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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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이 핀 정겨운 돌담길을 따라 걸어간다. ⓒ 전용호


산골 작은 마을은 노란 산수유 꽃과 어울렸다. 집들이 산수유 꽃 속에 파묻혔다. 정겨운 돌담길도 좋다. 마을을 가로질러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싱그럽다. 도란거리는 마을. 노란마을은 산수유 꽃으로 즐겁다. 봄은 노랗게 온다.

덧붙이는 글 | 3월 27일 풍경입니다.


덧붙이는 글 3월 27일 풍경입니다.
#산수유 꽃 #산수유 마을 #현천마을 #견두산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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