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다 지친 아이들 "선생님 수업 안 해요?"

마포 '민중의 집' 공부방에 가다

등록 2011.04.08 14:18수정 2011.04.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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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초등학생들 역시 입시에 편중된 경쟁에 치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과는 다르게 아이들을 제대로 '놀게' 해주고 싶다는 곳이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민중의 집에서 실시하는 '토끼똥 공부방'의 이야기다.

 

당일의 프로젝트는 '커튼만들기'였다. 지도교사가 팀을 나누어 아이들이 하고 싶은 팀으로 편성되어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니 즐거운 마음으로 각자의 할 일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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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기린' 선생님 ⓒ 양태훈

오늘의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기린' 선생님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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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천 꿰메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 양태훈

'오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천 꿰메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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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각자의 할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양태훈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각자의 할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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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오리기를 설명해주는 '오늘' 선생님 ⓒ 양태훈

글자 오리기를 설명해주는 '오늘' 선생님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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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에서는 친절한 일대일 식의 지도 역시 이루어졌다 ⓒ 양태훈

공부방에서는 친절한 일대일 식의 지도 역시 이루어졌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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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오리기를 하는 한 아이. ⓒ 양태훈

글자 오리기를 하는 한 아이.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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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활동이 모두 끝나면 아이들은 활동일지를 쓴다 ⓒ 양태훈

그 날의 활동이 모두 끝나면 아이들은 활동일지를 쓴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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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기가 어지른 것을 스스로 치우는 습관 역시 습득한다,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는 아이들 ⓒ 양태훈

아이들은 자기가 어지른 것을 스스로 치우는 습관 역시 습득한다, 집에 갈 준비를 서두르는 아이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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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기린 선생님, 오른쪽 : 오늘 선생님. ⓒ 양태훈

왼쪽 : 기린 선생님, 오른쪽 : 오늘 선생님. ⓒ 양태훈

 

- 토끼똥 공부방의 프로그램들이 참 다양한 것 같네요. 지난해 토끼똥 공부방 수업운영에 대한 평가는 어땠나요?

기린 : "지난해 토끼똥 공부방은 학교나 학원에서 하는 것 같은 '수업'으로 진행돼 왔었던 게 사실이었죠. 그렇다보니 아이들이 토끼똥 공부방에 와서도 부담감을 느꼈나 봐요. 그래서 한참 동안은 매주 놀았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선생님, 수업 안 해요?"라며 물어보기 시작하는 거 아니겠어요? 제 생각에는 아이들이 무엇인가 성취감을 얻고자 하는 마음들이 피어났던 것 같아요. 그 뒤 부터는 아이들의 요구에 발 맞춰 수업 커리큘럼을 짜기 시작했죠. 오늘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고 좀 더 실질적으로 창의력을 강화하는 교육 틀거리 중에 하나에요."

 

- 아이들이 스스로 성취감 충족을 좇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선생님이 말한 '실질적인 창의력 강화'가 왜 필요한가요?

기린 :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성취감의 상승을 가져오고, 나아가 아이들의 자존감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해요. 비록 조그만 것이라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면서 자신의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죠. 이런 자존감은 아이들의 성격, 대인관계, 학교에서의 성적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 실제 아이들이 자존감 확립으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것을 직접 보시기도 하겠네요.

기린 : "물론이죠. 대개 이곳에 처음 오는 아이들은 처음에 친구들에게 휘둘리거나, 친구들을 협박해야 되는 줄 아는 등 각기 모습이 다양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각기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점차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죠."

 

오늘 : "좀 더 길게 보면 그런 태도의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 나이 어린 동생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저학년이었던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서 '내가 고학년이 됐을 때 동생들을 어떻게 챙겨주지?'라는 고민을 하는 것을 봤어요. 그러면서 자신감 있게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선생들에게 직접 건의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지난해에 자기 이름조차 소개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 아이들이 어느 날 한 노래에 꽂혀서, 자신들이 직접 팀을 꾸려 연습을 하더라고요. 남 앞에서 말 한 마디 못했던 아이들이 각자 피아노를 배우고, 랩을 연습하고, 박자를 맞추더니 결국 학기말 공연에 멋지게 무대를 장식했죠.(웃음)"

 

- 감동이 꽤나 컸겠는데요? 선생님들은 어떨 때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는지 말해주세요.

오늘 : "사실 보람을 단기적으로 놓고 보며 결과물을 기다리기는 힘들다고 봐요. 하지만 아이들 마음 속에 지도가 있는 것처럼 이곳에서 함께 했던 가치들을 마음에 품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토끼똥 공부방 첫 회 졸업생들이 자주 오는데, 그 아이들 역시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죠."

 

토끼똥 공부방은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매 학기 자원선생님을 모집하고 실제 그 자원선생님들과 상근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한다. 자원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학과학습 등을 도와준다고 한다. 오늘 선생님은 "자원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아이들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는 것"이라며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토끼똥 공부방에 다니는 아이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차상위 계층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린 선생님은 "사교육을 받을 수도 없고, (이 지역에) 지역아동센터가 적다보니 아이들의 선택은 토끼똥 공부방 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 살아 가는 행복한 세상'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이는 비단 아이들의 몫뿐만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성인들이 당연히 힘을 보태야 할 일이라 감히 생각한다.

 

[잠깐!] 후원하고 싶은 그대 여기를 보시라!!

후원방법 1. 토끼똥 공부방 누리집(http://cafe.daum.net/idayeon/)에 가입해 후원관련 게시판을 찾아 간다.

후원방법 2. 민중의 집(www.peoplehouse.net, 02)333-7701)에 전화를 걸어 "토끼똥 공부방에 후원하고 싶어요!"라고 외친다.

*개인후원은 5,000원부터다. 커피 2잔만 미뤄도 후원은 이뤄진다.

후원방법 3. 토끼똥 공부방에 운영비를 후원하는 '기분 좋은 가게ㆍ문턱 없는 밥집'에서 소비행위를 한다.(http://cafe.daum.net/bobjibngage/, 아래 지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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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지도는 마포구 망원역 약도, 오른쪽은 인천시 계산역 주변 가게 약도. A표시된 곳이 가게다 ⓒ 구글 지도

왼쪽 지도는 마포구 망원역 약도, 오른쪽은 인천시 계산역 주변 가게 약도. A표시된 곳이 가게다 ⓒ 구글 지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웹진<本>에 실린 기사입니다. 위 사진은 얼치기 사진쟁이 양태훈씨가 촬영한 것임을 밝힙니다.
* 웹진 주소 : bonzine.tistory.com
#민중의 집 #교육 #토끼똥 #키다리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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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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