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한테 이러면 정말 저주받을까요?

[주장] 교회매매보다 더 부끄러운 한국 대형교회의 정치성과 맘몬주의

등록 2011.04.22 15:44수정 2011.04.22 15:44
0
원고료로 응원
a

ⓒ 김민수


지난 4월 19일,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신도 ○○명, 권리금 ○천만 원" 교인들도 놀라는 교회매매 일그러진 실태 살펴보니'라는 기사를 유심히 읽었다. '교회 개척해서 되팔기' 같은 은밀한 거래가 횡행, 인터넷에 매물이 넘쳐나는 현실과 시설비용·신도 수·교회 위치 등을 따져 권리금 산출하는 문제, 신도와 법적 다툼 등을 지적하며 개신교의 자성을 촉구하는 기사였다.

이런 일은 기사화되기 전부터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라기보다는 비정상적인 교단이나 목사들이 일으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목사인 나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타락한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기사가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극소수 혹은 몰지각한 일부'라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대형교회 목사는 어떻게 청빙에 개입하나

모든 교회는 교단에 소속되어 있다. 교단에는 목회자를 배출하는 신학기관(신학교)이 있으며, 교단에서 인정하는 신학교육을 이수한 후에 개 교단 소속 목사가 된다. 목사는 소속된 교단의 교회에서 목회해야 하고, 타 교단의 교회에서 담임할 수 없다.

교단마다 존재하는 '목회자 청빙제도'를 제대로 따르면 비상식적인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담임목사가 사임을 하거나 퇴직을 하는 경우, 교회가 상회(노회)의 허락을 받아 같은 교단에 속한 목사 중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하기 때문이다.

목사 청빙을 비롯한 교회 개척은 교단마다의 총회법과 교회법을 따라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법을 무시하고 교회 매매와 후임자 청빙이 대가성으로 이뤄졌다면, 교회의 간판을 달았으되 교회가 아니고, 목사라고 하되 목사가 아닐 것이다. 대부분 교단소속이 불분명한 사이비성교회와 제대로 신학교육의 과정을 밟지 않은 목사들이 저지른 일일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렵겠지만, 교회를 선택할 때에 어느 교단에 속했는지, 건전한 교단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그냥 교회 간판만 달았다고 다 교회라고 생각했다가는 물질은 물론이요, 영혼까지도 빼앗길 수 있다.

교회 매매가 노골적으로 광고를 통해 이뤄지지도 않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교회 세습, 후임목사 청빙, 퇴직시 전별금이나 원로목사에 대한 예우 문제 등이 대형교회와 목사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작용원리는 극히 맘몬(신약성서에서 말하는 물질적인 부요와 탐욕)적이다.

대형교회가 교단에 물질적으로 기여를 많이 하면 그 교회의 목사는 교단의 주요 직책을 맡는데 유리하다. 이를 악용하는 목사는 막대한 교회의 재정을 바탕으로 선교헌금 등을 사용해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작은 교회나 선교단체는 자신들을 도와주는 대형교회 목사와 우호적인 관계가 된다. 이런 점들을 활용하여 대형교회의 목사는 교단 내에 속한 교회의 청빙과정에 개입하기도 한다. 교회의 자문 요청을 받은 목사는 자신이 아는 교역자를 추천하고, 그렇게 청빙 받은 목사는 대형목사에게 또 충성(?)을 다짐한다. 점점 커지는 정치력으로 교단의 중요 직책을 차지하고, 각종 안건을 장악해 이른바 총회정치와 교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이미 청빙절차가 다 끝난 교회의 판을 뒤집어 버리는 일도 있다. 줄서기나 정치력 혹은 아주 특별한 능력 없이 대형교회나 중형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적으로는 자신이 신임하는 후배의 뒤를 봐주는 후덕한 선배 목사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로 말미암아 피해를 보는 이들을 생각하면 교회매매보다 더 반신앙적인 행위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목회자 청빙은 목사의 됨됨이를 보고 '모셔온다'는 의미가 아니라, 스펙과 연줄에 기반한 '채용'이 됐다. 이같은 개입으로 인해 교회는 타락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농어촌의 시골교회는 세습도 일어나지 않고, 청하고자 해도 목회자가 없는 현실이지만 중소도시 어느 정도의 규모만 되면 서로 알 만한 신학교 선후배들이 20~30명씩 이력서를 내고 채용(?)을 기다린다. 이런 형태는 소신 있는 목회를 할 수 없게 만든다. 그저 교인의 비위를 맞추는 목회를 하면서 그야말로 월급쟁이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사실은 이런 문제들이 교회 매매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다. 하나님은 "하나님이냐, 맘몬이냐?"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하셨는데, 한국교회가 맘몬의 질서에 순종하고 있으니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라 사탄의 교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열매를 보아 그 나무를 안다고 성서는 말하고 있는데 지금 한국교회는 어떤 열매를 내고 있는가?

기독교가 '개독교' 취급 받는 이유

최소한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까지 들여다봐야 개신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기사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의 체계가 워낙에 복잡하다 보니(나도 목사지만 교단이 몇 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교회의 이름만 걸려 있으면 다 같은 교회요, 목사면 다 같은 목사로 본다.

천주교 신부와 성공회 신부가 다르듯이 교단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목사안수를 받는 절차도 다르다. 그러니까 감리교, 침례교, 장로교, 복음교회 등 대표적인 교단들의 특성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특히 장로교는 1953년 예수교장로회(예장)와 기독교장로회(기장)가 나뉜 이후 '예장'은 수도 없이 분열을 계속했다. '예장' 간판만으로는 제대로 된 교회인지 목사인지 확인 불가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종교전문기자들조차도 교단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뭉뚱그려 '개신교'라고 표현을 한다. 개신교의 다양한 종파와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개신교에 대한 기사 작성이 수월치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은 해체절차를 밟고 있는 '한기총'에 대한 보도다. 언론에서는 한기총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로, 그들의 행보가 마치 한국 개신교의 행보인 것처럼 다뤄왔다. 그러나 내 생각에 한기총은 개신교 단체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기독교적 정신과 정통성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기총에 비해 숫자적으로, 재정적으로 열세인 KNCC는 개신교의 진보단체 중 하나 정도로밖에 인식되지 않아 그들의 목소리가 개신교의 목소리라는 인식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에도 늘 부정적인 혹은 가십거리가 될 만한 일들만 표면화되면서 '개신교'가 도매금으로 '개독교'화되는 것이다.

개신교의 역사와 교단과 교파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 보니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도 없고, 설령 이해하더라도 일반 대중에게 쉽게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내용보다 비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교계 언론이 난립하고 있다는 자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반 언론사처럼 교계 언론도 광고영업이 그 존폐를 좌우한다. 주로 교회와 관련된 광고영업을 해야 하니, 운영을 위해서 결국에는 대형교회의 눈치를 보게 된다. 교회와 목사는  교계 언론을 활용하고, 교계 언론은 교회와 목회자들의 이런 점들을 이용해서 공생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영업과 관련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광고주를 상대로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는 쉽지 않다.

물론 교계 언론을 통틀어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진보적인 혹은 기존 대형교회나 보수적인 행보의 단체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다루는 교계 언론의 경우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교계 언론조차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냥 형식적이고 살짝 건드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사명을 다했다고 착각을 한다. 교계 언론이 기독교계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반 언론의 경우에는 개신교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해서, 교계 언론은 그것을 이용하느라 일반인들과 기독교인들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한다.

심지어는 목사가 출연료나 기고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 정도의 광고료를 내고 교계 언론을 통해서 자신을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교인들도 묵묵히 현장에서 그림자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목사들보다는 교계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이들을 선호하는 실정이니, 일반인들이나 교인들이나 한국의 개신교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판 뺨치는 교계, 개혁파 교인들은 '마녀사냥'  

교계에서 '정치'라고 하면, 담임하는 교회 외에 대외활동과 관련된 활동을 하며 직책을 맡거나 교단의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각 부서에 속해서 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교단의 정치와 관련된 업무는 봉사직이고, 명예직이다.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교통비 정도의 실비를 받고, 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단의 총회장이나 기관 혹은 단체장 선거가 진행되면 금권선거가 판을 치고, 상호비방이 이어진다. 일반 정치에서 줄을 어떻게 서느냐가 중요하듯이 교계 정치도 동일하다. 최근 한기총 회장 선거와 관련한 문제는 그 파편에 불과하다. 도덕의 마지노선이 되야 할 교계가 정치판과 다를 바 없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이다. 

그리고 교단 조직에 크기에 따라 기관장의 판공비 등도 천차만별이다. 그것은 공적으로 사용되는지, 사적으로 유용되는지 애매모호한 측면들이 있으므로 기관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예산의 전횡 등이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교인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 이를 방만하게 사용해도 누구하나 지적할 수도, 책임지지도 않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물론 감사제도가 있지만,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감사 역시도 정치적으로 배분되는 경우가 많아서 형식적인 감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정치판과 다를 바 없는 교계의 정치판, 그것이 개신교를 타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타락한 교회의 개혁은 교인들이 이뤄내야 하지만 내부적으로 쉽지 않은 구조다.

우리 사회는 종교적인 권위와 가부장적인 문화, 종교인에 대한 인식 등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죄악시한다. 더군다나 개신교는 목사를 '하나님의 종' 혹은 '목자'로 비유하면서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한다. 그러다 보니 목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바로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몰지각한 목사들은 "목사한테 그러면 저주받는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이에 편승한 교인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교인들끼리 싸움을 붙여버린다.

평신도로부터 시작된 교회의 직분은 집사로부터 장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선출직이며, 임명권자가 목사이다 보니 목사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들은 고의적으로 제직에 임명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언제나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어떤 입장에서든지 교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반대로 목사가 교회를 개혁하려고 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미 교회가 가진 다양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그냥 부닥치지 않고 편안하게 교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목회하는 예도 많이 있다.

문제는 교인들이 교회 혹은 목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을 때 교회의 반응이다.

대다수의 교인이 목사나 혹은 당회(장로교의 경우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조직)를 불신임한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찬반이 양립하게 되면 지루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때론 찬반양론이 지속하다가 교회가 나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혁파 교인은 이른바 '마녀사냥'을 당하게 된다. 한 예로, 요즘 개신교회에서 골머리를 앓는 사이비 종교단체 '신천지'의 소행이라고 몰아붙이면 싸움 끝이다. 그리하여 교회개혁을 외치는 교인의 아픔은 상상을 초월하고, 교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사들은 목회지로 청빙받기가 상당히 어렵다.

타락한 교회, 아직 다 썩은 것은 아니다

개신교의 분파가 워낙에 다양하다 보니 한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각개전투 식으로 교회 확장을 하다 보니,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진 행태들이 일어난다. 대형교회의 독식으로 결론이 나는 한국교회의 행태는 모두가 대형교회를 향해 가게 하였다. 복음의 본질이고 뭐고, 교회만 부흥하면 다 된다는 식의 맘몬숭배는 한국교회에서 편만하게 이뤄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교회의 반석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본이 되어버렸다. 하나님을 섬기지 아니하고 돈을 섬기는 한국 교회, 거기서 타락은 시작된 것이다.

맘몬은 '돈'으로 상징되지만, 그 안에는 성서에서 금하는 우상적 요소가 모두 들어 있다. 최근 대형교회 목사들 가운데 여신도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가십거리에 오른 이들을 보면 그런 현상들이 어떻게 파급되는지 알 수 있다. 돈, 섹스, 권력지향적인 것들이 이런 문제를 불러오고, 교회의 매매도 모자라 교인들까지 팔고 사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깨어 있는 교회와 교인과 목사가 있다.

소위 '그루터기' 신앙이다. 다 죽어 희망이 없는 것 같지만,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다 썩지 않았다. 사실은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하기가 가장 힘들다. 핑계를 대고자 함도 아니고, 그 깨어 있는 목사가 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정말 그런 교회와 교인과 목사는 많다. 맘몬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보니 아직 그들이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그러나 어둠이 깊을수록 빛이 밝아지듯, 언젠가는 참 빛이 어둠을 불사르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고대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로서 1995년 목사안수를 받은 후, 총회기관과 일반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 등에서 사역을 했으며, 현재 기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로서 1995년 목사안수를 받은 후, 총회기관과 일반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 등에서 사역을 했으며, 현재 기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대형교회 #개신교 #맘몬 #한국교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