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업무상' 백혈병 발병 잇달아

현재까지 파악된 발병자만 지난 10년간 4명

등록 2011.04.29 10:59수정 2011.04.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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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는 2008년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으로 뽑혔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1년6개월 동안 15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사진은 2008년 한국타이어 본사앞) ⓒ 이현정


돌연사 의혹이 일었던 한국타이어에 백혈병 발병이 잇따르고 있어 현장 작업환경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및 유사질환 판정을 받고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은 노동자는 모두 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한 명도 지난해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1983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입사해 성형과 등에서 일했던 유아무개씨는 2003년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고 같은 해에 사망했다. 당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유씨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한국타이어에서 취급하는 유기용제인인 일명 '한솔'에서 벤젠 0.18ppm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연간 기준치인 40ppm의 10분의 1 수준으로 백혈병을 일으키는 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벤젠 노출 외에 다른 요인이 없고 통상 과거 노출농도가 더 짙다는 사실로 볼 때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즉 '한솔 취급과정 중 골수성백혈병 원인물질로 알려진 벤젠에 약 20년 간 노출돼 발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한 것이다.  

정아무개씨는 지난 1987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성형과(약 10년), 재료과 비드실(약 8년) 등에서 일하며 한솔을 취급해오다 1999년 급성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2004년 근로복지공단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발암물질로 백혈병을 유발하는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고, 실제로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측정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벤젠에 노출돼 왔다고 판단된다"며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공아무개씨는 1995년 1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입사해 압출 공정 등에서 일해 오다 2009년 8월 백혈병과 유사한 질병인 재생불량성빈혈로 산재승인을 받은 후 투병하다 지난 3월 사망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역학조사를 통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일하면서 벤젠 등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돼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는 별도로 1999년에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등에서 일하던 유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가 각각 유기용제중독증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같은 유해물질로 인한 백혈병 발병사례는 2007년과 2008년 역학조사 및 특별근로감독 당시 언급되지 않은 것이어서 역학조사결과 및 작업환경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타이어 "벤젠 미검출... 다른 유해물질도 법적기준치보다 100배 이상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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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1996년까지 당시 산업보건협회 충남지부가 한국타이어 생산공장에서 사용하던 한솔에 대한 유해물질 측정결과 자료. ⓒ 심규상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사용해오던 '한솔'은 1997년 기계설비 및 바닥개량으로 거의 취급하지 않았고, 2000년 초경부터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잇단 공장환경점검결과에서도 벤젠은 검출되지 않았고 솔벤트 등 유해물질 등도 법적 기준치에 비해 100배 이상 낮게 나타나는 등 노출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며 "작업환경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해 말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일하던 권아무개씨가 '급성림프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이다. 전업주부였던 권씨는 한국타이어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1996년 입사, 주로 가류기까지 타이어를 운반하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는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벌인 작업환경 측정 결과 벤젠은 검출되지 않았고 다른 유해물질도 검출되지 않았거나 기준치 미만으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씨는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현재와 달리 작업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가류기에서 타이어를 삶아 나올 때마다 공장안에 연기가 꽉 찼고 인근 작업장에서 나오는 분진가루가 머리와 얼굴에 많이 묻었다"며 "그런데도 마스크 없이 오랫동안 화학물질을 사용해 청소업무까지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업무상 질병 인정됐는데도 작업환경 이상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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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전경 ⓒ 심규상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잇단 백혈병 발병 사례는 한국타이어의 작업환경이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7년 노동자들의 집단사망원인을 놓고 논란이 뜨거웠지만 지방노동청과 회사 측 모두 유해물질로 인한 백혈병 발병사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사측은 작업환경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백혈병 발병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자료를 파악 중에 있다"며 "한국타이어공동대책위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백혈병 발병사례는 지방노동청 등 관계기관에 모두 보고된 건으로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직무환경과 관련해서도 현재 EHS(환경, 보건, 안전)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 작업환경을 개선한 상태"고 말했다.

백혈병은 혈액, 골수 및 조직에 피를 만드는 구조에 악성종양세포가 침착하는 질병으로 유전, 방사선, 화학물질과 기타 직업적 요인, 약물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약품으로는 벤젠이 백혈병의 발생을 증가시키며 석유화합물, 에틸렌옥사이드, 농약 등에 노출되는 경우 백혈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가 자체 파악한 최근 3년간 한국타이어 생산 공장에서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2008년 전·현직 4명, 2009년 2명(협력업체 직원 포함), 2010년 4명으로, 2011년 2명으로 12명에 이른다. 이에 앞서 한국타이어에서는 2006년 5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1년 4개월 동안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연구소 등에서 15명의 노동자가 허혈성심장질환 및 순환기질환으로 숨져 돌연사 논란이 제기됐었다.
#한국타이어 #백혈병 #돌연사 #작업환경 #업무상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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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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