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이라크 특공대가 부시를 암살했다면?"

미 대안언론 <커먼드림즈>에 생각 밝혀..."빈 라덴 제거 작전은 국제법 위반" 주장도

등록 2011.05.08 17:09수정 2011.05.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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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사살에 관한 노엄 촘스키의 글을 게재한 <커먼드림즈>. ⓒ <커먼드림즈>


"만약 이라크 특공대가 조지 부시의 집에 침투해 부시를 암살하고 그 시신을 대서양에 버렸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우리는 자문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진보적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후 미국 분위기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미국의 대안 언론인 <커먼드림즈>는 7일(현지 시각)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에 대한 내 반응'이라는 촘스키의 글을 실었다.

촘스키는 이 글에서 빈 라덴을 제거한 이번 작전이 "계획된 암살"이었다는 점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으며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촘스키는 빈 라덴을 (테러) "용의자"로 규정한 후 "법률을 존중한다고 공언하는 사회에서는 용의자들을 체포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무어도 "재판도 받지 않은 채 사살됐어야 하는지 의문"

빈 라덴을 법정에 세웠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는 의문은 국제법 학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관련 기사 : 빈 라덴, 죽기 전 법의 심판 받았어야 했다?). 또한 미국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도 5일 "(빈 라덴이) 재판도 받지 않은 채 사살됐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빈 라덴은 미국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말했다.

촘스키는 9·11테러 이듬해인 2002년 4월 "로버트 뮐러 FBI 국장이 '강도 높게 조사한 결과 FBI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음모를 꾸몄다고 믿는다는 것 이상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촘스키는 빈 라덴이 (9·11테러에 대해) 여러 차례 "고백"했지만 "빈 라덴은 자신이 위대한 성취라고 간주한 것을 뽐냈다"며, 미국 정부가 빈 라덴의 테러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촘스키는 빈 라덴 제거 작전을 두고 불협화음을 보인 미국-파키스탄 관계 문제를 언급했다. 촘스키는 '파키스탄 당국이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미국에 넘기지 않아 워싱턴 당국이 분노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미디어에서 자주 논의되고 있지만, 파키스탄 측의 분노에 대한 이야기는 훨씬 적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자국 영토에 침범해 정치적 암살" 작전을 펼친 것에 대해 파키스탄 측에서 분노하고 있는데도 이를 충실히 다루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촘스키의 지적대로, 파키스탄에서는 미국이 사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빈 라덴 제거 작전을 편 것에 대해 "파키스탄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파키스탄 대통령과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촘스키는 "파키스탄에서 반미 열정이 이미 고조돼 있으며, (최근 일어난) 이러한 사건들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신을 바다에 버리기로 한 결정이 무슬림 세계에 분노와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의 범죄는 빈 라덴의 범죄를 훨씬 능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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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엄 촘스키. ⓒ MIT(web.mit.edu)

촘스키는 이 대목에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다.

촘스키는 "부시의 범죄는 빈 라덴의 범죄를 훨씬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부시가 전쟁 개시 명령을 내려 "수십만 명을 죽이고, 수백만 명을 난민으로 만들었으며, 그 나라(이라크)를 대부분 파괴했고, 종파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촘스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을 인용했다. 촘스키는 부시가 "다른 전쟁 범죄와 (차원이) 다른 최고의 국제 범죄"를 저지르도록 명령했다며, 나치 전범들은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 당시 이 죄목으로 교수형을 당했다고 밝혔다.

촘스키의 이러한 인식은 미국인 다수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촘스키가 이 이야기를 한 것은 미국인들에게 복수의 쾌감을 넘어,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을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역지사지의 지혜를 발휘할 것을 주문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관련 기사 : 스스로 키운 '괴물' 죽이고 환호하는 미국).
#빈 라덴 #9.11 #이라크 전쟁 #촘스키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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