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윤상원 열사' 표지인물로 세운 광산구보

항쟁 31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공식발행물 '표지 인물'... "구보는 계도지 아니다"

등록 2011.05.16 20:35수정 2011.05.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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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청이 발행하는 구보 <사람 사는 세상..>의 2011년 봄호 표지 인물은 고 윤상원 열사. 5.18민주유공자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공식발행물의 표지인물로 세워진 것은 항쟁 31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 광주 광산구청


1980년 5·18항쟁 당시 전남도청에서 최후까지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사망한 고 윤상원 열사. 그가 한 구보(구청 소식지)의 표지인물이 되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공식 발행물에서 5·18민주유공자가 표지인물로 등장한 것은 항쟁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민형배)는 구보 <사람 사는 세상, 더 좋은 광산> 2011년 봄호 표지 사진으로 고 윤상원 열사가 생전에 피리 부는 모습을 실었다. 그리고 '누가 5·18의 영혼을 숨겨 놓았나'를 표지 이야기로 뽑았다.

"윤상원 열사의 생가는 꼭꼭 숨어 있다. 광산구 신룡동 570-1번지. 평범한 시골마을이다. 광주시청에서 자동차로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하지만 어렵다. 열사에게로 가는 길은 '안내'되지 않는다. 인터넷 지도에도,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윤상원' '윤상원 열사' '윤상원 생가'는 없다." - 광산구보 <사람사는 세상...> 표지 이야기 중에서

이정우 광산구 정책홍보팀장은 "열사가 단지 광산구 출신이기 때문에 그 분을 표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하진 않았다"며 "광주에서조차, 우리에게조차 희미하게 망각되어져 가고 있는 고인을, 5·18의 모습을 반성적 성찰의 자세로 '현재'를 정면응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표지 이야기로 고 윤상원 열사의 현재를 다룬 구보는 바로 '오월 대담'으로 이어진다. 대담자는 민형배 광산구청장과 강위원 운남노인복지관장. 민 청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이 되기 전까지 광주에서 언론노조 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을 했다. 강 관장은 한총련 의장으로 활동하다 4년 2개월 동안 옥고를 치른 후 지역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다. 

이 대담에서 민 청장은 "5·18이라는 말엔 죽음과 부활이 함께 있다"며 "울면서 노래하고, 재잘거리면서 행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 관장은 "아이들이 5월 열사의 무덤 위에서 뒹굴고 뛰어 노는 것을 꿈꾼다"며 "열사들이 그걸 싫어할까요?"라고 묻는다. 모두 5·18의 승화를 위한 상상력의 확장을 주문하는 얘기들이다.

그래서 이 코너가 더욱 눈에 띈다. 그림책 작가 나비연이 쓴 수완중학교 동아리 '상상마당' 탐방기 '세상은 우리들의 놀이터!'. 중학생 동아리인 '상상마당'은 그동안 독서토론은 물론 근로정신대 할머니 돕기, 공정무역 파티 등을 개최하며 '신나게' 활동해왔다. '5·18의 승화는 이 아이들의, 오늘 이 모습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벌이고 있는 '99엔 문제해결과 미쓰비시 협상기금 마련을 위한 10만 희망 릴레이'도 공익광고 대접을 받으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편집진의 기획의도가 엿보이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광산구보 2011년 5월호(봄호)가 모두 5·18의 과거와 현재로 모두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광주의 모든 해, 모든 오월이 그렇듯 상처의 자리에 핀 벚꽃은 여전히 찬연하고('광산고을 덮친 봄 그리고 꽃'), 아무리 이름이 '첨단'으로 바뀌어도 그 물은 그대로인('마르지 않던 샘의 땅') 땅의 이야기는 그대로 흐른다.

"구보는 구청 계도지가 아니다"... 지자체 처음으로 금남로에 부스 운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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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청장과 강위원 전 한총련 의장이 '오월대담'을 나눈 이야기도 구보에 고스란히 실렸다. ⓒ 광주 광산구청


한편 광산구보는 민형배 청장의 취임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했다. 광주광역시 내 기초지자체 구보가 월1회 타블로이드 판형 신문 형태로 발행되는 반면 광산구보는 잡지 형태로 1년에 네 번 발행되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구보는 시대의 흐름이나 지역 의제와는 상관없이 구정 시책 사항과 단체장 치적사항 홍보에 주력한다. 하지만 광산구보는 광산의 땅과 사람, 일터, 지역 의제, 시대정신 등을 다룬 이야기들이 여느 잡지 못지않게 빼곡하다.

이정우 팀장은 "구보는 광산'구'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지, 광산'구청'의 계도지가 아니다"면서 "광산구 또한 어디까지나 '세상 속의 광산'이고 '광주 안의 광산'이기 때문에 시대정신과 지역의제를 포함시켜 구민들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래서 이번 구보는 5·18 주간에 맞춰 기획했다"며 "윤상원 열사의 삶을 알리고, 미진한 기념사업을 구청 스스로 자기 비판하는 차원에서 표지 이야기를 실었고, 현재적 의미의 5·18로 관내 수완중학교 학생들의 활동상황도 취재했다"고 소개했다.

광산구는 5·18 주간에 맞춰 제작한 구보가 광산구뿐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호응이 높아지자 17일과 18일 금남로에 광산구 부스를 설치해 구보 배포와 5·18주먹밥 나누기 행사 등을 할 예정이다. 5·18주간에 금남로에 시민사회단체 부스가 차려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자체가 부스를 운영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5.18 #광주항쟁 #윤상원 #민형배 #광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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