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e사람12화

"강만수, 어윤대, 김승유, 이팔성...이건 최악이다"

[e사람⑫] 김문호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등록 2011.05.19 10:59수정 2011.05.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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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감독원에 가서 낙하산 인사 비판했는데,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을 최측근으로 앉힌 사람이… 너무 뻔뻔하지요."

그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문호(5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다. 그의 말이 계속됐다. "어윤대(KB금융) 회장부터, 김승유(하나금융), 이팔성(우리금융)에 이어 강만수(산은지주) 회장까지 MB 최측근 인사들 아닌가"라며 "우리나라 금융 역사상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최악의 정권"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을 비롯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우리금융의 민영화 등 민감한 금융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서다. 작년 말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후 그가 언론과 인터뷰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그와의 이야기는 우리금융 민영화부터 시작했다. 인터뷰 직전에 정부가 우리금융 지분 매각 방안을 발표했다. 과거와 달리 우리금융 계열사를 포함해서 일괄 매각한다는 것이다. 매각의 최소입찰 규모를 30%로 정하고, 관련 법률도 고칠 것으로 보인다.

"메가뱅크는 강만수 회장의 허황된 꿈"

- 좀전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우리금융 지분매각 방안을 발표했는데.
"(서류를 다시 보며)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금융권에선 이미 산은지주에 우리금융을 넘기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금 정부가 내건 조건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몇 달 전에 민영화하려고 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보류했다가… 지난 3월에 누가 내려오니까, 갑자기 법까지 바꿔가면서 (민영화를) 한다고 하니, 그렇지 않나."


- 강만수 산은 지주회장 말인가.
"(웃으면서) 누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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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 권우성

강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은행들끼리 합병을 통해서 메가뱅크(초대형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던 사람이다. 지난 3월 국책은행인 산은지주회장으로 취임하자, 우리금융의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 (강 회장은) 메가뱅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은행입장에서 유리한 것은 없나.
"(곧장) 전혀없다. 지난 금융위기로 메가뱅크 무용론은 입증됐다. 무분별한 대형화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안정성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 금융당국은 은행의 덩치키우기를 억제하는 추세다."

김 위원장은 이어 "(메가뱅크는) 강만수 회장의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국내은행들도 합병해 놓고, 대형금융지주 만들었지만 제대로 하는 곳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이다.

"국내에서도 대형은행들 빼고, 기업은행이나 부산은행 같은 곳들은 스스로 잘 살아나가고 있어요. 대구은행과 전북은행 등 지역에 기반을 둔 은행들도 잘 커가고 있거든요. (메가뱅크는)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고, 국내 경험에도 이미 끝난 이야기예요."

그래서 다시 물었다. 왜 그렇게 밀어붙이는지를 말이다. 김 위원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강 회장이 허황된 망상에 빠져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강 회장이) 대통령과의 메가뱅크에 대해 교감을 나눴을 것"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수주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지급보증문제로 힘들었기 때문에 초대형 국책은행을 적극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밀어붙이면 총파업으로 저지할 것"

- 우리금융 민영화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생각한 후) 우리은행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이나 광주은행도 독자 생존하는 쪽으로?
"그건 그 회사들이 선택할 문제지만… 결국 독자적으로 가야 하지 않나. 이미 경남과 광주은행 등은 해당 지역 상공회의소 중심으로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지역은행으로서 특화시키면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 정부는 김 위원장 생각과 다른 것 같다. 현재대로 가면 산은지주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데.
"(목소리를 높이며)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가져가면 그것이 민영화인가. 초대형 국책은행이 생기는 것일 뿐이다. 이미 우리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계속 진행하면) 반대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 금융노조 차원의 총파업 가능성도 있나.
"이번 민영화의 부당성을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 금융노조에서 총파업을 포함해 모든 투쟁을 동원해서 저지할 것이다."

그와의 이야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논란으로 이어졌다. 최근 금융위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후로 다시 미뤘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더욱 어렵게 됐다. 하나금융은 작년 11월 론스타와 지분을 인수 계약을 맺고, 오는 24일까지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25일부터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돼 있다.

일부에선 금융위의 이번 조치로 오히려 론스타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일었다. 김 위원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의 생각은 단호했다.

"원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메가뱅크 신봉자들의 헛된 망상 때문에 우리 금융산업이 엉망이 되고 있는 거죠. 론스타 배만 불린다는 이야기는 뒤집어 보면, 외환은행이 (영업 등을)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고, 독자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 이대로 가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어렵지 않은가.
"(고개를 끄덕이며) 금융위는 진작에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했어야 했다. 오히려 그동안 시간을 끌어온 것이 (금융위의) 직무유기다."

- 금융위에서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면 론스타에 지분매각 결정도 내리게 될 텐데, 많은 외환은행 주식을 누가 사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웃으면서) 론스타 배를 불릴 정도의 은행인데… 주식시장에 나오면 잘 팔릴 것이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으니, 가격도 더 떨어질 테고, 국민들이 사도 된다."

"민간기업 임금까지 개입하는 최악의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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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 권우성

그와의 인터뷰 시간은 당초 1시간 정도로 잡혀 있었다. 이날 오전에도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와 항의방문 등 일정이 계속됐다. 인터뷰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그와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말을 이어가면서도, 가끔 목소리 톤이 오르기도 했다. 현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비판에서다.

"이명박 정부 3년간 '금융정책은 없었다'는 거예요. 오로지 자기 심복들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심는 것 말고 무엇을 했어요?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금융당국의 총체적 실패가 그대로 드러났고…."

그의 말이 계속됐다.

"금융정책 실패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반성하기는커녕, 이미 한물간 메가뱅크 타령을 하고 있지요. 관치금융에 빠져있는 일부 관료들때문에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더 후퇴시키고 있지요."

김 위원장은 "정부는 금융위기를 핑계로 금융노동자들의 임금동결, 반납과 삭감 등을 밀어붙였다"면서 "신입직원들의 경우 20% 삭감된 연봉을 올해 임단협을 통해 되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은행들도 이미 직원들의 삭감된 연봉을 회복시켜주기로 해놓고,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민간 사기업들의 임금까지 개입하는 정말 최악의 정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지난 4·27 재보선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금융노조는 해당 지역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했었다. 물론 현 정부 심판에 맞춘 야당 의원 지지였다. 실제 경기도 분당을 지역 등에선 성과도 있었다.

그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노조 차원의 정치활동을 해나갈 것"이라며 "현 정부의 금융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진보진영과 야권연대에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노조의 조합원수는 9만2000여 명. 금융이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어떤 산업별 노조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과거와 달리 진보적인 노동운동을 내세운 김문호의 금융노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문호 #금융산업노동조합 #메가뱅크 #강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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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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