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매장 관리 안되니 커피 맛 떨어져"

[e사람⑭] 할리스커피 세우고 카페베네 본부장 지낸 강훈 대표

등록 2011.05.21 21:53수정 2011.05.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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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 커피'와 '카페베네'를 연이어 성공시킨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망고식스 압구정 본점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새로 런칭한 '망고식스'에 대해 "스타벅스를 넘어서는 토종 카페로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강훈(43) KH컴퍼니 대표는 커피업계에서 성공한 사업가다. 1997년 신세계 '스타벅스' 준비팀의 일원이었던 그는 1998년 '할리스커피'를 세웠고, 최근까지 '카페베네'를 이끌었다. 카페베네와 할리스커피가 현재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 1, 4위(매장 수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그의 사업적 능력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최근 그가 펴낸 <스타벅스를 이긴 토종카페 카페베네 이야기>가 한 달간 2만 부가량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그의 유명세에 힘을 더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두고 '커피왕'이라고 부른다. 카페베네를 나온 그가 지난 3월 새롭게 만든 망고주스 전문점 '망고식스' 역시 업계에서는 이미 화제다.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트위터 사용자에게 카페베네와 강훈 대표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이들은 가맹점을 통한 카페베네의 무차별적 점포 확장, 일관되지 못하고 만족도가 떨어지는 커피 맛, 과도한 마케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카페베네에 가는 이유는 눈에 잘 띄기 때문"이라는 혹평도 있었다.

강훈 대표는 "토종 카페로 스타벅스를 이기겠다는 사명감으로 매장 확대 전략을 썼다"며 "이제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베네의 커피 맛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매장이 300개가 넘어서면 매장을 잘 관리하기 힘든데, 매장 500개를 넘어선 카페베네에서 그런 문제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망고식스 압구정본점에서 강훈 대표를 만났다. 그가 스타벅스 준비팀의 일원이었던 1997년을 배경으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스타벅스 따라하기와 마케팅으로 할리스커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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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식스'의 강훈 대표. ⓒ 유성호

신세계는 스타벅스를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준비팀을 미국 시애틀 스타벅스 본사로 보냈다. 준비팀 다섯 명 중에는 강 대표도 포함됐다. 그는 "1998년 봄 한국에 스타벅스 1호점을 내기 위해 1997년 9~11월 스타벅스 본사에서 지냈다"며 "일주일에 3일은 매장에서 직접 일을 배웠고, 나머지 3일은 본사 사무실에서 '정신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 정신 교육이 뭔가?
"스타벅스의 가치, 사명감, 비전을 배웠다. 최상의 에스프레소(커피 원두를 부드럽게 갈아 만든 커피로 각종 커피의 기본이 된다)는 머신에서 18~23초 사이에 뽑아야 한다. 사명감이 없으면 바쁘다고 대충하기 일쑤다. 커피 맛을 진하기 위해 투 샷으로 뽑아야 할 때도, 긴 시간동안 원 샷으로 뽑기도 한다. 스타벅스에서는 사명감을 무척 강조했다."

- 스타벅스를 경험해보니 어땠나?
"우리나라엔 아직 다방이 있었고 커피숍이 많았던 때였다. 주문대에서 종이컵에 직접 커피를 받아오는 '테이크아웃'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막상 눈으로 보니,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서 있더라. 한국에 상륙하면 트렌드를 바꿔놓을 것 같았다."

- 곧 'IMF 사태'를 맞았다.
"귀국 1주일 전이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뭔지도 몰랐다. 당시 애국심이 고조된 터라, 스타벅스를 도입하면 신세계 이미지에 큰 타격이 될 터였다. 그래서 스타벅스 개점이 무기한 연기됐다."

- 1998년 3월 회사를 떠나 5월 할리스커피를 세웠다.
"스타벅스와 견줄 수 있는 토종 커피전문점을 만들고 싶었다. 회사를 나와 친구와 함께 돈을 모았더니 2500만 원밖에 없더라. 새로 매장을 낼 수 없어서, 강남역 지하상가 46㎡ 규모의 커피숍 사장님을 찾아가 동업하자고 했다. 우선 스타벅스를 따라하면 잘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달에 손에 쥔 돈은 50만 원에 불과했다."

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역사적인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강 대표는 같은 시기 서울 압구정동에 본점을 세우고 언론 홍보와 마케팅을 벌였다. 할리스커피가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알려지자, 가맹점 문의가 빗발쳤다. 매장 수가 40개까지 늘었다.

강 대표는 2003년 4월 돌연 플래너스 엔터테인먼트(현 CJ인터넷)에 할리스커피를 26억 원에 매각하고 1년 뒤 업계를 떠났다. 강 대표는 "스타벅스와 견줄 수 있는 카페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더 많은 조직과 돈으로 할리스커피를 키울 수 있는 곳에 팔았다"고 했다.

그는 이후 다른 사업에서 실패를 맛봤다. '커피프린스 1호점' 프랜차이즈를 경영할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그는 "감이 떨어졌고, '헝그리 정신'도 사라졌다"며 "명예회복을 위해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는 2008년 8월 카페베네 본부장으로 업계에 복귀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가맹점 확장.... 매장 관리가 안되니, 커피 맛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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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식스'의 강훈 대표. ⓒ 유성호


모체가 감자탕 업체인 카페베네는 2008년 5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강훈 대표가 합류하기 전까지 매장이 2곳밖에 없었다. 그는 김선권 대표에게 "1년 안에 100개, 2년 안에 300개의 매장을 내겠다"고 했고, 이후 그 말은 현실이 됐다. 2011년 3월 500호점을 돌파했다. 매장 수 기준 업계 1위다.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결과였다.

"브랜드가 약하기 때문에 먼저 양적 성장이 이룰 필요가 있었다. 커피 맛만 좋으면 당장 누가 알아주겠느냐 싶었다. 연예기획사 싸이더스에 지분 5%를 내주고 제휴했다. '한예슬 커피'로 광고했다. 간접 광고를 확대했다. 각장 자본금이 10억 원인 카페베네가 2009년 3~5월 10억 원의 광고비를 쏟았다. 가맹점을 내겠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그해 매장이 100개를 넘어섰다."

기자는 강 대표에게 최근 카페베네에 대한 비판이 많다고 지적하자, "알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스타 마케팅' 지적에 대해 그는 "다른 기획사도 커피전문점 사업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마케팅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며 "카페베네는 커피 맛이라는 본질적인 요소를 등한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카페베네의 커피 맛이 일관되지 못하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있다.
"알고 있다. 지난해 말 카페베네를 나온 이후 부쩍 그런 얘기가 들린다. 쓴 맛이 강하다는 의견이 많더라. 커피 맛은 좋은 재료, 생두를 볶는 로스팅 기술, 매장 직원의 커피 추출법 등 3가지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 현재 카페베네에서는 이에 대해 관리가 안되고 있다. 매장이 500개가 넘으니 관리할 수 없는 것이다."

- 무리한 가맹점 확장이 그 원인이라고 보나?
"맞다. 초창기 외형적 성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매장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커피를 추출해야, 커피 맛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교육을 한다지만, 쉽지 않다. 가맹점에서는 직영점에 비해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는 직원들의 사명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가 직영점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 상권이 겹치는 가맹점주의 피해가 예상된다.
"그 지적도 맞다. 매장은 300개가 적절하다고 본다. 그 이상 되면 관리가 어렵다. 가맹점주들이 롱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원래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SPC그룹처럼 되는 게 목표였다. 생각보다 카페베네 가맹점 문의가 쏟아져서 카페베네 가맹점 숫자만 늘리고 말았다."

- 스타벅스는 문화와 가치를 만들었지만 카페베네는 그렇지 못하다.
"카페베네가 추구했던 것은 스타벅스를 누르고 국내에서 업계 1위가 되는 거였다. 여기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와플이나 아이스크림도 맛있는 유럽풍 스타일의 카페를 새로운 트렌드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스타벅스를 넘기 위한 3번째 도전... "마케팅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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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식스'의 강훈 대표. ⓒ 유성호


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스타벅스를 넘어서는 토종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할리스커피로 스타벅스를 좇았고, 카페베네로 국내에서 외형적으로 스타벅스를 넘어섰다. 지난 3월 세운 망고주스 전문점은 그 세 번째 도전이다. 스타벅스의 아류가 아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강 대표의 꿈이다.

"서브메뉴지만 커피 맛을 위해 스타벅스보다 1.5배 더 비싼 원두를 사용하고, 관리가 가능한 수준인 300개의 가맹점만 받을 것이다. 휴양지에 온 듯한 인테리어에 여유 있는 공간으로 고객들을 불러들이겠다. 맛과 분위기 등에 충실하면서도 영화배우 공유를 통한 마케팅을 통해 승부를 벌이겠다. 해외에서 스타벅스를 넘어서고 싶다."

스타벅스가 외형적 성장에만 골몰해 2007년 이후 위기에 빠지자, 최고경영자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가 내놓은 혁신안의 으뜸은 커피 품질 향상이었다. 스타벅스는 2008년 2월 26일 오후 바리스타에 대한 에스프레소 추출법 재교육을 위해 미국 내 7100개 전 매장을 닫기도 했다. 이에 반해, 강 대표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타벅스를 뛰어넘고 싶어 한다. 그 결과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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