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떠먹여 주고, 연기자는 받아먹고...거참!

춘천마임축제 '논 그라타의 무박 3일 논스톱 퍼포먼스'

등록 2011.05.27 16:18수정 2011.05.2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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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의 첫걸음. 논그라타 공연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 ⓒ 이솔지

▲ 72시간의 첫걸음. 논그라타 공연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 ⓒ 이솔지

충격의 나체 퍼포먼스. 서로의 상처를 바늘과 실로 꿰매는 퍼포먼스. 관객들은 이 괴이한 행동들로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야?'라고 묻고 싶지만 그들은 말이 없다.

 

다소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논 그라타 팀은 에스토니아에서 왔으며 한국 실험예술제에 참가하면서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현재 논 그라타라는 대안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 미술에 있어 엄격한 근본주의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칠레 등 다른 나라의 예술가들도 함께하는 40여 명의 국제 공연단체로 전 세계에 200여 명의 마임이스트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번 춘천마임축제에서는 주요 멤버 태지(taje tross)와 보(anonymou boh)가 참여, 선별된 세 명의 한국인과 함께 공연한다. 이들 중 2명은 학교 추천을 받은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며 1명은 마임이스트이다. 

 

논 그라타는 지난 22일 개막한 춘천 마임축제에 공식 초대 되었으며, 이번 72시간 퍼포먼스는 하이라이트 난장인 '미친 금요일'과 '도깨비 난장'의 주목해야 할 공연 중 하나이다. 이 공연은 춘천 수변공원에서 26일 오후 8시에 시작해 72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진행되다 3일이 지난 후인 29일 오후 8시에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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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너머의 세계. 컨테이너 박스안에서 준비과정의 퍼포먼스를 한다. ⓒ 이솔지

▲ 벽 너머의 세계. 컨테이너 박스안에서 준비과정의 퍼포먼스를 한다. ⓒ 이솔지

새벽에 관중이 없을 시에도 계속되는 이 퍼포먼스는 말 그대로 고행이다. 그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한계를 넘어선 몸짓을 보여주려 한다. 72시간 퍼포먼스는 국내 최초이자 최장 시간 연속으로 진행되는 공연이다.

 

'왜 하필 72시간으로 선택했느냐'에 대해 논 그라타 관계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싶었다, 이번 춘천마임축제에서 주어진 공연장의 여건상 72시간으로 설정되었다"고  전했다. 논 그라타팀은 이전에도 파리에서 2주간의 장기적인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 전례가 있다.

 

논 그라타는 이번 72시간 퍼포먼스에서 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와 벽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벽 너머에 있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통해 두 환경 사이에 내가 갖고 있는 역할과 규칙들, 벽 너머의 진실은 무엇인지 관객과 같이 탐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벽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뿐 아니라 관객을 통해서 스스로 그 메시지를 찾으려고 한다. 이 역설적인 퍼포먼스야말로 논 그라타의 예술관을 가장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논 그라타란 이름의 의미: 논 그라타는 '원하지 않는다'라는 라틴어. 이는 에스토니아의 자본주의를 나타내는데, 1990년대 공연을 하면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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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여진 소품들 준비한 퍼포먼스를 빼먹지 않고 하기위해서 소품을 미리 붙여놓는다. ⓒ 오상은

▲ 벽에 붙여진 소품들 준비한 퍼포먼스를 빼먹지 않고 하기위해서 소품을 미리 붙여놓는다. ⓒ 오상은

공연은 벽을 상징하는 랩을 감은 컨테이너 박스에 5명의 공연자들이 들어가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퍼포먼스에 관한 사항은 노코멘트이지만 그들 역시 정해진 틀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화장실은 밖으로 잠시 나올 때만 다녀올 수 있으며, 음식은 컨테이너 안으로 배달된다. 관객들은 랩으로 가려진 창으로 그들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으며, 가끔 안에서 이루어지는 퍼포먼스에 관객이 참여하게 한다.

 

그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수도 없이 많으며, 천장과 벽 전체에 퍼포먼스를 하기위한 소품들을 붙여놓았다. 삽. 가면, 심장모형, 술병. 부탄가스. 드레스 등 온갖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이 소품들의 쓰임새가 무엇일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오후 8시, 익명성을 위해 머리에 눈과 입만 구멍을 낸 스타킹을 쓰고 귀에는 풍선 두 개를 넣어 괴이한 모습으로 변장한 논 그라타의 멤버가 컨테이너 박스 위에 올라가 공연을 알리는 책을 읽으며 공연이 시작됐다. 이후 한 시간 동안의 소품 진열 시간조차도 퍼포먼스로 진행했다.

 

예술에 대한 논 그라타의 열정은 대단하다. 그들은 모든 퍼포먼스 과정에 진지하게 임하며 그들만의 룰을 엄격하게 준수한다. 공연자들은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음식을 주는 퍼포먼스를 위해 무려 10시간의 공복상태로 준비했다. 미리 마련한 음식을 놓아두고 4명의 공연자들이 의자에 나란히 앉으면, 관객 한 명이 들어가 그들의 입에 음식을 떠서 먹여준다. 다른 한 명은 옆에서 시간을 체크한다. 제한된 2분가량의 시간 동안 그들의 입에 음식을 먹여준다. 만약 관객이 음식주기를 거부하면 그들은 음식을 먹지 못하며 음식은 주는 만큼만 먹게 된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입을 벌리고 젓가락을 든 관객의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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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새 퍼포먼스 관객들이 2분동안 공연자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 이솔지

▲ 아기 새 퍼포먼스 관객들이 2분동안 공연자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 이솔지
 

2분이 지나 이 당혹스러운 순간을 벗어나면, 상황의 불편함이 온몸에 전해진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관객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놀랍고 낯선 상황을 던져준다. 이렇듯 논 그라타가 전하는 메시지의 주제는 다소 윤리적이다. 또 원초적이며, 비인격적이고, 실험적인 창의성을 보여준다. 그들의 공연은 규칙을 파괴하고 자극하는 논리에 따라 일어난다.

 

마임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로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짜릿한 깨달음을 얻고 싶거나, 상상 이상의 놀랄만한 충격을 기대한다면 수변공원 도깨비난장 공연장으로 찾아오라. '미친 금요일'과 '도깨비 난장'은 오후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 밤샘난장이다. 논 그라타의 퍼포먼스는 단연 2011년 춘천마임축제를 화려하게 장식할 퍼포먼스로 뜨거운 축제의 밤을 달궈줄 것이다.

 

그들은 공연에 임하는 관객에게 이렇게 전한다.

 

"공연에 올 때 이 공연이 어떤 것일지 절대 정의하려 하지 마세요. 당신의 상상력을 이용해 당신이 느끼는 것(에너지)을 그대로 공연가(아티스트)에게 전달해 주십시오. 항상 공연가와 소통할 수 있게끔 마음을 열고 교감하세요. 당신을 탈피했을 때 우리가 하는 공연에 대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이 공연은 29일 춘천 마임축제의 마지막 난장인 아! 우다마리까지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인터넷 웹진 뉴스토피아와 강원일보에 함께 게재됩니다.
#춘천마임축제 #72시간 논그라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미친금요일 #수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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