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생선 한번 먹이기 힘드네

'생활의 기술'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 걱정이다

등록 2011.06.03 14:49수정 2011.06.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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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초의 여성 총리 인디라 간디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끼니를 잘 챙기기에, 어떤 사람이 명망 있는 분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러자 인디라 간디 여사는 "내가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데, 배고프면 제대로 투쟁할 수 있겠어요?"라며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워낙 바쁘게 생활하는(?) 아이들이라 식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보건 수업 시간에 기회가 되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화 중 하나다. 사실 아이들이 끼니를 건너뛰는 것도 문제지만, 편식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건강과 급식의 관련성이 높다는 이유로 나는 매년 급식소위원회 교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급식소위원회 회의 때마다 단골 의제가 되는 것이 '잔반' 문제다. 나물을 잘 안 먹는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나물을 먹여보겠다고 영양사님과 조리사님들께서 출근하시자마자 부산을 떨어 맛있게 무쳐내도, 손도 안 대고 곧바로 잔반통으로 버리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생선은 또 어떤가. 귀찮다고 숟가락으로 한번에 쓰윽 살을 긁어 먹는가 하면, 가시 발라 먹는 게 귀찮다며 젓가락으로 두어 번 헤적이다 먹기를 포기하는 아이도 있다. 조금이라도 제 입맛에 맞는 음식이 나오면 허겁지겁 먹다가도, 그렇지 않으면 미련 없이 조금 먹거나 아예 안 먹는 쪽을 택하는 아이들.

몇 주 전에는 영양사님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생선을 얇게 포를 떠 튀김처럼 젓가락으로 집어서 한 번에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하셨는데, 식사 준비 시간 2~3시간 동안 170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시면서 얼마나 발 동동 구르셨을까,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런데도 기름이 많아 느끼해서, 생선을 원래 안 좋아해서, 너무 바삭해서 맛이 없어서…, 안 먹는 이유는 때마다 새롭게 창조된다.

잔반을 없애자니 몸에는 좋아도 아이들이 싫어하는(?) 식단을 줄여야 하고, 새로운 식단을 개발하려 해도 식사 준비 시간과 인력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어려움이 생기는 것. 해법은 어떻게든 아이들이 잘 먹도록 지도하는 것인데, 식성도 제각각이인 데다 밥 먹는 것까지 강제하자니 지도가 쉽지 않다.


청소 지도도 어려워졌다. 가끔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도해야 할는지 난감할 때가 있다. 손걸레의 경우에는 한쪽 끝을 잡고 늘어뜨려 반대편 끝이 바닥만 잠깐 스치게 하고 청소를 마감한다. 빗자루는 느슨하게 잡아 골프 스윙 하듯 가볍게 눈에 보이는 휴지만 대강 쓸어 담고 득의양양하게 청소를 끝낸다.

초등학교 때부터 직접 청소한 경험이 드물고, 집에서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며 간단한 청소도 안 시키다 보니, 청소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조차 있다. 더구나 청소 구역을 '쫀쫀하게' 정해줘야 할 때도 있다. 몇 명을 뭉쳐서 함께 청소하도록 정해주면 착한(?) 아이들만 모든 청소를 도맡아 하게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장난치고, 노느라 여념이 없다.

청소가 인권인가 교육인가 논란이 많지만, 적어도 청소 자체가 엄연한 '생활의 기술'이라고 보면, 아이들의 청소 태도는 자연스럽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쌀 한 톨이라도 허투루 하면 야단을 맞거나, 말끔히 청소한 후 분에 넘치도록 칭찬을 받는 경험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달면 삼키고 쓰면 바로 뱉는 감각적인 행동이 난무하는 근원을 따지고 보면, 참고 견디는 태도에 대한 생활 속의 교육이 순식간에 엷어지고 있다는 데 생각이 이른다. 맛없는 음식도 먹어보고, 더러우면 직접 청소하면서 인내도 배우고 성실성도 익혀야 하는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천자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보건교육 #식습관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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