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MB 노점상했던 죽도시장도 '부글부글'

[민심르포] 이 대통령 생가 포항은 '고심'..."그래도 힘 모아줘야" 목소리도

등록 2011.06.07 08:54수정 2011.06.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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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사진 비 맞으면 안돼...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흥해읍 덕실마을 고향집 앞에 있는 사진.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지난 1일 비가 내리자 우산을 씌워 놓았다. ⓒ 이승훈


"이명박 대통령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

우산을 뒤집어 쓴 이명박 대통령의 실사 사진 옆에 선 최아무개(58, 포항)씨는 굳은 표정이었다. 최씨는 포항 흥해읍 덕실마을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을 찾아 기념 사진을 촬영하던 참이었다.

"좀 웃으라"는 아내의 타박에도 그의 표정은 실제 대통령의 손을 잡은 듯 진지했다. 촬영을 마친 후 아내 이아무개(53)씨의 휴대폰을 넘겨받은 그는 "진짜 같네, 잘 나왔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평일인데다 간간히 비까지 내리는 잔뜩 찌푸린 날씨 탓인지 지난 1일 찾아간 이 대통령 고향집은 한산했다. 최씨는 "두 달 전 쯤 주말에 왔을 때는 마당이 북적북적했다"며 "오늘은 사람이 좀 없지만 한적해서 좋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대통령이 자기 고향만 챙길 수 있나"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그는 최근 국정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여기(포항) 사람들도 대통령이 신공항도 없던 일로 해버리고 과학벨트도 딴 데 줬다고 섭섭해 안하나, 근데 대통령이 자기 쪽(고향)만 챙길 수 있나. 야당이 저리 반대를 하니 하고 싶어도 못했을끼라."


최씨 옆에 있던 아내 이씨도 거들었다.

"어릴 적 어렵게 살았던 이 대통령이 전 재산을 기부하고 아파트 한 채 밖에 안 남았다고 하대요. 다른 대통령들은 고향집도 '으리으리' 하던데 여기는 이렇게 수수하잖아요."

최근 지지도의 하항세가 계속되면서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이 대통령이지만 고향집을 찾은 열성 지지자들의 애정은 남달랐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정복(72)씨는 "나도 먹고 살기 팍팍하고 서민들 살기 힘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욕만해서 되겠느냐"며 "어렵게 살아서 서민들 사정 잘 아는 이 대통령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감쌌다.

방문자들이 남긴 방명록은 "영원히 빛나는 업적을 (남겨달라)", "사랑합니다" 등 이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귀들로 가득찼다. 그러나 고향 마을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 대통령이 마주한 정치적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우선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30%로 무너진 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달 28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신뢰구간 95%, 표본오차는 3.5%p)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34.1%로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59.6%에 달했다. 

게다가 지난 4·27 재보선 참패 이후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당 의원들의 '반란'도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MB가 노점상 했던 죽도시장... 상인들 불만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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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어릴 적 노점상을 했던 포항의 죽도시장. 상인들은 "서민들은 정말 죽을 맛"이라며 MB정부의 경제 성적표에 낙제점을 줬다. ⓒ 이승훈


이 대통령의 고향 마을을 떠나 죽도시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죽도시장은 지난 2009년 9월 취임 후 처음으로 고향을 찾은 이 대통령이 고향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곳이다. 또 이 곳은 이 대통령이 어린 시절, 어머니와 노점상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년 8개월여가 지난 죽도시장의 분위기는 당시와 사뭇 달랐다. 일선에서 직접 경기를 체감하는 시장 상인들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내놓은 '경제성적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서 30여년 동안 생산 장사를 해온 이종화(60)씨는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한 사내가 이씨의 좌판을 찾아 어른 팔뚝 만한 조기가 3마리에 2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빈 손으로 떠난 직후였다.

"IMF 때도 포항 죽도시장은 'IMF가 없다'고 다들 그랬었다. 근데 지금은 장사가 반도 안돼.  가까운 대형마트에는 손님들이 '득시글'할 텐데…. 이러니 내가 (이 대통령에게) 불만이 많지."

시장 상인들에게 커피를 파는 정아무개(63)는 "지난 겨울에는 가스값이 너무 올라 붕어빵 장사도 남는 게 없어 포기하는 시장 사람들이 많았다"며 "재작년 이 대통령이 시장에 왔을 때 '어릴 적 어렵게 장사했던 때를 잊지 말아 달라'며 아이스크림통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다 잊어버린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9년 9월 이 대통령이 죽도시장을 방문했을 때 만찬이 열렸던 한 횟집에서 일하는 최상영(53)씨도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이 대통령이 서민들 잘 살게 해주겠다고 대선에 나선 것 아니었느냐"며 "서민들은 힘든데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민정당 시절부터 무조건 믿음을 줬는데 상대가 배신하면 이젠는 달리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더 이상 무조건 (한나라당은) 아니다, 민주당도 정책만 좋으면야 안 찍어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 졌다고 대통령 흔드는 여당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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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죽도시장.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9년 9월 취임 후 처음으로 고향을 방문해 이 곳을 찾았다. ⓒ 이승훈


이 대통령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는 박아무개(56)씨는 "야당이 더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이 원전도 수출하고, 최근엔 비행기(T-50 고등훈련기)도 수출했고 작년에는 (G20) 정상회의도 개최했다 아이가. 나라 잘 살게 하려고 만날 해외에 다니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 또 있었나. 한 명만 대봐라. 서민들 어려운 건 나도 아는데 서민 고통을 가장 많이 아는 대통령은 오죽 답답하겠나. 발목만 잡는 야당도 문제고 선거 졌다고 대통령 흔드는 여당 아들도 문제인기라."

순대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들던 조윤규(65)씨도 야당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조씨는 "요즘 (이 대통령) 측근 비리 나온다고 야당이 저리 떠들고 있는데 자기들 대통령 아들들 다 구속된 건 잊어버린 모양"이라며 "민주당도 반사이익 볼려고 하지말고 대통령이 경제 살리는데 어려움 없게 도울 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고심 중인 이들도 많았다. 콩나물을 다듬느라 바쁜 손을 놀리고 있던 윤아무개(50)씨는 "G20 정상회의 때문에 국격은 좀 높아진 것 같은데 경제도 그렇고, 인사 문제도 그렇고, (충청으로 간) 과학벨트나 (백지화 된) 신공항 등 성에 차지 않는 것 투성이"라면서도 "그래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약속한 대로 서민 경제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등어 행상을 하는 서아무개(49)씨는 "대통령 욕한다고 남는 건 없다"며 "그래도 싸우기만 하는 야당들 보다는 일하는 MB가 더 낫다"고 말했다. 서씨는 "여기(시장) 분위기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봐야한다"며 "여당도 마지막까지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포항 #죽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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