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군 출신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별세

등록 2011.06.07 12:26수정 2011.06.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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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임기창 기자) 일제 강점기 광복군에 참가하고 해방 이후 국내에서 `중국학'을 연 지식인인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사회과학원 이사장)이 7일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독립군으로 항일투쟁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해방 이후 군사정권하에서 교육자와 학자로서 절개를 지킨 김 전 총장은 그간 `살아있는 지성의 상징'으로 널리 칭송받은 인물이다.

  1920년 평안북도 강계에서 태어난 김 전 총장은 1940년 신의주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44년 일본 게이오대에서 유학하던 중 학병으로 징집됐다 탈출해 광복군에 투신, 이청천ㆍ이범석 두 장군의 부관으로 활동했다.

  해방 후 중국과 대만에서 중국사를 연구한 그는 1958∼1982년 고려대 문과대 교수로 중국 근대사를 가르쳤으며 미국 하버드대(1958)에 이어 프린스턴대(1968)의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1982년부터는 고려대 총장을 지내며 군사정권의 압력에 맞서다 1985년 결국 총장직에서 쫓겨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88년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으나 "국정자문회의 의장을 맡게 되는 전두환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고, 민주주의를 외치다 투옥된 제자들이 많은데 그 정부의 총리가 될 수 없다"며 고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 전 총장은 이전에도 1961년 5ㆍ16 쿠데타 이후 김종필로부터 공화당 사무총장으로, 1974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한테서 통일원 장관으로 영입을 제의받았으나 모두 물리치며 학자와 교육자의 길을 고집했다.

  그는 한ㆍ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베이징대를 시작으로 2002년까지 산둥, 난징, 옌볜대 등 중국 내 9개 대학의 객원교수직을 맡았고, 1960∼70년대에는 3차례 한국대표로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한국공산권연구협의회장과 중국학회장 등을 지낸 그는 `중국공산당사', `중국 최근세사', `한국공산주의운동연구사', `나와 중국', `회고록 장정(長征)'을 비롯한 저서를 남기는 등 중국 연구에서 명실상부 국내 최고 석학이었다.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 독립운동유공표창, 건국포장, 건국훈장 등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중국 주요 대학에 한국학연구소를 세우는 등 한국학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로 한국국제교류재단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민영주씨와 아들 홍규씨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9시다. ☎02-921-2899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김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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