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 지을 목재 숨긴 스님, '임자 만났네'

직소폭포 가는 길과 아름다운 절집 내소사

등록 2011.06.17 09:35수정 2011.06.17 11:38
0
원고료로 응원
a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인 변산 ⓒ 전용호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변산반도

변산(卞山)으로 향한다. 변산은 변산반도에 우뚝 선 산도 되지만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하기도 하다.  행정구역은 부안군에 속한데, 변산반도로 더 쉽게 다가온다. 그래서 부안으로 간다고 안 하고 변산으로 여행 간다고 한다. 변산은 천관산, 내장산, 월출산, 지리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이기도 하다.


변산반도 여행을 생각한 것은 직소폭포를 보고 싶어서다. 지금까지 변산을 두 번 다녀왔지만 아직 직소폭포를 보지 못했다. 볼 것 많은 변산에서 한 곳이라도 더 보려고 하다보면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직소폭포는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소폭포를 제일 먼저 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다른 곳을 들르지 못하더라도 미련이 남지 않게 하려고.

직소폭포는 내변산 깊숙이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다. 내변산탐방지원센타에서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매력적인 코스이기는 한데, 내소사로 넘어올 계획을 하다 보니 교통편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생각한 게 원암매표소에서 직소폭포 가는 길을 선택했다. 원암매표소에서 직소폭포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시 재백이고개까지 되돌아와서 내소사로 가는 길은 1시간 반 정도 걸리니, 쉬엄쉬엄 가더라도 3시간 정도 걸리겠다.

a

원암매표소 입구 ⓒ 전용호


원암매표소로 찾아가는 길은 표지판이 없다. 내소사 조금 못 미쳐서 원암마을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면 산자락에 작은 주차장이 있고, '직소폭포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웅장한 폭포소리를 기대했는데

산길로 들어선다. 30년 정도 살아왔을 소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있다. 수령이 오래되지 않았어도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산길은 햇살을 잔뜩 받는다. 나무들은 키가 작아지고, 마을 뒷산 같은 산길을 걸어서 재백이고개까지 올라간다. 재백이고개를 지나면 잎이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숲길이다.


청량하다. 따스한 햇살을 피해선지 기분이 상쾌해진다. 나무그림자가 온몸을 감싸는 숲길을 걸어간다. 계곡을 만나고 잠시 쉬어간다. 계곡은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였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았나 보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든다. 설마?

계곡을 건너면서부터 직소폭포로 가는 길은 평지다. 산속으로 들어왔는데도 평평한 길을 걸어간다. 하늘 높이 큰 나무들은 햇살을 가려주고, 숲이 주는 신선함은 온 몸을 감싼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이다.

a

직소폭포. 힘찬 물줄기를 볼 수 없다. ⓒ 전용호


a

직소폭포 전망대 아래 분옥담 ⓒ 전용호


직소폭포가 길 옆으로 보인다.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폭포 보려고 왔는데, 물길은 폭포벽을 타고 힘이 없이 늘어지듯 흘러내리고 있다. 폭포벽을 박차고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보고 싶었는데…. 실망감을 안고 전망대까지 간다. 그래도 깊은 협곡 아래에 물이 고인 못은 하얗게 핀 산딸나무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시 편안한 숲길을 걸고 재백이고개를 지나 관음봉 삼거리로 향한다. 관음봉삼거리까지는 경사가 가파르다. 중간에 등산로를 벗어나면 웅장한 바위산을 볼 수 있고, 간척지를 넘어 갯벌이 드러난 바다도 볼 수 있다. 관음봉삼거리는 배낭을 놓고 관음봉을 올라갔다 올 수 있다. 올라갈까말까 고민을 하다 다음기회로 미룬다. 예전에도 관음봉삼거리까지만 왔다가 돌아갔는데….

대웅보전에는 부재가 빠진 빈자리가 있다는데

내소사로 향하는 길은 예전에 왔던 기억들이 살아난다. 내소사에서 올라왔다가 커다란 바위에 앉아 경치구경을 한참하다 내려갔던 기억 등등. 산길은 내소사 전나무 숲길로 나온다. 내소사의 멋은 전나무 숲길을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전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숲길은 여유롭다.

a

내소사 가는 전나무 숲길 ⓒ 전용호


a

천년동안 살아온 느티나무 ⓒ 전용호


내소사로 들어간다. 천왕문을 지나고 천년된 느티나무를 만난다. 이 나무가 이렇게 굵었나. 아주 굵은 새끼줄을 친친 감고 있는 모습이 마치 힘자랑 하는 듯 강한 인상을 준다. 내소사(來蘇寺)는 백제 무왕 때 혜구두타란 여승이 창건하였으며 원래 소래사(小來寺)였다고 한다. 현재의 내소사는 임진왜란 중에 불타 버린 것을 인조 11년(1633)에 청민선사가 중건하였다.

하얗게 바랜 봉래루 아래를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간다. 사람 키만큼 고개를 숙인 소나무가 인사를 한다. 관음봉을 뒤에 세우고 서있는 대웅전 풍경이 좋다. 아담한 삼층석탑은 살짝 비켜 서있다. 그 유명한 내소사 대웅전 꽃창살도 본다. 꽃창살도 많이 늙었다. 그래도 꽃은 지지 않고 여전히 피어있다. 꽃창살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순간 환희의 꽃비가 내리는 순간을 형상화 한 것이란다.

a

내소사 삼층석탑과 대웅보전 ⓒ 전용호


a

내소사 후불벽화 ⓒ 전용호


a

내소사 대웅보전 내부 ⓒ 전용호


대웅전으로 들어가 예를 취하고 건물 내부 구경을 한다. 단청이 참 예쁘다. 천정에 그려놓은 악기들은 검은색 바탕에 강렬한 느낌을 준다. 뒷면 후불벽화도 본다. 손을 모으고 관음보살 눈을 바라보며 걸어가면 눈길이 따라온다고 한다.

대웅전 건물에는 부재가 하나 빠진 곳이 있다는데, 그걸 찾느라 고개를 들고 빙빙 잡아 돈다.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다가 한곳을 발견했다. '어! 정말이네' 어떻게 저곳에 목재가 빠졌을까? 전해오는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임진왜란으로 불타 버린 절을 중건하려던 청민선사가 하루는 그의 시자승인 선우를 불러 일주문 밖에 법당을 지을 도편수가 있으니 모셔오라고 했다. 선우가 기쁜 마음으로 나가보니 과연 한 꾀죄죄하게 생긴 사람 하나가 연장망태를 걸머진 채 문기둥에 기대어 자고 있어 깨워서 모셔 왔다.

도편수는 다음날부터 재목을 자르기 시작하였는데, 몇 달이 되어도 법당은 짓지 않고 목재를 깎고 다듬어 부재 만드는 일만하고 있었다. 도편수가 하는 꼴이 미덥지가 않은 선우스님은 부재 중 하나를 몰래 감추어 놓았다. 삼년 동안 목재만 깎던 도편수가 이제 법당을 짓는다며 부재를 세기 시작하였고, 몇 번을 세어도 부재 하나가 부족하였다.

도편수는 목재 하나가 부족한 것은 정성이 부족한 것이라며 이런 선심으로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을 지을 수 없다며 연장을 챙겨 떠나려 했다. 옆에서 보던 선우스님이 깜짝 놀라 감추었던 부재 하나를 내놓으며 용서를 빌었다. 도편수는 내 놓은 목재가 이미 부정을 탄 것이라 쓸 수 없다며 그것을 빼고 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대웅보전에는 목재 하나가 빠진 빈자리가 있다.

a

내소사 일주문 지나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 ⓒ 전용호


목재가 빠진 곳을 보고 있으니 허전한 생각이 든다. 그냥 채워도 됐을 텐데. 돌아서는 발길이 아쉽다. 다시 전나무 숲길을 걸어서 나온다. 다시 걸어도 여유롭고 편안한 길이다.

덧붙이는 글 | 6월 12일 풍경입니다.


덧붙이는 글 6월 12일 풍경입니다.
#변산 #직소폭포 #내소사 #전나무 #부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