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까지 파고 든 남미음악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 몽골리언의 후예들

등록 2011.06.27 10:43수정 2011.06.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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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논산 고속도로 탄천휴게소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에콰도르 '가우사이'그룹 ⓒ 최오균


서울에서 구례로 가는 천안 논산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탄천휴게소에서 휴식 위해 15분간 정차를 한다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어디선가 감미로운 남미 음악이 들려왔다.


음악의 진원지를 찾아 가보니 8명의 인디오들이 남미 특유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삼뽀니아Samponya 소리가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오가는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감미로운 남미 음악에 취해본다.

서울의 길거리와 지하철 역 광장, 명동거리에서 가끔 남미 음악을 듣기는 했지만 고속도로휴게소에서는 처음 들어본다. 남미 음악이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파고든 것이다. 어쨌든 긴 머리에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안데스 음악을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듣게 되니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시듯 마음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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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사이 그룹은 1983년에 결성된 에콰도르 출신 남미 원주민(인디오)들로 우리와 같은 몽골리언 혈통이다. ⓒ 최오균


그들은 CD음반도 팔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에콰도르 출신 '가우사이Kawsay'란 그룹이다. 에콰도르 오따발로Otavalo 지역 원주민 청년들로 구성된 가우사이 그룹은 잉카문명의 후손들로 안데스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꽤 유명한 그룹이다. 1983년 현 멤버들의 아버지들에 의해 결성된 가우사이 그룹은 잉카의 후예로서 수세기에 걸쳐 이어온 안데스 전통음악을 아들세대들이 이어받으며 연주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가우사이Kawsay란 케추아어로 '꽃이 피다Spiritual Blossom'라는 뜻을 가진 'Sisay'와 '인생'이란 뜻을 가진 'Kawsai'의 합성어로 '피어오르는 인생'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우사이 그룹은 에콰도르 특유의 강력한 리듬인 산후아니토에 기반을 둔 안데스의 전통음악을 고수하면서 조상들의 애환과 안데스의 긍지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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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남미 전통음악에 잠시 취해 있는 여행자들 ⓒ 최오균


그들의 연주를 들으며 나는 잠시 남미를 여행했던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안데스의 만년설을 넘나들며 한 달간의 남미 배낭여행을 할 때 인디오 소년들은 버스에 올라 삼뽀냐와 봄보를 들고 와서 감미로운 남미음악을 즉석에서 연주를 해주었다. 그러면 버스에 탄 여행자들은 그들에게 몇 푼의 페소를 던져주곤 했다.


소년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고 친근감이 들었다. 백인들에게 정복을 당하여 수세기 동안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들의 애환이 담긴 음악은 안데스이 정기를 담고 전해져 내려왔다.

따지고 보면 인디오들은 우리와 혈통이 같은 종족이다. '몽골리언 일만 년의 지혜(원제:The Walking People)'란 책을 보면 그들은 수만 년 전 몽골리아 지역에서 베링 해를 건너 아메리카지역에 정착을 했으며, 남미까지 내려가 원주민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그들이 대중음악을 들고 우리 곁으로 온 것이다.

그들의 음악은 서울의 지하철과 서울광장, 명동거리, 남이섬 등 대중들이 모인 곳에서 친근하게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제 고속도로휴게소까지 연주무대를 넓혀 우리들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우리의 한류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듯 남미의 전통문화도 우리들 가슴속에 파고들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애잔한 음악을 더 감상하고 싶었지만 버스가 출발을 할 시간이 다가왔다. 멀어져 가는 감미로운 남미 음악을 들으며 대중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는 세계는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가우사이 그룹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미음악 #탄천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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